전자상거래 시장의 과열 경쟁은 이미 예고된 시나리오다. 단지 경쟁을 통해 생존한 업체가 갈수록 시장 지배력을 넓히고 있다는 점이 이전과 다를 뿐이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이 발표한 시장 조사자료는 이를 확연히 보여 준다. KISDI는 최근 조사 전자상거래 보고서에서 옥션· LG이숍 ·인터파크·롯데닷컴· 디앤숍 등 쇼핑몰 상위 5개 업체의 비중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고 집계했다.
이들 업체의 지난해 거래 규모가 전체 시장의 29.5%를 차지, 2002년도의 점유율 26.2%보다 3% 포인트 이상 증가한 것. 보고서는 올해 들어서도 상위업체는 매월 점유율을 키워가면서 선두 업체로서의 지위를 강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상위 업체가 규모 경제를 실현하면서 수익을 얻고, 여기서 나타난 차이가 다시 가격 경쟁력 우위로 이어져 결국 쏠림현상으로 나타난다는 것이 보고서의 설명이다.
인터넷 몰이 최근 무료 배송·최저가 보상제 등 다소 무리한 영업 전략을 펴는 것도 이 때문이다. KISDI는 국내 전자상거래 시장이 연평균 15.2%의 성장률을 기록해 지난 해 7조 원에서 오는 2010년 약 19조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소매 유통업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03년 5%에서 2010년 8% 수준으로 확대될 것으로 내다 봤다.
2010년 시장 규모는 지난해 백화점 전체의 시장 규모(17조 2000억 원)를 넘어서는 것이며, 최대 유통 채널인 할인점의 시장 규모(19조 2000억 원)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결국 인터넷 몰 시장은 중단없는 성장을 이어가고 자연스런 경쟁을 통한 구조 조정을 거치면서 살아 남은 업체가 국내 전자상거래 산업을 이끌어갈 갈 것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한 가지 우려스러운 점은 시장 경쟁에서 ‘서비스’가 빠져 있다는 것이다. 사실 인터넷 초기와 비교하면 몰라 보게 서비스가 개선됐다. 당장 눈에 보이는 경쟁력의 바로미터가 가격이어서 그렇지 서비스 개선을 위한 노력도 부단하게 진행됐다. 하지만 이는 일부 업체의 이야기다. 대부분은 서비스 보다는 가격에 마케팅의 초점이 맞춰졌다.
가격은 당장 효과가 나타나지만 서비스는 상당한 시간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스피드’가 경쟁력인 인터넷 비즈니스에서 서비스는 당연히 차선으로 밀릴 수 밖에 없었다. 또 유통 구조를 단순화한해 가격을 낮추면서 ‘인터넷은 싸다’는 캐치프레이즈를 앞세워 구매력을 높인 것도 사실이다.
지금은 가격 경쟁의 밑바닥까지 내려 왔다. 이미 출혈 경쟁의 수준을 넘어 선 지 오래다. 이를 두고 업체는 멍들어도 소비자에게는 이익이라고 자족하거나, 규모 경쟁으로 시장이 정리되면 가격 구조를 개선해 수익을 낼 것으로 판단한다. 지극히 아전인수 격 해석이다. 한 번 떨어진 가격은 결코 회복할 수 없으며 수익을 내지 못하는 기업이 많을 수록 산업은 더욱 침체할 수 밖에 없다.
더구나 유통 채널은 갈수록 다양화, 고도화되고 있다. 인터넷 쇼핑이 지금 당장은 성장 채널이지만 어떤 유통 채널이 이 자리를 대체할 지 모른다.
하루 빨리 고객을 중심으로 한 서비스 경쟁이 정착되어야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가격에 민감한 고객은 보다 싼 유통 채널을 찾아 언제든지 쉽게 옮겨 갈 수 있다. 반면 서비스에 만족한 고객은 쇼핑몰과 기업 자체를 신뢰할 수 밖에 없다.
산업계의 화두로 ‘서비스’가 자리 잡을 때 비로소 전자상거래의 장밋빛 미래도 보장 받을 수 있다.
강병준기자@전자신문, bjk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