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 터울이 큰 누나를 셋이나 두고 있는 내 남동생은 미워하지 않을 수 없는 얌체다. 그러나 동생의 담임선생님을 만나고 돌아온 우리 어머니 말씀에 따르면 내 남동생은 세상에 둘도 없는 의리남이란다. 집에서는 한없이 이기적이던 녀석이 학교에서 또래들과 함께 있을 때는 어떻게 이타적인 인간으로 자기의 입지를 다졌는지 모를 일이다. 어리게만 봤더니 세상 살아가는 방법은 아나보다.
자기PR의 시대라지만 자기 자신에 대해서 정확히 아는 사람은 몇이나 있을까. 한 인간의 인성에 대한 평가마저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상대적으로 인식되는 현실에서 우리는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일상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상대와의 관계 속에서 자신이 원하는 포지셔닝을 하면서 살까. 기업의 입장에서 보면 얼마나 많은 기업이 경쟁사와 차별화된 포지셔닝을 통해 성공적으로 비즈니스를 수행할까. 또한 얼마나 많은 제품이 경쟁 제품과 차별화되면서 전략적으로 포지셔닝하고 있을까.
특히 IT 기업들은 고객의 요구가 있는 제품을 공급하기보다는 지금까지 없었던 새로운 것을 쏟아내며 사용을 권유한다. IT기업이 자신의 제품을 세계 최초의, 업계 최고의 신기술이라고 말하지만 고객은 반문한다. ‘도대체 무엇에 쓰는 물건인고.’
IT 고객들은 한번 사용하고 버릴 단품을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를 공유할 비전을 제품과 함께 구매하기 때문에 비전을 제시하고 포지셔닝을 제대로 할 때만 수요를 창출할 수 있다. IT기업은 신제품을 내놓음에 앞서 성공적으로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경쟁 제품과 다른 요소를 부각시켜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거나, 혹은 완전히 새로운 사업 영역을 형성해야 한다. 그래서 마케팅 활동을 통한 비전 제시 및 수요 창출은 IT 기업에게는 바로 비즈니스 전략인 것이다.
최근 스토리지 업체들은 정보생명주기관리라는 전략을 통해 급증하는 데이터로 고민하는 고객들에게 데이터 관리를 위한 청사진을 제시하면서 스토리지 판매를 꾀하고 있다. 이제 스토리지는 박스가 아닌 데이터 관리 인프라로 자리잡고 있다. 이를 주도한 업체는 스토리지 벤더를 넘어서 대용량 데이터 관리 컨설팅 기업으로 인식된다. 이런 과정을 보면 IT마케팅이 비즈니스 그 자체임을 알 수 있다.
IT기업의 마케팅 활동은 경쟁사와 차별화된 일련의 활동을 수반해 독특하고 가치있는 포지셔닝을 창출해야 하는 전략적인 작업이다. 그래서 시장을 개발하고 자발적인 수요를 이끌어 내야 하는 IT마케팅은 반짝이는 아이디어로 단기 수요 진작을 꾀하는 소비재 마케팅보다 더욱 높은 전문성을 요구한다. 기업이 수익성 있는 사업을 전개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마케팅 업무와 PR활동은 IT기업의 비즈니스 성공 열쇠인 것이다. 기술 그 자체보다 기술이 구현될 수 있는 비전을 제시하고 내가 누구인지를 전략적으로 드러내는 마케팅 활동이 필요한 시점이다.
◆민커뮤니케이션 대표 정민아 mina@mincom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