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노측정은 21세기를 주도할 나노 기술과 더불어 없어서는 안 될 첨단 핵심기술입니다.”
20여 년 간 길이측정에 몰두해 온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의 광기술표준부 엄태봉 박사(47)는 “나노미터 수준의 크기나 변위를 제어·조작하는 가공기술인 나노메트롤로지가 나노실용화 연구와 병행되어야 하는 나노시대의 핵심 기술”이라고 강조했다.
나노기술은 현재 전 세계적으로 급격한 기술 진보가 이루어지고 있다. 전자 분야뿐 아니라, 생명공학, 화학, 재료 및 초정밀기계 등 과학과 기술 전 분야에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특히 일부 분야에서는 실용화 단계에 이미 착수했고 이러한 나노기술은 워낙 미세한 분야이기에 기존의 기술에 비해 측정의 의존성이 갈수록 커져가고 있다는 것이 엄 박사의 설명이다.
“나노 영역에서 보지 못하고, 보더라도 잴 수 없으면 제대로 제품을 만들 수 없습니다. 누가 먼저 측정기술을 선점하느냐가 나노산업의 관건이 될 것입니다.”
엄 박사는 “우리 나라도 이미 나노측정과 관련해 기술 수준이 세계적인 수준에 접근해 있다”며 “나노메트롤로지 기술이 필요한 반도체, 정보통신, 생명공학 등의 산업화가 세계적인 수준이기 때문에 이를 실용화해 산업체에 활용할 수 있는 실용화 기술 개발을 서둘러야 한다”고 지적했다.
세계적으로 나노측정 기술 분야는 원자력현미경(AFM)이나 주사전자현미경(SEM), 간섭현상에 기반한 측정법이 주로 사용되고 있다.
엄 박사는 여러 측정기 중 다양한 항목을 측정할 수 있는 대표적인 기기로 미국국립기술표준원(NIST)에서 개발한 분자 측정기(M3)를 들었다. 이 측정기는 1980년대 후반부터 개발하기 시작해 현재까지 연구가 계속되고 있지만 측정범위가 50㎜ x 50㎜이며 1 ㎚의 정확도를 목표로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 대표적인 기술이라는 것.
또 이와 유사하지만 측정범위가 매우 짧은 측정용 원자력현미경(MAFM, metrological atomic force microscope)이 여러 표준기관에서 개발되어 사용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 기기는 수 100 ㎛ 이내의 측정범위를 갖고 있다.
독일 국가표준기관(PTB)에서는 전자선 리소그라피 장치를 개조해 사용하고 있다. 측정 범위는 300㎜ x 300㎜로 10㎚수준이다.
실제 나노메트롤로지 연구는 이동장치의 이동량을 측정하는 자의 경우 자가 갖고 있는 오차가 그대로 측정값에 반영되기 때문에 연구진들이 가장 먼저 신경쓰는 분야이다.
현재 간섭현상을 이용한 레이저길이 측정기는 나노미터 수준의 분해능과 높은 정확도 때문에 나노미터 영역에서 가장 중요한 길이 측정기로 사용되고 있다.
수㎚에서 수백㎚의 정확도와 정밀도를 얻는 데는 주파수가 안정화된 레이저와 레이저간섭계에서 발생할 수 있는 여러 오차요인들을 제거하는 것이 관건이라는 것.
엄 박사는 이를 위해 자체 제작한 레이저를 사용해 나노미터 수준의 정확도를 갖는 레이저길이측정기를 개발, 여러 측정시스템에 부착해 사용 중이다.
최근 연구에서 엄 박사는 종횡비(aspect ratio)가 매우 큰 대부분 나노구조물의 입체적 형상을 파악하는데 요구되는 높은 공간 분해능을 카본나노튜브 팁(carbon nanotube tip, CNT tip)에서 찾고 있다.
CNT 팁은 직경이 수 ㎚에서 수십㎚인 원통형으로 기존의 실리콘 팁에 비해 마모 및 충격에 매우 강하고 길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전도성의 특성이 있기 때문에 선폭 및 나노거칠기 측정에 활용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나노미터 또한 길이의 단위이기 때문에 길이표준에서 표준이 적용되어야 합니다. 즉 나노길이 측정기의 교정이나 성능을 평가할 수 있는 기술이 더 필요합니다.”
엄 박사는 이런 측면에서 X선과 광학간섭계를 결합한 COXI(combined optical X-ray interferometer)연구가 10여 년 전부터 진행되어 현재 10pm 수준의 정확도를 얻었다고 밝혔다.
이 X선 간섭계는 규소(Si)의 격자간격을 기준자로 사용한 것으로 기존의 광학간섭계의 눈금 간격보다 수천 배 작게만들어 레이저 간섭계 및 나노센서 교정 기술로 활용하고 있다.
엄 박사는 또 4년전부터 기존의 레이저길이측정기에 비해 매우 우수한 분해능이 있는데다 장치가 크고 측정범위가 짧아 과학기술계로부터 각광을 받고 있는 주파수 추적형 페브리 페로(Fabry-Perot)간섭계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엄박사는 현재 나노 구동에 사용되는 피에죠 변환기의 성능을 검사할 수 있는 기술까지 확보한 상태이다.
국내에서 나노메트롤로지 기술이 개발되기 시작한 것은 나노기술 연구가 이루어지기 전인 90년대 중반 들어서이다. 엄 박사가 표준과학연구원이 확보한 물리상수 측정기술을 기반으로 국제공인을 받기 위해 ‘측정과학기반기술’이란 과제를 수행하면서부터이다.
엄 박사는 “당시 세계 최고의 길이측정기술이었던 실리콘 격자의 간격을 측정해 아보가드로 상수를 결정하는 연구가 추진되었다”며 “이 연구가 X선과 광학간섭계를 결합한 광엑스선 결합간섭계(COXI)의 연구개발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특히 나노기술의 실용성이 예견되면서부터는 정부에서 주도적으로 나노기술 개발에 투자가 이루어졌고, 엄 박사는 과학재단이 지원하는 국가지정연구실 사업과 프론티어 사업인 테라급나노소자개발사업단 프로젝트, 나노핵심기반기술사업에 참여하면서 나노메트롤로지기술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를 시작했다.
“어려움이야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나노길이 측정기술이나 나노프로빙, 나노이동기구 및 표준화기술로 구성된 기반기술과 이를 용용한 실용적인 측정기술 등 나노메트롤로지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다양한 기술이 접목되어야 하는데 연구 인력과 연구비의 한계 때문에 연구 테마의 선택과 결정에 어려움이 특히 많았습니다.” 대전=박희범기자@전자신문, hbpark@
◆나노메트롤로지란 무엇인가
나노기술이 나노미터 크기 또는 변위를 제어해야 하는 기술이라면, 나노메트롤로지(나노측정기술)는 양을 관측하고 다루는 정밀한 자(rule)와 측정기를 제공하는 기술이다.
넓은 의미에서 나노미터 크기에서의 모든 측정기술을 나노측정기술이라 할 수 있으나 좁은 의미로는 나노미터 수준의 길이관련 측정을 나노메트롤로지라고도 한다.
나노메트롤로지의 대상은 나노소재나 고집적 소자의 회로가 될 수도 있고, DNA, 나노튜브 또는 양자점(Quantum dot)과 같은 나노구조물이 될 수도 있다. 심지어 분자나 원자 그 자체가 될 수도 있다.
또한 정밀 평면 또는 비구면 광학부품과 같이 물체의 크기는 크지만 측정정확도를 수십 ㎚수준으로 측정해야 할 때도 있으나 나노메트롤로지는 대부분 어느 분야에서든지 적용할 수 있는 공통 기반의 성격을 갖고 있다.
예를 들어 길이정의자문위원회(CCL)에서는 측정대상물의 크기 또는 측정정밀도가 ㎚수준인 측정과학을 나노메트롤로지로 정의하고 있다. 나노 스케일(나노자), 그레이팅(격자)의 선간거리, 단차(step height), 선폭 분야에서 국제비교가 진행중이다.
실험실 수준에서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 나노리소 기술, 원자 및 분자 제어기술을 실용화해 생산에 적용할 경우 나노메트롤로지 없이는 구현할 수 없다. 현재의 연구 수준이 단일 소자 레벨이기 때문에 전자현미경(SEM)이나 원자력 현미경(AFM) 등으로 관측하는 것만으로도 제작이 가능하나 집적화되고 대량 생산화될 경우 정량화된 치수 제어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나노메트롤로지는 나노기술이 실제 생산 현장에 적용될 경우 공정장비의 핵심구성 요소로 사용될 뿐 아니라 모든 공정을 제어하기 위한 수단으로 나노기술의 핵심 기반요소이다.
길이 관련량을 측정하기 위해서는 피측정물의 측정점에 측정용 프로브(probe)를 위치시킨 후 다음 측정점으로 이동하여 다시 프로브를 위치시키는 작업이 필수적이다. 이 두 위치에서 프로브의 위치를 측정하고 동시에 프로브에서 검출한 측정점의 위치를 조합하여 두 측정점 사이의 거리가 계산된다.
나노측정의 영역은 측정대상물에 따라 ㎚수준의 매우 작은 것에서부터 수백 ㎜이상의 크기까지 넓은 범위에 걸쳐 있으며, 요구되는 측정의 정확도도 수㎚에서 수십 ㎚사이이다. 대전=박희범기자@전자신문, hb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