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람, 한글인터넷](17)한글이메일 사용자에게 듣는다

한글 전자우편 주소를 쓰는 사람들에게 기존 영문 주소를 쓸때와 어떤 점이 달라졌냐고 물으면 대부분 “기억하기 쉽고, 편리하다”고 얘기한다. ‘한글@한글’ 형식인 한글 전자우편 주소의 입력 시간이 영문 전자우편 주소의 5분의 1정도 밖에 걸리지 않는 다는 연구 결과가 나온 것만 봐도 한글 주소의 편리성은 두말할 여지가 없다.

서울 사당동에 사는 주부 신경순(52)씨는 얼마 전 중국에서 일하는 큰 딸과 연락하기 위해 ‘주부구단@메일’이라는 한글 전자우편 주소를 등록했다. 신경순씨는 “몇 해 전 딸아이의 도움으로 전자우편을 만들었는데, 영어에 익숙치 않아 기억하기 조차 힘들었다”며 “살림만 하는 기성세대 주부에게는 영어도, 컴퓨터도 두려운 존재이지만 한글 전자우편으로 이를 조금은 극복한 것 같아 기쁘다”고 말했다. 신씨는 이제 한글 전자우편으로 딸과 소식을 주고 받으며, 컴맹에서 조금씩 벗어난다며 환한 웃음을 지었다.

이처럼 한글전자우편 주소는 기억하기 쉽다는 장점 외에도 모국어를 사용하기 때문에 다양한 자기 표현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특히 젊은 층들을 빠져들게 하고 있다. 이화여대 언론정보학과 4학년에 재학중인 온누리(23)씨는 몇 주전 ‘온누리사랑@메일’이라는 한글 전자우편을 만들었다. 친구를 통해 우연히 한글 e메일이 있다는 것을 알게된 후 주저없이 메일주소를 등록했다.

“순 한글인 제 이름에 큰 자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한번 제 이름을 들으면 잘 잊어버리지 않는다고 해요. 그래서 e메일 주소를 영어로 표현하기 보다는 제 이름을 사용해서 쓰면 좋겠다는 생각을 자주했습니다.”

그녀가 꼽는 한글전자우편의 가장 큰 장점은 우수한 표현력이다. 온누리씨는 “기존에 사용했던 주소는 영어이다 보니 내자신을 표현하는데 한계가 있었다”며 “아버지께서 온누리에 사랑이 가득하길 염원하는 마음에서 이름을 지으셨는데, 한글 전자우편 주소에 그 뜻이 잘 표현된 것 같아 뿌듯하다”고 말했다. 그녀는 한글 전자우편 주소는 우수하고 다양한 표현이 가능해서 쓰면 쓸수록 정감이 간다며, 더욱 많이 사람들이 한글 주소를 이용하길 바란다는 말을 잊지 않았다.

숭실대학교 경제학과에 다니다 휴학 중인 김동현(25) 씨는 뉴스를 통해 한글 전자우편 주소를 처음 접했다고 한다. 지금까지 한 번도 한글 주소가 가능할 것이라 생각해보지 못했다는 김동현 씨는 호기심에 ‘멋쟁이김동현@메일’이라는 주소를 등록했다. 그는 “친구들에게 자신의 한글 전자우편 주소를 알려주자 탄성이 절로 나왔고, 다들 어떻게 등록했는지 물어봤다”며 “영문 주소를 아무리 외운다 한들 한글 주소보다 쉽지 않아 그 편리성을 알게 되면 누구나 한글 전자우편을 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빠른 시간내 한글 전자우편 주소를 쓰는 것이 당연해 졌으면 좋겠다는 바램도 전했다.

한글 전자우편 주소가 다양한 자기 표현을 가능하게 하면서 이용자들에게 재미를 주기도 하지만, 부르기 쉽고 기억하기 쉽다는 점에서 정확성까지 높이고 있다.

영문 전자우편 주소가 길고 어려워 얼마 전 한글 주소를 등록했다는 오은경씨는 “그동안 사용해온 영문 주소가 너무 길어서 사람들에게 알려주기 힘들고, 철자가 틀리기 일수였다”며 “한글 주소를 쓰면서 중요한 전자우편을 빠짐없이 받을수 있어서 안심이 된다”고 말했다. 요즘에는 컴퓨터 초급인 어머니에게도 한글전자우편을 알려드리고 있다고 한다.

한글전자우편 주소 이용자들이 쏟아 놓은 장점들 외에도 한글 전자우편 주소가 이용자들을 끌어모으는 매력 중 가장 큰 것은 뭐니뭐니 해도 한글에 대한 자부심이라고 할 수 있다. ‘황지현짱@메일’을 쓰고 있는 베이징대에 재학중인 황지현(22)씨는 “여름 방학이라 한국에 들어왔는데, 친구가 한글 전자우편 주소가 있다고 알려줬다”며 “중국에 가서도 한글 주소를 쓰면 시간도 절약되고 철자 틀릴 염려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어를 배우면서 한글에 대한 애착이 더 강해졌다는 그녀는 한국사람이 한글 전자우편 주소를 쓰는게 당연한게 아니냐며, 한글 주소를 쓰는 이유를 묻는 기자를 오히려 무안하게 만들었다.

정동희(32)씨는 한글전자우편으로 부모님과 애정이 돈독해진 경우이다. 정동희 씨는 처음에는 한글 주소가 있다는 것은 알았지만, 굳이 등록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오랫동안 써온 영문 전자우편 주소에 익숙해진 탓도 있었고 새로 주소를 또 만들 필요가 없다는 생각에서였다. 하지만 영어로 e메일 보내는 것을 어려워 하는 어머니 때문에 한글 전자우편 주소를 만들게 됐다. 정동희 씨는 “어머니가 평소에 쑥스러워서 잘 하지 않던 애정 표현도 하시고, 아들이 좀 서운하게 해 드렸던 부분에 대해서는 메일로 써서 보내시곤 한다”며 “덕분에 요즘 들어 어머니를 더 많이 이해할 수 있게 됐다”며 한글 전자우편 주소의 힘을 설명했다.

인터넷 이용 인구가 3000만명 이라며 들떠있지만, 이를 뒤집어 보면 아직 35%에 달하는 1500만명의 국민은 아직도 컴맹·넷맹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한글 전자우편 주소의 사용과 같은 정보격차해소 노력을 통해 정씨의 어머니와 같은 사람들이 좀 더 인터넷 이용을 쉽게 할 수 있는 날이 머지 않았다. 정씨의 바램은 결코 먼 꿈이 아니다.

 <특별취재팀> 이경우차장(팀장) kwlee@etnews.co.kr,

  조인혜기자ihcho@etnews.co.kr

  이진호기자 jholee@etnews.co.kr

  김유경기자 yukyung@etnews.co.kr

  조장은기자 jecho@etnews.co.kr

  윤건일 기자benyun@etnews.co.kr

◆한글전자우편 주소 무료화 

‘한글 전자우편 주소 무료로 등록하자’

한글 전자우편 주소의 보급에 가속을 더하기 위해 한글 전자우편 주소가 무료화 된다. 성인과 중고생에 한해 일부 유료화 했던 한글 전자우편 주소가 완전 무료화 됨으로써 누구나 쉽게 등록해 사용할 수 있는 전자우편 한글화 환경이 마련됐다.

한글 인터넷주소와 한글 전자우편 주소를 개발해 보급하고 있는 넷피아(대표 이판정 http://넷피아)는 전자정부구현과 정보격차 해소를 위해 한글 전자우편 주소의 전국민 무료 보급 캠페인을 내달부터 대대적으로 진행한다.

이에 따라 복잡한 영문주소로 되어 있어 이용에 불편을 겪었던 전자우편 사용자들은 ‘홍길동@메일’과 같이 쉽게 우리말로 전자우편을 사용할 수 있게 됐다.

한글 전자우편 주소는 사용은 무엇보다 경제적 효과가 크다. 한 조사에 의하면 영문 전자우편 주소를 알리는 데 소요되는 평균 시간은 33초 정도인 반면, 자기 이름 등 한글로 된 전자우편 주소를 알리는 데 걸린 소요시간은 평균 3초로 나타났다. 이를 금전적 가치로 환산하면 전자우편이 영어냐, 한글이냐에 따라 연간 약 1조6000억원 정도의 사회비용이 보존과 손실로 나뉜다는 분석이다.

또 정보격차 해소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인터넷 이용에 취약계층이었던 어린이나 노인층이 한글 전자우편을 이용할 경우 편리성과 이용률면에서 크게 향상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는 곧 전자정부 구현의 밑받침으로 이어져 사회, 행정적 이득효과 역시 돈으로 환산할 수 없을 만큼 큰 부가가치를 실현한다.

앞으로 넷피아는 국회, 정부기관, 그리고 각급 학교 등의 교육기관과 단체는 물론, 주요 포털사이트와의 제휴를 통해 한글 전자우편 주소를 전국민을 대상으로 확산시킬 예정이다.

무료 한글 전자우편 주소는 한글 전자우편 주소 전문 사이트 ‘미소닷컴(http://미소닷컴, http://www.miso.com)’에 가입한후 등록하면 사용할 수 있다.

이판정 사장은 “올해를 한글 인터넷주소와 한글 전자우편 주소 세계화의 원년으로 삼고 집중적으로 보급할 계획”이라며 “대부분의 네티즌들은 자신들의 이름이나 별명을 한글 ID로 사용하는 데 매우 친근감을 느끼고 있어, 이번 무료 등록 캠페인이 한글 전자우편 주소의 보급 확산으로 이어져 정보격차 해소에도 적지 않은 기여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니캠페인-이렇게 바꿉시다

탭(tab), 탭키(tab key) → 징검, 징검쇠

컴퓨터 자판에 탭키가 있다. 간격을 넓게 띄울 때 주로 사용한다. 우리말에 징검다리란 단어가 있다. 조그만 냇가를 건너기 위해 드문드문 놓아 둔 돌다리를 뜻한다. 그 다리의 형세가 한 보폭의 일정간격을 유지하고 있다. 탭 역시 일정간격을 띄우는 컴퓨터 입력 장치로 징검다리의 ‘징검’의 뜻을 갖는다. 따라서 ‘탭키’는 ‘징검쇠’로 불릴 수 있다. 징검이라는 순 우리말이 탭이라는 영어보다 이해하기 쉽고 정감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