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료를 고수해온 벅스(대표 박성훈 http://www.bugs.co.kr)가 서비스 시점을 못 박고 유료화로 ‘항복선언’한 것에 대해 네티즌의 반응은 의외로 차분한 모습이다.
지난 13일 벅스 유료화 소식이 처음 전해졌을 때만 해도 인터넷 게시판은 대부분 벅스를 압박해온 음악계와 이에 굴복한 벅스를 싸잡아 비난하는 글로 채워졌다. ‘벅스가 유료화되면 OOO P2P나 XXX 서비스로 가면 된다’며 벅스의 대체제를 알려주는 글도 많이 올라왔다.
그러나 14일 분위기는 달랐다. 주요 포털 게시판에는 여전히 벅스 유료화를 개탄하는 네티즌의 글이 많이 올라오고 있지만 벅스 사이트에 마련된 ‘나도 한마디’ 코너를 중심으로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싸우고 버티느라 고생하셨어요(jasmin1206)’ ‘벅스뮤직 관계자 여러분 화이링(miming9)’ 등 벅스를 격려하는 제목이 상당수 보이고 ‘인디쪽에 관심을 더욱 가져 주셨으면 합니다. 유료화 가격도 1일 요금, 시간제 요금 등 네티즌들을 수용할 수 있는 다양한 정책이 나왔으면 합니다(reean)’처럼 유료화방안을 제시하는 모습도 눈에 띈다.
‘벅스를 탈퇴하겠다’는 게시물에 대해서는 ‘당신들은 벅스를 사랑한 게 아닙니다. 단순히 공짜를 좋아한 거지요’라며 조용히 타이르기도 했다.
지난해 같았으면 상상도 못 했을 이런 반응들은 우선 벅스가 서비스 중지, 가처분 신청 등 각종 소송을 겪으며 이미 많은 곡들을 서비스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유료화로 인해 크게 달라질 것이 없다는 생각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올해 초 mp3폰 사태와 최근 저작물 공유자에 대한 경찰의 강경대응 파장 등을 거치면서 사회 전반적으로 ‘저작권’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한 번 해보는 계기가 마련됐던 것이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한 네티즌(against23)은 “지금까지 버틴 것도 대단하고요. 유료화는 이제 당연한 거라 생각함다. 솔직히 울나라 네티즌들 너무 공짜 좋아합니다. 엠피쓰리 듣고서 음악 좋으면 판 산다는 사람들 말 하나도 믿지 못하죠. 이제 무엇이든 공짜로 얻으려는 그 심보 좀 고쳤으면 하군요”라고 말했다.
정진영기자@전자신문, jych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