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한국과학기술원(KAIST)의 로버트 러플린 신임총장이 14일 KAIST 대강당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재학생으로부터 축하 꽃다발을 전달받고 있다.
“KAIST를 전세계 이공계가 보고 배울 수 있는 모범사례로 만들 것입니다. 미국 스탠퍼드대학도 KAIST를 본받게 될 것입니다.”
과학기술계의 관심을 한 몸에 받으며 14일 한국과학기술원(KAIST)의 제12대 총장으로 취임한 로버트 러플린(54)은 “KAIST를 세계적인 명문으로 만들겠다”며 이같이 포부를 밝혔다.
러플린 신임 총장은 “향후 아시아에서 1∼2개의 노벨 물리학상이나 화학상 등이 나올 것으로 예측한다”며 “한국도 연구의 상업성에만 공을 들이지 않고 과학기술에 대한 과감한 투자가 이루어진다면 불가능한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실제 KAIST가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하는 모델이 되기 위해선 먼저 매너리즘에 빠져 있는 행정 및 연구 시스템을 전면개혁해야 한다는 과기계의 목소리가 높은 것도 사실이다. 과기계는 KAIST가 국내에선 그래도 낫다고 평가받고 있지만 세계 수준에 한참 뒤져 있는데다 상업성 위주의 단기 과제 수행으로는 빛을 보기 어렵다고 진단하고 있다.
러플린 신임 총장은 “우선 재정 확보 문제부터 풀어야 할 것”이라며 “연구예산을 제공하는 정부와의 관계도 재정립해야 한다”고 나름대로 KAIST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했다.
그는 또 “임기 계약기간은 2년이며 성공할 경우 연장이 가능할 것”이라며 “2년간은 마법의 시간이 될 것”이라고 나름대로의 부담감도 드러냈다.
그는 학생들의 경영 참여에 대해 “실험실 안전 확보 등 논의할 사항은 논의하겠다”며 강한 어조로 지지했다.
사실 러플린 신임 총장이 풀어야 할 과제는 이것만이 아니다.
우선 △국제 학생 교류의 활성화 △제대로 된 연구성과의 배출 시스템 마련 △인센티브 차등 폭 확대 등을 통한 교수인력의 경쟁 유발 △ 교수들의 고유 영역을 깬 학문 융합화의 가속화 등의 문제를 풀어야 한다.
KAIST는 현재 10년 진보냐 후퇴냐의 기로에 서 있다.
이번 외국계 인물의 총장 영입은 국내 이공계 연구대학사상 전례가 없는 일인데다 KAIST가 국내 대학을 개혁하는 시발탄으로서의 실험 모델이 될 전망이어서 이래저래 과학기술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전=박희범기자@전자신문, hb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