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 후폭풍’이 국내 증시를 흔들었다.
하반기 IT업종의 가늠자로 관심을 모았던 미국 인텔이 13일(현지시각) 2분기 실적을 발표했으나 간신히 ‘어닝쇼크’를 피하는 수준에 머물렀다. 이에 따라 IT업종 하강 전망에 대한 우려가 더욱 확산되는 동시에 인텔의 실적 발표를 계기로 상승 기반이 마련되기를 기대했던 국내 증시의 하반기 반등 여부도 불투명해졌다.
◇인텔 후폭풍=인텔의 2분기 실적은 실망스러운 수준은 아니었으나 재고량 증가와 연간 총이익률 하향 조정이 악재로 작용했다. 재고량이 전 분기 말 보다 15% 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고 연간 매출 총이익률도 60%로 기존 전망치보다 2%포인트 낮아지는 등 하반기 성장세 둔화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14일 국내 증시에서도 △삼성전자가 3.58% 폭락한 41만8000원을 기록, 연중 최저치로 밀린 것을 비롯, △하이닉스가 3.11%나 떨어졌고 △코스닥 반도체업종 지수도 2.47% 하락하는 등 ‘인텔 후폭풍’이 강하게 불었다.
대우증권 정창원 연구원은 “인텔이 밝힌 전망치는 회사의 펀더멘털이 변하고 있다는 점에서 시장에 실망을 주었다”고 풀이했다.
◇후폭풍 얼마나 부나=단기적인 충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대우증권은 “인텔의 실적 부진은 자체적인 원인도 있지만 지난 2003년 이후 이어진 반도체 업계의 성장세가 한계에 도달했다는 점에서 우려된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다만 이미 국내 IT업종 주가가 떨어질 대로 떨어진 상황인 만큼 인텔 악재의 영향력이 장기간에 걸쳐 나타나지는 않을 것으로 관측됐다.
우리증권은 이날 인텔 실적에 대한 분석보고서를 통해 “인텔의 부진이 국내 기술주에 심리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겠지만 이미 향후 IT경기 하강 우려가 상당 부분 선반영됐기 때문에 악영향이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삼성전자에 쏠린 눈=인텔의 부진으로 이제 투자자들의 시선은 16일 실적을 발표하는 삼성전자에 쏠리게 됐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지난 4월 인텔의 1분기 실적에 대한 실망감으로 전세계 반도체 업종이 급락하는 상황에서 실적 기대감을 앞세워 국내 증시에 나타난 ‘인텔 쇼크’를 초기에 흡수·소멸시킨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14일 삼성전자도 인텔 후폭풍을 피하지 못한 만큼 이번에도 해결사 역할을 해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삼성전자 역시 인텔과 마찬가지로 2분기 실적이 나쁘진 않지만 하반기 전망이 불투명하다는 점에서 국내 증시의 강한 반등을 이끌어내기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이호준기자@전자신문, newlevel@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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