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주사로 병원 경영 위기 넘는다

전사적자원관리(ERP)·데이터웨어하우스(DW)·고객관계관리(CRM) 등 정보기술(IT) 인프라로 인해 병원이 달라지고 있다.

 국내 주요 대형병원들이 원무 및 처방전달시스템(OCS), 의료영상저장전송시스템(PACS), 전자의무기록(EMR) 등 병원업무 개별 프로세스의 정보화에만 주력하던 이전과는 달리 전체업무 프로세스를 통합하고 종합적으로 분석하는 경영차원의 접근을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의료개방화에 대비하고 악화되는 수익성 구조 개선을 위해서는 진료 프로세스 중심의 정보화에서 탈피, IT를 통한 총체적 접근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신규 병원 개원을 준비하는 중앙대학교의료원, 건국대병원의 전체 의료정보시스템 아키텍처에서 ERP, DW 등이 중요한 위치에 포진해 있을 정도다. 이미 일산병원·명지병원·아산병원 등은 DW를, 전북대병원은 ERP를 구축했으며, 서울아산병원도 뉴소프트기술과 공동으로 2차 ERP 개발에 착수한다.

 ◇병원 디지털화 현황=최근 대대적으로 병원 디지털화를 추진하는 곳으로 가천의대 길병원·연세의료원·중앙대의료원·건국대병원 등을 꼽을 수 있다. 연세의료원은 9일 유비쿼터스 호스피털 프로젝트 착수보고회를 갖고 내년 4월을 목표로 ERP 및 DW 구축에 나섰다. DW를 통해 기존 시스템의 연구자료와 통계지원의 한계를 극복해 축적된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활용하자는 것이 주요 목표다.

 중앙대학교 의료원도 그동안 데이터 통합에 문제점이 있다고 판단, DW 부문에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건국대병원은 내년 8월 새 병원 개원에 맞춰 우선적으로 ERP를 도입하기로 결정한 데 이어 OCS 등으로 데이터가 쌓인 이후 DW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길병원도 전략경영을 실현한다는 차원에서 병원업계에서는 처음으로 전체 모듈의 ERP를 구축하는가 하면 DW, CRM 등 모든 분야에 걸쳐 총체적인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왜 앞다퉈 도입하나=병원업계가 OCS 등 진료 프로세스 중심의 정보화에서 IT투자를 병행하게 된 것은 무엇보다 의료개방화에 따른 무한경쟁시대에 대한 부담감 때문이다. 또 갈수록 깊어지는 수익성 악화를 극복하기 위한 경영차원의 접근이 필요해진 것도 한 이유다.

 과거와 달리 고객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직접 찾아가야 하는 상황에서 다른 병원과의 서비스 차별화를 위해서는 IT의 차별화가 무엇보다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특히 기존 경영진의 감각적인 경영보다는 체계화된 데이터를 통한 경영에 대한 요구도 늘어나고 있다.

 가천의대 길병원의 디지털화 총괄책임자인 이언 부원장은 “외국 시장 개방과 급변하는 IT환경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회계 부문 등 전체 병원경영 체계를 글로벌 표준화에 맞추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그간 OCS 등으로 축적해 온 자료를 체계적으로 활용하자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 중앙대의료원의 박양규 의료정보 개발 총괄책임자는 “그동안의 데이터 개더링에 한계를 느껴 DW나 데이터 마트를 구축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향후 전망=아직도 많은 병원들이 ERP나 DW보다는 병원업무에 직접 연관되는 솔루션 도입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성공적인 구축 사례가 부족한데다 투자에 대한 부담감도 만만치 않기 때문.

 하지만 병원 정보시스템실 관계자들은 경영정보 솔루션의 확산, 도입은 지속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단언한다. 대학병원정보협회 유종훈 회장은 “아직까지 일부 대형병원에서 ERP나 DW를 추진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대부분의 병원이 내부적인 검토를 했을 것”이라며 “이러한 추세가 주류를 이룰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솔루션 공급업체들의 움직임도 활발하다. 실제 삼성SDS, LG CNS, 현대정보기술 등 주요 시스템통합(SI) 업체들은 올해 들어 중앙대병원, 길병원 등 대형 병원과 계약을 맺고 ERP, DW를 포함한 의료정보시스템 구축에 주력하고 있다. 최근 디지털병원세미나를 개최한 한국IBM도 병원 관계자와 의료 컨설팅 업체 및 솔루션업체들로 구성된 헬스케어 버추얼 전담팀을 구성해 의료업계를 공략하고 있다.

 이병희기자@전자신문, shak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