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서울 강북구 한신초등학교(교장 황병무) 도서관에서는 특별한 행사가 열렸다. 그동안 책장 넘기는 소리로 가득 찼던 도서관이었지만 이날은 오랜만에 아이들의 탄성과 환호성으로 흘러 넘쳤다.
한신초등학교 도서관에서는 이날 윈디소프트(대표 이한창)가 서비스중인 온라인 3D 대전 액션게임 ‘겟앰프드(http://www.getamped.co.kr)’를 종목으로 ‘한신초등학교 게임왕 대회’가 열렸다. 민간기업에서 만든 상업용 게임이 초등학교 학생들의 게임종목으로 채택된 것도 이례적인 일이지만, 학교차원에서 게임을 학내 교육행사 목적으로 도입한 것도 ‘발상의 전환’ 치고는 놀랍고 파격적인 일이다.
이번 행사는 1학기 학생회장인 이동훈(6학년,13) 군의 게임대회 개최 선거공약에 따라 만들어진 행사로, 교사들과 학부모회의 전폭적인 지원 및 호응아래 학교 이름을 건 공식행사로 치러졌다. 6학년 남학생들 중 40명(20팀)이 참가했으며, 겟앰프드내 정글·시티·스카이쉽 등 3개 맵에서 3전 2선승제 토너먼트 방식으로 진행됐다.
결승전에선 ‘고려시대팀(이성훈, 황우현)’이 ‘어둡고어두운골목팀(김정환, 오명록)’을 압도적으로 누르고 승리, 첫 우승의 영예를 안았다. 우승팀은 19일 전교생 앞에서 ‘게임왕’을 수상한다. 이동훈 군과 학교측의 요청에 따라 윈디소프트는 대회 진행요원을 파견, 공정한 경기 운영과 대회룰 적용을 도왔다.
행사를 담당했던 김판수 교사는 “학생들의 반응이 그야말로 폭발적이었다”며 “게임이 적극성, 도전성은 물론 참을성까지 함께 가르칠 수 있는 훌륭한 교구임을 다시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한신초등학교측은 이번 첫 게임대회 결과 및 반응을 신중히 반영, 오는 2학기나 내년에는 전교생을 대상으로 좀 더 확대된 게임대회를 개최하는 방안도 추진키로 했다.
학교울타리를 벗어나 전국 규모의 초·중·고생 대상 게임스쿨도 열린다.
게임포털 엠게임(대표 손승철)은 내달 11일부터 3일간 전국 초·중·고생 2400명을 초청, 유익하고 건전한 게임문화 정착을 위한 ‘엠게임 게임스쿨’을 개최한다. 서울시내 대학 중 한 곳을 빌려 전체 행사장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지난주부터 진행중인 ‘엠게임 여름이벤트’에 응모할 때 주어지는 참가권을 갖고 이달말 개설될 게임스쿨 홈페이지에 참가신청을 내면 추첨을 통해 참가권이 주어진다. 개별 업체 차원에서 이처럼 대규모 게임교육 행사를 열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스쿨 참가자들은 초·중·고생 별로 연령에 맞는 게임을 갖고 교육을 받게 된다. 초·중·고생 별로 게임 장르에 대한 관심도가 다르고, 연령대에 적합한 맞춤식 교육을 하기 위해 게임도 각각 다르게 선정했다는 주최측 설명이다.
초등학생에게는 현재 클로즈베타서비스중인 동화 같은 액션 롤플레잉게임(RPG) ‘클로버스퀘어’가 교과목으로 잡혔다. 중학생을 위해선 신개념 온라인 음악게임 ‘오투잼’이, 고등학생에게는 정통 온라인RPG ‘나이트온라인’이 각각 교육과목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하루 4시간씩 진행되는 교육은 △게임에 대한 이해 △게임제작 과정 △게임서비스 등으로 나눠 수업이 진행된다. 게임의 이해에선, 각 게임들이 담고 있는 콘셉이나 기획의도 등을 중심으로 게임이 탄생하기까지 그 배경을 설명한다. 게임제작 과정에선 실제 개발과정들을 소개하면서, 게임에 등장하는 캐릭터, 맵, 스페셜 이펙트 등 각종 기술요소들이 현장감 있게 강의된다.
또 게임서비스 과정에선 게임이 개발을 마치고 유저들에게까지 가는 과정, 즉 서비스와 관련된 홍보·마케팅 등 갖가지 사후 활동이 설명된다.
손승철 엠게임 사장은 “학생 유저들에게 여름방학을 맞아 즐거운 경험을 갖게 해주고 싶어서 게임스쿨을 기획하게 됐다”며 “엠게임 게임스쿨을 통해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건전한 게임문화가 폭넓게 인식될 수 있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네오위즈(대표 박진환)는 지난 5월부터 경기도청소년상담실(실장 유순덕)이 진행하고 있는 학부모 대상 ‘온라인시대에 걸맞는 신 부모역할론’ 강의 프로그램을 공식 후원하고 있다.
게임 등 각종 온라인콘텐츠의 유익한 활용을 이끌어갈 수 있는 부모들의 적극적인 역할을 고취하는데 목적을 두고 있다. 이미 부천, 남양주, 고양시 지역의 강의 일정은 모두 마쳤으며 수원지역 강의가 9월7∼8일·14∼15일에 수원시청소년문화센터에서 열릴 예정이다.
업계·학교 차원의 자발적인 노력과 함께, 정부 차원의 행보도 빨라지고 있다.
문화관광부 산하 한국게임산업개발원(원장 우종식)은 오는 24일부터 내달 15일까지 전국 5대 광역시를 순회하며 ‘가족게임대회’를 개최한다. 이어 9월부터는 본지와 한국청소년마을(이사장 우옥환)이 공동 주최하고, 한국청소년방송(KYBC)이 주관하는 ‘문화관광부장관배 대한민국청소년사이버게임대전(KYCG2004)’이 예선전을 시작으로 11월 결승전까지 열전에 돌입한다.
KYCG2004는 특히 내달 13∼15일 국가 대표 선발전을 시작으로 오는 10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결승전을 갖는 ‘월드사이버게임즈(WCG2004)’와 유기적으로 연계해 진행될 예정이다.
이어 올 연말이나 내년초에는 게임산업개발원과 한국게임산업협회가 공동주관하는 ‘가족게임캠프’가 예년에 비해 한층 업그레이드된 형태로 성대하게 열릴 예정이다. 한국게임산업협회는 올해가 출범 원년이고 사업의 첫 모토를 ‘건전게임문화 조성’으로 잡은 만큼, 가족게임캠프의 성공적인 개최에 만전을 기울이고 있다.
우종식 한국게임산업개발원장은 “건전 게임문화 조성을 위한 각계각층의 노력이 확산되고 있는 만큼, 게임에 대한 사회적 인식 자체도 빠르게 바뀌고 있다”며 “산업의 성장 속도에 걸맞는 사회적 노력이 뒤따를 때 건전게임 문화의 기틀이 완성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열린공간서 정식 오픈 교우관계 등 강화 효과"
“게임의 중독성이나 사행성이 문제되고 있지만, 그것을 절제하고 가릴 수 있도록 만드는 것도 학교교육의 책임입니다”
여러 가지 고민이 따랐지만 학내 게임대회 개최를 결심한 황병무 한신초등학교 교장(52)은 학생들의 생활과 게임을 떨어뜨려 놓고 생각할 수 없게 된 상황 변화속에서 학교도 분명한 역할을 해야한다고 확신하고 있다.
“학교 공간에서 정식으로 게임을 즐기도록 ‘오픈’ 함으로써 더 많은 교육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봅니다. 특히 교과과정에서 상대적으로 뒤쳐졌던 학생들이 게임을 통해 자신감을 얻고, 대등한 교우관계를 회복할 수 있다면 그것 자체로 게임의 역할은 더욱 커질 수 있습니다.”
황교장은 이번 첫 시도에 커다란 자신감을 얻었다. 학부모들을 설득하고, 교사들과 함께 준비하는 과정에서 논란이 적지 않았지만 그것을 통해 확인된 긍정효과가 훨씬 더 컸기 때문이다. 그래서 황 교장은 이번에 한신초등학교 게임왕으로 뽑힌 학생들에게 월요일(19일) 첫 전교생 조회시간에 상장을 주고, 전교생과 함께 축하해 줄 계획도 잡았다.
“단순하게 게임만 즐기는 것이 아니라, 게임을 하면서 크게는 소프트웨어산업의 중요성이나 인터넷 예절, 게임창작 의욕 등을 함께 가르칠 수 있습니다. 학교는 무조건 금기시하고, 아이들은 어떻게든 즐기는 대립구조로 가서는 절대 게임의 긍정적 교육효과를 살릴 수 없습니다.”
한신초등학교는 이르면 다음 학기부터 교내 게임대회를 전학년 대상으로 확대해 대규모로 치를 예정이다. 차제에 내년부터는 1년 교과과정의 정식 행사중 하나로 정례화하는 방안도 고려중이다.
“이번 게임대회를 개최하고 나서 저학년 학생들이 ‘교장선생님, 업어 드릴테니 우리도 참가할 수 있는 게임대회를 만들어주세요’ 라고 응석을 부리는 것을 보고, 게임에 대한 욕구가 얼마나 강한지 실감했습니다.”
황병무 교장은 저학년 학생들은 학부모들과 한 팀을 이뤄 참가하거나, 학년 단위로 게임종목을 다양하게 확대하는 방안도 추진키로 했다. 이진호기자@전자신문, jholee@
<특별기획팀>
<팀장 이경우기자@전자신문, kwlee@·이진호기자@전자신문, jholee@·류현정기자@전자신문, dreamsho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