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개인용 컴퓨터(PC)업체인 델의 최고경영자(CEO)가 16일(현지시각)을 기점으로 창업자인 마이클 델에서 케빈 롤린스 사장으로 바뀌었다. 이로써 지난 1984년 단돈 1000달러로 델을 창업한 마이클 델은 20년 만에 CEO 자리를 후임에게 내주게 됐다.
하지만 마이클 델은 회장으로 남아있으면서 장기 비전, 전략적 제휴 같은 굵직굵직한 분야에서 계속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보여 델의 지도력은 40대의 마이클 델 회장과 50대의 케빈 롤린스 CEO라는 쌍두마차에 의해 발휘될 것으로 보인다.
롤린스 새 CEO는 지난 1996년 델에 입사해 2001년 사장 겸 최고운영임원(COO)에 올랐다. 델에 합류하기 전 세계적 컨설팅기업인 베인&컴퍼니에서 부사장과 파트너를 지낸 그는 텍사스대학 기숙사에서 사업을 시작한 델이 휴렛패커드(HP)를 제치고 세계 최대 PC 기업으로 성장하는 데 공헌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EMC와 스토리지 분야 협력을 주도했으며 델이 제품 가격 인하를 통해 매출을 크게 늘리는 데에도 한 몫했다.
올해 51세인 그에게 부여된 최대 과제는 델을 연 매출 600억달러 회사로 성장시키는 것이다. 델컴퓨터에서 출발한 델은 최근 사명에서 컴퓨터를 삭제, TV 등 가전 분야에 대해 높은 사업 의지를 나타낸 바 있다. 롤린스는 ‘매출 600억달러의 델’을 실현하기 위해 ‘저가 공세’ 전략을 그대로 계승하는 한편, 새 시장 개척에 적극 나설 것으로 보인다. 또 PC 시장 정상 자리에 안주하지 않고 서버, 스토리지, IT 서비스 등 상대적으로 취약한 분야에도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영업력을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드웨어 ‘전문’인 델이 보다 많은 소프트웨어업체들을 동맹군으로 확보하는 것도 그에게 부여된 과제다. 이미 델은 오라클, SAP 같은 굴지 소프트웨어업체들과 협력을 확대하고 있는 데 오라클의 ‘스탠더드 에디션’ 소프트웨어가 서버에 번들로 제공되는 것은 델 제품이 유일하다. 또한 델은 소프트웨어업체 VM웨어의 가상화 소프트웨어(ESX 서버)를 자사 서버에 채택하고 있다.
격화되고 있는 숙적 HP와의 경쟁에서 승리하는 것도 그가 풀어야할 숙제다. 델과 HP 모두 PC시장 성숙에 따라 가전 분야쪽으로 사업을 확대하고 있어 그만큼 두 회사간 전선도 넓어지고 있다.
한 시장 전문가는 “델의 CEO 교체는 지난 2002년 3월 있었던 IBM의 CEO 교체와 달리 변화의 폭이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면서 “IBM은 샘 팔미사노가 새 CEO가 된 이후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 인수, 온 디맨드 전략 가동, 디스크드라이브 등 비수익 사업 정리, 감원 같은 큰 변동을 겪었지만 공격적 가격 정책으로 유명한 델은 기존 전략을 그대로 고수하면서 새로운 시장 개척에 보다 힘을 기울이는 쪽으로 나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케빈 롤린스 약력
▶51세
▶베인&컴퍼니 부사장 역임
▶델 입사(1996년)
▶델 사장 취임(2001년)
▶델 CEO 취임(2004년 7월)
방은주기자@전자신문, ejb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