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시대 폐기물이 넘쳐나고 있다. 폐 휴대폰은 연간 1000만대씩 쏟아져 나오고, 디지털TV(DTV) 보급이 본격화하면 수백만대의 아날로그TV가 고스란히 쓰레기로 둔갑할 전망이다. 사무용 PC와 프린터, 전화기, 카메라 등도 일부는 회수되지만 대부분 버려지거나 사무실과 가정의 골칫덩이가 됐다. CDMA장비 같은 통신장비도 수출길이 막혀 고철로 팔릴 정도다. 이대로 가다간 디지털 폐기물이 온 나라를 뒤덮어 ‘제2의 핵폐기물’이나 ‘디지털 쓰레기 대란’이 초래될 것이라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그러나 회수는 물론 재활용은 극히 미미해 국민 경제와 산업에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뒤늦게 대책 마련에 나섰으나 사전 준비 미흡으로 논의가 겉돌고 있다. 폐 휴대폰의 처리가 그렇다. 정부는 내년부터 생산자 책임 아래 폐 휴대폰 회수를 의무화하고 시범사업을 추진중이나 사업자와 단말기업체의 책임 전가로 몇 달째 평행선을 긋고 있다. 이로 인해 이달 수원지역에서 시작하려던 폐 휴대폰 수거 시범사업은 결국 다음달로 늦춰졌다.
환경부에 따르면 지난 2002년 폐 휴대폰 발생량은 1300만대에 달했으나 회수는 고작 400만대 규모에 그쳤다. TV 역시 한국전자산업진흥회에 따르면 지난해 298만6497대가 판매됐으나 회수율은 11.1%인 33만4000대밖에 되지 않았다.
재활용이 너무 적은 것도 문제다. 납과 카드뮴·베릴륨 등은 인체에 해롭고 재활용 가치도 없으나 금·은·팔라듐·로듐 등은 재활용할 경우 경제성이 높다. 일부 폐기물은 조금만 고치면 수출제품화할 수 있다. 하지만 일부 저개발국가에 낡은 국산 버스나 오토바이가 활개를 치는 것과 달리 중고 국산 휴대폰과 TV는 보기 힘들다. 그래서 회수체계를 일원화해 대량물량을 확보하는 중고 디지털 제품 전문 수출 업체의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업계 일각에선 중고 수출이 현 생산 제품의 시장만 잠식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으나 어차피 경쟁 상대인 중국 기업에 고급화로 차별화하는 상황에서 전혀 걱정거리가 아니다. 아니면 국내 영세 가정과 저개발국에 정보격차 해소용으로 공급해도 된다.
전문가들은 업계의 부담을 덜어주고 환경 문제도 해결하면서 중고 수출을 하기 위해서라도 디지털 폐기물 처리를 더는 늦출 수 없다며, 특히 정확한 폐기물 현황 파악과 아울러 회수 및 재활용 체계 구축이 시급한 과제라고 지적했다.
한국전자산업환경협회 송효택 팀장은 “소비자가 폐 휴대폰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몰라 쓰레기 봉투에 버리는 경우도 적지 않다”면서 “국내 재활용은 물론 해외 수출도 가능한 만큼 범정부 차원의 다양한 회수 및 처리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신화수기자@전자신문 hsshin@
박승정기자@전자신문 sj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