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연연 기관장 아름다운 퇴임 잇따라

 ‘후배들에 길을 열어주기 위해 용퇴를 결심했다.’

 19일 과학기술계에 따르면 임기가 만료된 대덕연구단지 정부출연연구기관 및 정부 산하기관장의 용기있는 퇴임 선언이 잇따르며, 이들에 대한 찬사가 이어지고 있다.

 이달 들어서만 한국기계연구원과 대덕연구단지 관리본부 기관장이 대외적으로 퇴임을 선언했다. 또 지난 4월 자리를 물려주고 깨끗이 떠난 전 한국과학재단 이사장과 전 천문연구원장 등이 ‘아름다운 퇴임자’로 대덕연구단지에서 거론되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육군사관학교나 서울대 등 명문대를 나와 해외유학까지 마친 과학기술계의 중추적인 인물로 자리 욕심을 낸다면 과학기술계도 괄시하지 못할 탄탄한 인적 네트워크를 지닌 인물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연의 업무인 연구원으로 돌아가거나 그동안 쌓은 노하우를 후학들에게 전수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등 조용히 과학기술계를 지원하겠다는 입장을 스스럼없이 밝히고 있다.

 오는 29일 임기가 만료되는 기계연구원의 황해웅 원장(64)은 정부의 최고위급 인사와 육사 동기에 국방과학연구소(ADD) 소장까지 역임했다. 이른바 ‘탄탄한 줄’(인맥)으로 오지랖이 넓어 주위에서는 본인이 원하기만 하면 3선 연임을 못할 것도 없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황 원장은 그러나 용퇴를 선언하며 “기관장이 때를 보고 물러날 줄 알아야 한다”며 “이번에 물러나는 것은 용퇴라기 보다는 후배들에 대한 예의”라고 강조했다.

 황 원장은 “앞으로 기계연 30년사를 테마별로 정리하고 강연 등을 통해 과학 대중화에 앞장서고 싶다”는 의견을 나타냈다.

 현재 공모가 진행중인 권갑택 대덕연구단지 관리본부 이사장(62)도 “자리에 연연하기 보다는 새로운 사람을 위해 깨끗하게 물러서는 아름다운 모습을 보이고 싶다”며 지난달 용퇴를 선언했다.

 권 이사장은 “자리에 미련을 갖고 물밑에서 움직이는 모습이 오히려 추해 보일 수 있다. 비록 보직은 없더라도 원로로서 할 일을 찾을 것”이라며 앞으로는 지원세력으로서 과학기술계에 헌신할 뜻을 내비쳤다.

 권 이사장은 행정고시 출신으로 과학기술부 원자력실 안전심사관, 기술협력 국장, 기획관리실장 등을 거친 행정 및 기획 통이다.

 또 지난 4월 퇴임한 전 한국과학재단 김정덕 이사장(62)은 일선에 직접 나서기보다는 과학재단의 전문경력인사 초빙활용지원 프로그램에 따라 선문대에서 그동안의 경험을 현장에 접목시키는 작업으로 과학기술계에 기여할 방침이다.

 한국천문연구원장을 지낸 이우백 박사(54)도 50대의 나이에 자리를 물려주고 그동안 못다한 연구에 평생을 헌신하겠다며 연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외에도 내년 상반기 임기가 만료되는 K기관의 모 기관장도 “임기가 아직 많이 남은 상태에서 레임덕 때문에 퇴임 선언을 보류하고 있을 뿐 훌륭한 후배들을 위해 자리를 물려주고 싶다”고 속내를 들어냈다.

 대전=박희범기자@전자신문, hb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