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디지털 TV(DTV)시장이 미디어 황제 루퍼트 머독의 영향력 아래로 떨어질 전망이다. 머독의 뉴스 사업부문을 담당하는 뉴스코퍼레이션(하퍼콜린스, 더 타임스, 뉴욕포스트, TV 가이드)이 실질적 주주로 있는 NDS가 국내 위성방송, 케이블 TV 등 디지털 시대 핵심기술인 수신제한시스템(CAS:Conditional Access System)을 대부분 장악했기 때문이다.
◇차세대 디지털 미디어 시장 장악=이번 KDMC의 결정으로 머독이 향후 디지털 방송 시장에서 장악할 수 있는 가입자는 대략 630만세대에 이른다.
스카이라이프, KDMC, BSI, CJ케이블넷 등 4개 위성, 케이블 메이저 방송사업자의 가입자 셋톱박스, 홈서버에 모두 NDS의 CAS가 깔릴 경우 향후 DTV 시장은 머독의 힘에 의해 주도될 가능성이 높다. NDS의 CAS로 결정한 케이블 3개 사업자는 공히 전국사업자로 성장할 가능성이 농후해 추후 나머지 SO도 자연스럽게 NDS의 영향력 아래로 들어올 개연성이 높다. 여기에 위성방송 시장의 성장과 정부가 추진중인 DTV 보급방안, 홈네트워킹 서비스를 고려하면 무려 1000만세대 정도가 NDS 수중에 떨어진다.
NDS는 셋톱박스 업체로부터 셋톱박스 대당 3∼4달러, 스마트카드 개당 8∼10달러의 로열티를 받게 된다. 1000만명 기준으로 환산하면 1800억원대에 이르는 큰 금액이다. 향후 POD로 바뀔 경우 로열티는 개당 20달러까지 올라가며 이 경우 NDS는 3000억원에 이르는 막대한 로열티 수입을 올리게 된다. 여기에 DTV 시장 확대에 따른 다양한 서비스 모델이 나올 경우 그 수치는 천문학적인 단위로 늘어날 수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가 인터넷 표준을 장악해 폭발적인 수익을 올렸다면 NDS는 CAS로 국내 디지털 미디어 산업 장악을 통해 같은 효과를 노리고 있는 셈이다.
◇독과점 폐해 우려 목소리=CAS는 유료방송을 제한 수신하는 것은 물론 개별 프로그램 유료시청(PPV), 주문형비디오(VOD), T커머스 등의 양방향 서비스가 구현되는 데 필수적인 기술이다.홈쇼핑, T커머스, T광고, 원격제어 등 차세대 성장동력 산업인 홈네트워크 산업에서 필수적인 TV포털 서비스가 모두 NDS의 CAS를 통해 이뤄진다. 총아로 각광받을 VOD, 쇼핑, 게임, 인터넷, 교육 등 모든 서비스가 그 대상이 된다.
머독계열의 NDS가 차세대 디지털 위성, 케이블 방송의 CAS기술을 이처럼 독점하고 있는 경우는 세계적으로 유래가 없다.
복수의 CAS를 가능케 해주는 표준인 ‘사이멀크리프트’가 있긴 하지만 현실적으론 불가능하다. 스카이라이프의 한 관계자는 “CAS는 한번 맺으면 끊기 어렵다”며 “사이멀크리프트가 기술적으로는 가능하지만 사업적으로는 부담이 너무 크다”고 지적한다.
업계는 독과점이 도래할 경우 가장 우려되는 대목으로 ‘가격 협상력 저하’를 꼽는다. CAS업계 관계자는 “방송사업자가 향후 PVR, VOD, 양방향서비스 등 각종 부가서비스를 하려고 할 때마다 NDS와 협상을 해야 하고 이때 추가 비용을 요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른 한편으론 해킹의 위험성을 지적한다. 가입자수가 많은 만큼 해킹에 노출될 개연성이 높다. 한 관계자는 “유료방송은 어차피 해킹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며 “해커 입장에서는 NDS가 가장 매력적인 공격 대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NDS코리아의 김덕유 지사장은 “당장 우리가 630만세대 가입자에 CAS를 보급한 것은 아니다”라며 “사업자가 시스템안정성 등에서 NDS가 우수해 선택했을 뿐이며 독식이라고 볼 수 없다”고 반박했다.
김상룡·성호철기자@전자신문, srkim·hcs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