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사전에서 ‘이름’의 뜻에는 다음과 같은 설명이 있다.
‘①사람의 성 뒤에 붙여, 그 사람만을 가리켜 부르는 일컬음. ②성과 이름을 아울러 이르는 말. ③다른 것과 구별짓기 위해 사물이나 단체에 붙이는 일...⑨남을 대하기가 떳떳한 처지, 체면, 체통.’
출생을 하면 누구나 갖게 되고 주검이 될 때까지 함께 하는 ‘이름’은 ‘그 사람을 가리키는 명사’ 외에도 또 다른 역할을 하는 것을 심리학 실험을 통해 알 수가 있다.
얼굴을 가리고 전기 쇼크를 가하는 일을 시키면 사람은 냉혹할 정도로 잔인해진다. 반면 큰 이름표를 붙인 후 같은 일을 시키면 훨씬 동정적이 된다. 자기가 어디의 누군지를 알 수 없게 되는 상태, 즉 익명의 상태가 되면 명예심도 책임감도 없어지고 동물적인 충동이 강해진다는 것이다. 심리학에서는 이러한 현상을 몰개성화 현상이라고 한다. 이와 반대되는 현상을 개성화 현상이라고 부른다. 이름표를 달고 얼굴이 잘 보이게 되면 똑같은 일이라도 명예심, 양심, 책임감을 느껴서 보다 인간적인 행동을 하게 되는 것이다.’
사람의 이름은 구속력과 동시에 명예와 양심에 호소해 책임감을 갖게 하는 효과가 있다. 상대의 이름을 확실히 부르는 것은 능률을 높이기도 한다.
‘이름 가치’의 중요성을 많은 이들이 공감하고 있지만 정치인들 만큼 이름의 가치를 중시해야 직업도 없다. 정치인에게 ‘이름’은 ‘그 사람을 가리키는 명사’ 그 자체가 아니라 자신의 가치를 나타내는 매개이다. 심리학 실험에서 엿볼 수 있는 것처럼 그 이름으로 인해 구속력과 동시에 책임감을 갖게 하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이름’을 통해 국민은 해당 정치인의 행동을 감시할 수 있고 의사소통이 시작되는 것이다.
“‘국회의원 김선미’를 인터넷주소로 등록한 후 유권자와 더욱 가까워졌습니다. 홈페이지 접속률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데요, 한글인터넷을 통해 유권자들이 쉽게 저의 홈페이지 찾아오고 사이버상에서 대화를 나눌 수 있게 됐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자신의 이름을 인터넷주소로 쓰는 이유에 대해 김선미 의원(열린우리당)은 스스로 크게 호평했다.
김의원은 지난 6월 한글인터넷주소 뿐 아니라 ‘김선미의원@메일’이란 한글 전자우편도 사용하고 있다. 이름을 인터넷과 메일 전면에 내세운 것은 자신의 이름을 기억하고 있는 유권자들과의 만남을 위해서다.
김 의원처럼 자신의 이름으로 된 한글인터넷주소를 소유하고 있는 국회의원은 17대 국회 의원 299명 중 96%가 넘는 290명. 이 같은 수는 선거에서 홍보 수단으로 각광을 받았기 때문이다.
홈페이지에 자신의 명패를 갖고 있는 김한길 의원(열린우리당)은 지난 2002년 10월부터 ‘김한길’과 ‘한길로’라는 한글인터넷주소를 사용하고 있다. 김포 시장 시절부터 정보화 교육에 관심을 가진 유정복 의원(한나라당)도 4년 전부터 ‘유정복’이란 한글인터넷주소를 이용하고 있다.
유의원 역시 “영어를 어려워하는 장년층 이상의 주민들이 홈페이지를 쉽게 찾을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다 한글인터넷주소를 알게 됐습니다. 영문 주소와 병행하여 홍보하는데 주민들의 반응이 좋습니다”라고 말했다.
정보통신부 차관 출신인 변재일 의원 역시 한글 인터넷주소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아예 명함에 ‘홈페이지 주소는 한글로 변재일을 치세요’라고 적혀있다. 접근성이 용이한 인터넷 주소로 철저하게 지역구를 관리하고 있다.
한글 전자우편주소의 보급도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오명 과학기술부 장관은 한글 전자우편주소가 개발되자마자 가장 먼저 등록한 경우다. 등록 순서가 열 손가락 안에 꼽힐 정도다. 과학기술에 대한 해박한 지식이 바탕이 됐지만 한글 전자우편 주소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브랜드 전문가들이 제안하는 전략 중 하나가 ‘커뮤니케이션 기술을 배우고 적극 홍보하라’이다. 커뮤니케이션 기술이 없으면 자신의 능력을 사람들에게 전달하는 주요한 단서가 되고 일의 추진력과 밀접하게 관련이 있기 때문에 배우고 활용하라는 것이다. 흔히, 자신의 능력을 제대로 표현해내지 못하기 때문에 조직에서는 그저 묵묵히 일 잘하는 사람으로 각인되는 경우, 이는 새로운 프로젝트를 주도적으로 이끌어나가지 못하고 점차 주어지는 일만 하게 되고 도태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정치권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정치적 이슈를 제공하면서 계속 주목을 받고 국민을 대변해 앞장선다고 인식이 확산될 때 커뮤니케이션에서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
“인터넷에서 모든 계층이 쉽고 편리하게 만날 수 있고 자유롭게 의사소통이 일어날 수 있길 기대한다”는 한화갑의원(민주당)의 말처럼 인터넷은 이미 핵심적인 커뮤니케이션의 기술로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한글 인터넷주소와 한글 전자우편주소는 의사소통의 장으로서 총선과 대선, 또 정치수단으로 크게 각광받고 있다. 누구보다 민족의 자존을 내걸어야 할 정치인에게 ‘한글’이 최고의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주간 한글인터넷주소 순위·이슈]
‘http://한나라당’ =지난 19일에 있었던 한나라당 대표 선출로 여론이 집중돼 ‘http://한나라당’이 주간 변동률에서 급상승, 순위 1위에 올랐다. 박근혜 대표 재선출로 당내외에서 마찰이 심화된 가운데 앞으로 한나라당의 행보가 주목된다.
‘http://청와대’ =대통령의 재신임 발언, 국방부 대수술론 등으로 하루도 바람잘 날 없는 청와대의 한글인터넷주소가 검색어 순위에서 급상승했다. 청와대에서 발생하는 일 하나하나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네티즌들의 관심에 청와대 문턱이 다 닳을 정도.
‘http://파리의 연인’ =시청률 50%를 넘어 어느덧 국민드라마가 되어버린 SBS 주말 특별기획드라마 ‘파리의 연인’이 네티즌들의 손길마저 끌고 있다. 신데렐라 얘기라며 무시하던 시청자들까지 끌어들인 드라마 ‘파리의 연인’의 인기가 언제까지 지속될지 궁금하다.
‘http://박근혜’ =압도적인 지지율로 한나라당 대표에 재선출된 박근혜 의원의 한글인터넷주소가 인기순위 상위에 올랐다. 친일청산법 재추진, 청와대 저질패러디로 심기가 불편한 그이지만 네티즌들의 인기에서 만큼은 ‘박근혜 전성시대’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 정도.
‘http://파란’ =KT그룹이 기존 한미르 사이트를 업그레이드해 재탄생시킨 포털사이트 파란이 지난 17일 개통하며 네티즌들의 눈길을 사로잡있다. 전자우편, 블로그, 미니홈피, 커뮤니티, 게임 등 다양한 서비스를 통합한 원스톱 포털로 업계의 ‘파란’을 일으킬지 지켜볼 만하다.
‘http://유영철’ =몇 일 전 무더위를 한방에 잠재운 ‘리얼 호러’, 시원하다 못해 오싹하게 만드는 한글인터넷주소가 등장했다. 자그마치 20명이 넘는 사람들을 살해한 연쇄살인범 ‘유영철’의 한글인터넷주소는 잔인한 연쇄살인범에 대한 뉴스로 연결된다. ‘http://이동건’ = 드라마 ‘파리의 연인’으로 순식간에 만인의 연인이 되어버린 이동건이 인기 검색어에 올랐다. 한글인터넷주소 `http://이동건`은 배우 이동건의 홈페이지로 이동건의 매력에 빠져 헤어나오지 못하는 뭇 팬들로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미니캠페인]벤치마크(benchmark)->견주기
벤치마크는 측량에서의 수준 기표와 같이 그곳에서부터 측정이 행해지는 기준점을 말한다. 혹은 그에 대하여 여러가지 제품의 비교가 이루어지는 대상물을 말한다. 각종 컴퓨터의 성능, 즉, 계산속도나 처리능력을 비교하기 위한 특정한 문자나 프로그램을 말하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비교해 따라하기 정도로 인식하는 것이 좋다. 우리말로 풀이할 때 ‘견주기’가 가장 저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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