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이데이]열대夜! 쇼핑가자

열대야도 ‘대목’이다.

 장마가 끝나면서 연일 무더위가 이어지고 있다. 무더위는 낮과 밤을 가리지 않는다. 특히 올 여름은 10년만의 무더위라는 것을 확인해주듯 한 밤에도 30도를 웃도는 열대야가 지속되고 있다. 이 때문인지 에어컨을 최고로 틀거나 한강 둔치, 시원한 나무 밑을 찾아 더위를 달래 보지만 영 시원치 않다. 한 여름 밤, 습한 기운에 날씨까지 덥다면 뜬눈으로 밤을 새기가 일쑤다.

 유통업계가 이를 놓칠리 없다. 한여름 잠 못 이루는 ‘올빼미 족’을 겨냥한 ‘열대야 마케팅’에 사활을 걸고 나선 것. 수박같이 시원한 프로모션과 이벤트를 마련하고 더위로 심신이 지친 쇼핑족들을 유혹하고 있다.

 ◇TV홈쇼핑·인터넷 쇼핑몰=주요 TV홈쇼핑 업체는 22시에서 02시에 이르는 심야 시간대에 디지털 가전·레포츠·란제리 편성을 크게 강화하고 있다. 특히 자정을 전후한 3시간∼3시간30분 대에 대형 특별 프로그램을 편성하고 잠 못 이루는 고객을 공략하고 있다. LG홈쇼핑은 이달 ‘아웃도어 특별전’ ‘여름 미인 만들기 프로젝트’ ‘무더위 특급작전’ 등 초대형 프로그램을 자정을 전후해 배치하고 카오디오·카네비게이션·다이아몬드 필링기와 같은 전략 상품을 편성했다. 이 회사 한상욱 과장은 “무더위 속 심야 고객이 늘어나면서 전략 상품을 아예 자정 이후에 편성하고 있다”고 말한다.

 CJ홈쇼핑도 심야 시간에 신설한 ‘김선희의 생생 뷰티클럽’ ‘미싱 도로시’ ‘한밤의 뷰티샵’ ‘토요일 밤의 뷰티 카페’ 등 여성 전용 프로그램 매출이 호조를 보이고 있다. 매주 금요일 밤 방송되는 ‘김선희의 생생 뷰티클럽’은 한 밤의 프로그램 임에도 외국 현지 판매 백화점, 생산 공정 등 다양한 현장 자료를 활용한 생생한 방송으로 일약 인기 프로그램으로 올라섰다. 뷰티클럽은 다른 이·미용 프로그램에 비해 30% 정도 높은 시간당 3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우리홈쇼핑도 심야 시간 중 홈쇼핑 방송을 시청할 주요 고객층인 직장 여성을 대상으로 상품 판매 방송 편성을 대폭 바꿨다. 지난 7월 초부터 제모 제와 기능성 화장품·다이어트 상품 등 이·미용품 판매 비중을 기존 0.5회에서 2회로 대폭 늘린 것. 바캉스철을 맞아 노출에 대비한 상품이 늘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또 심야 시간대 밤잠을 못 이루는 남편과 함께 홈쇼핑 방송을 시청하는 가구를 대상으로 에어컨·HD TV·컴퓨터·노트북·여행 상품·보험 상품 등 고가 상품을 전략적으로 편성했다.

 인터넷 쇼핑몰도 열대야를 피해 네티즌이 찾는 주요 쇼핑 공간이다. LG이숍(http://www.lgeshop.com)은 이에 ‘수영용품 50% 세일기획전’을 열고 있으며, 더위 탈출 브랜드 에어컨 총 출동, 여름나기 침구전, 여름 언더웨어 브랜드 대전, 여름 건강식품 총 출동 등 다양한 여름 기획전을 신설할 예정이다. 인터파크(http://www.interpark.com)도 바캉스와 올빼미 족을 겨냥해 19일부터 아웃도어 용품과 의류·선글라스·수영복·패션소품 등 바캉스 준비에 필요한 모든 상품을 할인해 주는 ‘2004 썸머 바캉스 용품 최저가전’을 진행중이다.

 ◇백화점, 할인점=백화점과 할인점 등 오프라인 유통업체도 열대야를 이길 수 있는 ‘쿨(cool) 마케팅’에 적극 나서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8월 중순까지 수도권 전점 로프티 매장에서 숙면을 도와주는 기능성 베개를 한데 모아 판매한다. 압구정 본점은 장미차와 장미주스를 선보였다. 롯데백화점은 영화 ‘인형사! 시사회(27일·영플라자)’ ‘쿨 서머 콘서트(23∼25일·청량리점)’ ‘재즈 공연(24∼25일·잠실점)’ 등 다양한 야외 공연을 마련했다. 안양점은 20∼25일 ‘더위극복 체험 존’을 열고 전통 부채 만들기, 퓨전 국악공연 등 고객이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행사를 진행한다. 패션몰 명동 밀리오레는 매일 저녁 6시30분부터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사랑의 노래방’ ‘댄스 공연’ 등 야외 무대를 활용한 다채로운 행사를 연다.

 할인점도 더위를 피해 밤늦게 쇼핑하는 ‘올빼미족’을 겨냥한 심야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이마트에서는 미용실과 동물병원은 밤 11시까지, 병원은 밤 10시까지로 영업 시간을 연장했다. 명일점과 안산 고잔점은 홈시어터 매장에 의자를 마련해 놓고 아예 가족 단위 쇼핑객이 영화를 관람할 수 있게 했다. LG마트는 8월 15일까지 3, 6, 9로 끝나는 날 오후 8시 이후 매장을 방문하면 마일리지 보너스 포인트를 두 배로 적립해 준다. 또 매주 금∼일요일 오후 8∼10시 ‘에어볼 로또 이벤트’를 열고 상품권, 주방 세제 등을 선물로 준다. 그랜드마트는 8월 말까지 ‘심야쇼핑 알뜰 기획전’을 연다. 그랜드 계양점은 이달 말부터 금∼일요일 폐점시간을 밤 11시 30분에서 12시로 30분 연장하고, 8월 초 건물 옥상에 야외 특설무대를 마련, 영화를 무료로 상영한다. LG유통 마케팅팀 하태승 부장은 “더운 여름철에는 오후 10시 이후에 고객 수가 크게 증가한다”며 “고객들이 매장에서 재밌게 쇼핑할 수 있도록 야간에만 열리는 이벤트를 기획 행사 형태로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강병준기자@전자신문, bjk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