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신문과 대덕 IT 포럼이 공동 주관한 ‘제13차 정기 포럼’이 지난 20일 대덕밸리테크노마트 대회의실에서 열렸다. ‘대덕밸리 IT 산업 육성’을 주제로 한 이번 포럼에는 대학 교수와 연구원, 대전시 관계자, 국내 IT 벤처분야 전문가 등 산·학·연·관 관계자 200여명이 참석해 대덕밸리 IT 산업의 현 주소를 짚어보고 지역의 IT 비전을 제시하는 등 심도 있는 토론을 벌였다. 편집자주
△토론 참가자
박용규 <삼성경제연구소 책임연구원>
한의현 <대전시 경제과학국장>
정재용 <한국정보통신대학교(ICU) 교수>
안기홍 <한밭대 교수>
이석봉 <대덕넷 대표>
사회=진성일 충남대 교수<충남대 교수·대덕IT포럼 부회장>
◇사회(진성일 충남대 교수)= 대덕밸리는 아직까지 클러스터 구축 측면에서는 부족한 점이 많다. 클러스터와 전략에 대한 연구를 진행한 박용규 박사에게 먼저 들어보겠다. 대덕밸리 IT 산업의 클러스터와 전략을 어떻게 가져갔으면 좋은지 설명해 달라.
◇박용규(삼성경제연구소 책임연구원)= R&D 특구와 지역 움직임에 대해서는 많은 소개가 이뤄진 것으로 안다. 서울에서도 현재 대덕밸리 움직임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평소 R&D 특구에 대해 느낀 점은 특구법을 만들면 과연 실리콘밸리처럼 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점이다. 대덕밸리의 주체들이 얼마나 큰 확신을 하고 있는지 역으로 질문해보고 싶다. 중국 중관촌 조성시 10년내 대만 신주(新竹)를 따라잡고 다시 10년내에 미국 실리콘밸리를 따라잡을 것이라 했다. 여하튼 중관촌은 성공적인 궤도에 올랐다. 이에 반해 대덕밸리는 제도가 정착됐을때 과연 중관촌처럼 될 것인지 묻고 싶다.
우려해서 얘기하면 정부가 R&D 특구를 조성하면서 의존성을 오히려 키우는 것 아닌가하는 것이다. 성공하기 위해서는 의존성을 버려야하는데 과연 가능할지 여부가 무척 의문스럽다. 더욱이 특구로 발전시키는 과정에서 공공부문의 시장 실패는 어떻게 할 것인가. 클러스터의 발전의 장애 요소는 무엇이고 그러한 장애 요소를 어떻게 찾아낼 것인가가 문제다. 일에는 우선 순위가 있다. 시장 실패 요인과 발전 저해 요소를 해소하는데 주력해보자.
대전에서는 어떻게 할 것인가. 지원중심으로 간다면 이는 특구가 나갈 방향과 맞지 않는다. 지원보다는 장애 요소를 제거하는데 중심을 뒀으면 한다. 대덕밸리의 연구 역량과 창조 역량은 우수하지만 장점이 연구 역량쪽에 치우쳐 있다. 강점을 더 강하게 가져가는 것도 전략이지만 부족한 부분을 어떻게 할 것인가도 생각해봐야 한다. 출연연에서 스핀오프 된 기업이 800여개 되는데 벤처들이 출연연 만큼 대접을 받고 있냐면 오히려 상대적으로 거리감을 두고 있는 실정이다. 성공형 클러스터가 되기 위해서는 대덕밸리에서 마음껏 경영활동하고 하고 인정받을 수 있는 문화가 정착돼야 한다.
◇사회= 지역혁신체계(RIS) 사업 등과 관련해 대덕 R&D 특구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대전시의 IT 지원 정책에 대해 들려달라.
◇한의현(대전시 경제과학국장)= 대전시의 IT 분야가 전략산업으로 선정된 것은 국가혁신시스템 차원에서다. 지역혁신체계 시스템 차원에서 지역혁신 5개년 계획을 수립, 추진 중이다. IT는 대전시의 4대 전략 산업 가운데 첫 번째 전략산업으로 생각할 만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대덕밸리는 지난 2000년 벤처 붐 이후 현재까지 800여개의 기업이 활동하고 있다. 이 가운데 400여개가 IT 벤처이다. 연간 200억원 이상 매출 기업이 다수 생기고 있다.
대전시는 첨단산업진흥재단 중심으로 소프트웨어 사업단의 활동이 활발하다. 고주파 사업은 50% 진척을 보이고 있다. 대전시전략산업단에서도 최근 IT 육성 방안을 마련 중에 있다. 대덕밸리테크노마트도 지난 1일 개관해 운영중이다.
첨단문화산업클러스터는 엑스포과학공원에 3만8000평 규모로 사업을 추진, 내년 7월 완공한다. 우수벤처기술개발여건 조성을 위해 건당 2000만원씩 지원한다. 대외 경쟁력 제고 차원에서는 독일 프라운호퍼 연구소와 협약을 맺어 지원중이다.
입지지원 조성사업은 대전시 129만평에 150개 업체가 입주할 부지를 조성중이다. 행정수도 이전시 기업들이 몰려올 것에 대비, 신규단지 200만 평 규모로 조성 계획중이다.
산업화 종합지원기구도 설치할 예정이다. 결국 벤처 추가 입지 공간 확보가 관건인데 기존 건폐율을 20%에서 30%로 높여줄 것을 건의했다. 그린벨트 36만평을 해제해 벤처기업들이 입주토록 할 예정이다.
벤처기업육성촉진지구 사업도 활성화하려 한다. 현재 우리 시 차원에서 IT 발전방향에 대한 로드맵을 마련하고 있고 11월에 발표할 예정이다. 이번 포럼에서 거론된 내용을 대덕 R&D 특구 육성법에 반영토록 하겠다. 국내적으로는 대덕밸리를 산업의 메카로, 국제적으로는 허브도시로 육성할 수 있도록 최선 다하겠다.
IT 전용벤처타운은 90억원의 예산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중기청에 예산 지원을 요청해 놓았으며 자금이 확보되는 대로 올 연말 착공해 내년말 기업들이 입주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정재용(ICU 교수)= 박태웅 ETRI 그룹장이 조금전에 발표한 주제발표 내용은 R&D 특구 육성 정책이 마련되고 있는 시점에서 중요한 시드가 될 것이다. 긍정적인 방향이 되고 있지만 지역발전적인 차원에서 보유하고 있는 자원은 무엇인가, 어떻게 레벨화할 것인가 하는 육성책 마련이 절실하다.
박 그룹장이 제시한 8개 안과 관련, 연구기획단계에서부터 상업화 방안이 잘 마련돼야 순조롭게 추진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분야별 선정에 있어서도 디지털콘텐츠 및 게임에 대한 분석이 선행돼야만 강한 어필이 가능해진다.
산업융합화센터 설립은 좋은 제안이다. 융합화 센터가 설립되면 한곳에 모두 모여 기술공동체가 가능하다. 기술 개발과 산학연 유기적 관계 형성도 여기서 될 것이다.
IT의 꽃은 상용화지만 디지털 콘텐츠와 유기적 분석이 덜 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다. 관련된 대학으로 충남대와 KAIST, ICU등이 인접해 있는 만큼 지역 대학간 역량분석 등이 잘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사회= 대전시에서 배출하는 인력은 많지만 실질적으로 산업체에서 필요로 하는 우수 인력과는 다소 괴리감이 있다. 대학의 인재 육성 방안을 말해 달라.
◇안기홍(한밭대 교수)= 인력사업과 관련해 한밭대서 누리(NURI)사업단을 맡고 있다. 현재 대덕밸리의 업체들이 요구하는 실질적인 인력양성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찾는 것이 누리사업의 취지다. 누리사업은 교육을 위한 사업이기도 하지만 지역발전 사업이다. 지역에 필요한 인력을 지역에서 양성, 지역업체에 공급하는 일을 한다.
우리 대전지역의 대학 관계자의 희망은 이 지역에서 배출한 인력이 이 지역에서 취업하고 종사하는 것이 바람이다.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산학 협력, 인력양성 사업 등은 현재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안타까운 것은 대전이 IT가 가장 강점이라고 하지만 어떤 수준에서 얼마만큼의 인력이 필요한지 정확한 통계가 없다. 벤처의 절반이 IT라 하지만 분야별로 기초 자료가 없다. 자본금, 직원수 등의 정도가 실려있는 책자는 봤으나 어떤 분야의 박사·석사급 인력이 필요한지 구체적인 데이터가 거의 없었다.
그래서 누리 첫 사업으로 외주를 발주, 대전지역 벤처가 요구하는 기술 수준과 인력 현황을 분석하려 한다.
산·학·연이 연계된 인력양성을 위해서는 현장실무나 인턴 제도를 도입해야하는데 대전에 대기업이 없고 벤처 중심이어서 수요가 많지 않다. 그래서 유사한 인력군을 묶는 교과과정을 개발할 예정이다.
산업의 특성에서 보면 현장실습이나 인턴 과정을 벤처에서 배우기는 어렵다. 대개 IT 업체는 공간도 없고, 학생들이 그래서 부담스럽다는 말을 한다.
사업단에서는 인턴으로 학생들이 나갈때 PC나 노트북을 사업단에서 지원하는 방안을 고민중이다.
현장실습이나 인턴이 현장에서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업체 관계자가 학교에 와서 강의하고 접촉하는 방법도 있다. 한 학기 겸임교수는 부담스러워 하기 때문에 2∼3주 현장 팀을 가르치는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 학생이 현장에 가서 현장실습 과제를 수행하지 않고 과제를 학생들에게 줘서 학생이 학교에서 지도교수로부터 지도받으며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방법이다. 대신 기업체에서 확신이 서면 채용하는 시스템이 이뤄져야 한다. 부탁하고 싶은 것은 누리가 대학 사업만은 아니다. 대학에서 받아들이고 편의를 제공해 줄 용의는 충분히 있다.
◇이석봉(대덕넷 사장)= 외국에서 우리나라를 전반적으로 평하기를 한국은 산학연 네트워크가 부족하다고 한다. 대덕밸리 여건 좋아도 한국의 전반적인 상황이다. 대덕밸리에는 기업인이 많은데 연구소에서 스핀오프된 기업들이 대부분이다. 연구소는 많이 있지만 지역 전반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관심이 덜해 ‘외화내빈’이라고 본다.
사실 내부에서도 잘됐으면 하는 기대가 있지만 채워지지 않는 안타까움도 있다. 우리가 대덕특구를 힘차게 밀고 나가자고 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그 점은 계속 개선방안을 화두로 고민하고 찾아야 한다. 또 그동안 지나온 과정을 보면 그나마 참여 정부 들어와 작지만 변화의 움직임이 있다.
교수분들은 주목할 대상이다. 대학 연계 측면에서 대학을 초월해 비슷한 테마를 가진 교수끼리 뭉치기 시작했다. 바람직한 변화다. 변화의 씨앗이 잉태될 것이다. 과거에는 기업, 연구소, 대학 등 주체가 제각각 따로 모였으나 IT라는 주제하에 각 주체들이 함께 모이는 것은 볼 수 없던 현상이다. 그런 측면에서 바람직하다.
이 지역은 자원이 너무 많아 오히려 네트워크가 안 된다고 본다. 최근 포항이 과학기술문화 도시를 표방하고 국제 도시를 지향하고 나섰다. 포항이 갖고 있는 연구개발 자원이라고는 포스코와 포항공대 뿐이다. 하지만 포항엔 포항시-포스코-포항공대가 뭉쳐 치고 나갈 수 있는데 반해 대덕은 출연연이 19개나 있음에도 협력이 오히려 어렵다.
대덕밸리 기업 가운데 100억∼200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기업이 일부 있지만 외부에서 보면 별로다. 본인 나름의 목소리를 주장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자원이 많아 목소리가 하나로 뭉쳐지지 않고 네트워크 잘 안되는 것 같다.
대안으로 △프로젝트 중심 △아래로부터의 모임 등도 있을 수 있을 것이다. 이 지역에서 7년간 지켜봤지만 이공계 특성상 개별인자들이 잘 안 움직인다. 연구소나 기업도 비슷해 의사결정자가 결정해야 비로소 움직인다. 이 단계에서 아래로부터의 네트워킹은 어렵다. 자원들을 효율적으로 네트워킹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 주는 것이 시급하다.
지금까지 산·학·연·관·군이 함께 만나 자리를 갖는 적이 연말 빼고 없다. 그런 자리들이 필요하다. 인력양성과 관련해 이쪽은 소위 호연지기, 폭넓게 생각하는 부분이 아쉽다. 한 주제 분야는 해박해도 자신 영역이 넘는 곳에 대한 이해는 부족하다. 연구원 창업 기업이면서 매출액이 1000억원을 넘는 기업이 안 보인다. 과학자들을 만나서 이야기를 들어보면 본인의 뛰어난 점은 강조하면서 남의 장점은 피한다. 상대를 인정하면서 같이 일해나갈 수 있는 풍토가 필요하다.
외형적으로 보여지는 것보다 결과물은 기대에 못미친다. 그래도 지나온 궤적을 보면 뜻 통하는 사람들이 지속적으로 만나고 있어 긍정적이다.
대덕 R&D 특구의 성공을 위해 공감대 형성하면서 산·학·연·군·관 네트워크를 위한 태스크포스팀을 구성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정리= 대전 박희범·신선미기자@전자신문, hbpark·smsh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