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정보기술분야 산·학·관·연을 아루르는 전문가 모임인 정보통신미래모임(회장 정태명)은 지난 21일 오후 서울 코엑스 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오픈 소프트웨어, 과연 열려야 하나’라는 주제로 7월 정기 토론회를 가졌다. 학계와 산업계를 대표하는 공개SW 전문가 30여명이 자리한 가운데 개최된 이날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은 전통 제조업의 첨단화와 고도화를 위해서는 소프트웨어 산업 육성이 무엇보다 시급하고 오픈 소스 기반 소프트웨어(SW)를 통해 국가 경쟁력을 확보해야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김문회 건국대 정보통신대 컴퓨터공학부 교수와 박혁진 리눅스코리아 사장, 천명권 ENK컨설팅 대표가 패널로 참석해 오픈 소스 기반 소프트웨어 산업의 현황과 활성화 방안에 대해 발표했다.
◇정태명(미래모임 회장)=오픈SW에 대한 사회적인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지만 아직도 방법에 대해 또는 어떤 방식으로 공개를 할것인 지에 대해 논란이 많은 것이 현실이다. 먼저 패널들에게 오픈SW의 현 상황을 들어보자.
◇김문회(건국대 교수)=현재 우리 SW기술은 크게 뒤쳐져 있다. MS 같은 기업을 뛰어넘을 기술, 경영, 마케팅 능력이 없다면 이런 상황에선 차라리 오픈SW 산업에 역점을 두는 편이 좋다고 본다. 10년 전에는 컴퓨터공학과 학생들이 HW로직과 OS, SW 기초부터 다 배울 수 있는 환경이었다. 그러나 윈도환경이 고착화되면서 엔지니어가 내부를 건드릴 여지가 없어 단순 OS, 애플리케이션 사용자만을 양산하고 있는 현실이다. 때문에 리눅스처럼 공개된 SW를 통해 원래 전공자들이 해야할 일을 가르쳐야 하며 오픈소스를 정책적으로 밀어줘야 한다.
◇천명권(ENK컨설팅 대표)=앞으로 SW산업은 서비스 산업으로 갈 공산이 크다. SW 자체만으로 돈을 버는 것이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특히 상품화된 SW는 기업이 원하는 기능이 있거나 문제가 발생했을 때 수정할 수 있는 여지가 거의 없다. 이런 문제가 빈발하는 상황임을 감안하면 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기능을 수정하거나 SW구성을 도와주는 서비스 기업들이 늘어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이런 측면에서 우리도 오픈소스의 자원을 활용해 서비스 부분으로 가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박혁진(리눅스코리아 사장)=현재 오픈소스와 관련해선 ‘왜 (소스를)오픈하지 않나’와 ‘왜 오픈소스 기반 SW를 구매하지 않나’ 두가지 중요한 쟁점사항이 있다. 소스를 공개하면 코드의 취약한 부분이 드러나 창피를 당하게 될 우려도 있지만 그보다는 공개를 통해 그만큼 숙제를 안아야 한다. SW 투명성을 확보하면서 지속적인 패치를 하지 않으면 경쟁력 갖출 수 없다는 문제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훌륭한 공개SW를 왜 안쓸까하는 문제는 남는다. 바로 기업문화 때문이다. 예산 담당자는 저렴한 공개SW를 구매할 때 예산을 깎아야 하는 고충이 있다. 또 이로 인해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기업도 없다. 위험을 감내할 수 기업문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공석환(변호사)=오픈SW도 결국 지적재산권에 귀결되는 문제다. 지적재산권이 없을 때 산업이 어떻게 반응가하는 사례는 페니실린이 단적으로 보여준다. 당초 페니실린 개발사는 제조방법을 모두 공개했으나 기대와 달리 30년 동안 아무에게도 관심을 받지 못하는 개발품이 됐다. 아무나 팔 수 있으니까 진입장벽이 없다고 판단한 기업들이 수익성을 우려한 탓이다. 오픈SW도 무료 개념이라기 보다는 오히려 장벽을 쌓아야 한다고 본다. 돈이 안된다고 판단되면 활성화는 요원하기 때문이다. 또 지적재산권을 안걸면 인도와 같은 후발주자에게 다 따라잡힐 것이 뻔하다.
◇박혁진=오픈SW 비즈니스 모델은 공개된 판례를 이용하는 변호사업과 같은 모델로 볼 수 있다. 판례를 이용해 소송을 준비하지만 고수임료에 대해서는 누구도 클레임을 걸지 않는다. 오픈소스SW도 마찬가지다. 기업의 독점에 대한 반발로 나왔지만 실질적으로 고도의 기술을 수반한 개발이 필요하다. 이에 대한 적절한 보상이 있어야 하며 커뮤니티의 열정을 가져가는 착취적인 형태의 관행은 지향되어야 한다.
◇김문회=가장 대중적으로 알려진 리눅스도 SCO가 소유권을 주장해 관심을 끌고 있다. 사실 기업들이 장점이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리눅스를 채택하지 않는 이유도 라이선스 문제 때문이다. 삼성과 같은 대기업도 라이선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 문제를 전담해서 해결해주는 회사와 계약을 맺고 기술적인 컨설팅을 받고 있다. 라이선스 문제는 오픈소스SW와 별도로 따져야하는 문제로 우리도 공개SW를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는 라이선스 소송 전담기구나 회사를 전략적으로 운영하는 것도 좋다고 본다.
◇고현진=지적재산권과 관련해 다양한 의견들이 제시되는데 OS레벨은 오픈 소스기반, 그위 프레임워크나 아키텍처를 만드는 것은 도와주고 애플리케이션 모델은 지적재산권을 보호해줘야 하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이다. 앞으로 소프트웨어 비즈니스는 개념이 바뀔 것으로 본다. 특히 새로운 정보단말기들이 많이 나오는데 어떻게 보면 거기 들어가는 임베디드 SW는 서비스 사용료를 받아 갈 것으로 예상되는데 새로운 시도를 위한 좋은 기회라고 볼 수 있다.
◇설원희(SK텔레콤 상무)=표준 보급형 리눅스를 만들어 필요한 정도 유지보수 비용만 받겠다는 개념이 과연 비즈니스로서 영속성이 있을지는 의문이다. 휴대폰용 OS를 만들어보니까 더 더욱 OS의 중요성과 시장 지배 저변확대에 어려움이 많다는 것을 느낀다. 분명히 의미는 좋지만 결국에는 돈에 관련된 문제라고 본다.
◇신상철(한국전산원 정보화기반구축단 단장)=일각에서는 많은 로열티를 지불한다고 해도 결국 중요한 것은 성능 문제라고 지적하곤 한다. 사실 사용자의 입장에서 리눅스를 꺼리는 이유는 새로운 소프트웨어를 쓸 수 없다는 것과 윈도 기반에 비해 기능이 떨어진다는 이유가 아닐까 한다. 차라리 워드나 파워포인트와 같은 애플리케이션을 만드는 것이 더 좋지 않냐는 견해도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고현진 =애플리케이션 산업을 육성하지 않느냐는 의견에 대해 많이 들었다. MS도 맨 처음 윈도를 만들어 플랫폼 시장을 확보하고 로터스, 하바드그래픽스를 차례로 밀어내면서 애플리케이션 영역을 장악해 나갔다. 플랫폼만으로는 갈데가 없기 때문이다. 어차피 OS로 승부를 걸자는 발상은 힘들고 공개된 리눅스를 놓고 그위의 영역을 개척하자는 취지다.
◇오재철(아이온커뮤니케이션즈 사장)=SW산업에 종사하고 있는 입장으로서 소스를 오픈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는 굉장히 어려운 주제다. 취지는 좋지만 소스를 공개함으로서 시장에서의 주도권을 지속적으로 가져간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오픈 소스야말로 작은 기업이 성공시킬 수 없는 진짜 빅머니 게임이라고 볼 수 있다. IBM의 이클립스가 단적인 예다. 엄청난 수준의 OS를 공개하고도 IBM은 끊임없이 지원을 하고 있다. 우리도 이런 관점의 논의가 필요하다고 본다.
정리=이규태기자@전자신문, ktlee@etnews.co.kr
[주제발표]공개SW 산업 지원 전략: 고현진 소프트웨어진흥원장
적어도 과거와 현재만을 놓고 본다면 SW산업은 휴대폰이나 반도체, 자동차처럼 세계적인 기술경쟁력을 확보하고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 국가 경제에 큰 보탬을 줄 수 있는 분야는 아니다. 때문에 그 동안 논의된 것에 비해 별로 결실이 없는 SW산업 활성화를 놓고 각계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사실 80년대와 90년대를 거치면서 SW분야에서 세계적인 강자가 고착화된 상황에서 SW산업의 활성화는 버거운 싸움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가지 측면에서 SW산업을 육성해야 하는 이유는 존재한다. 또 그 첨병격인 공개SW에 대한 가치도 고찰해볼 필요가 있다.
SW산업을 육성해야 하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산업의 고도화를 위함이 그 첫째라고 본다. 우리경제의 근간을 이루던 제조업의 공동화 현상이 두드러지고 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물론 우리보다 산업화가 앞섰던 일본이나 유럽의 선진국들도 똑같은 사안을 두고 고민을 많이 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들 국가가 성장을 지속하고 있는 것은 기존 산업을 고도화시켰기 때문이다. 프로세스의 디지털화, 자동화, 첨단화를 통해 산업의 그레이드를 한단계 높였고 우리도 이런 선례를 벤치마크해야 한다고 본다.
또 다른 이유로는 줄어드는 제조업을 대체할 지식산업의 필요성 때문이다. 우리는 전통적으로 제조업을 기반으로 성장했는데 지금은 줄어드는 제조산업을 대치할 분야가 필요한 시점이다. 물론 영화나 BT산업 등이 최근 기대주로 떠올랐지만 국가경제나 활용도, 저변의 폭, 고용창출 효과면에서는 SW산업이 이에 버금간다고 볼 수 있다. 세계 유수의 다국적기업들은 기술 우위와 진입장벽을 내세워 IT분야에서 생기는 과실을 힘 안들이고 따내고 있다. 앞으로는 이런 추세가 더 일반화될 것이며 국가경쟁력에 있어 SW산업의 활성화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꼭 성공시켜야하는 명제다.
그럼 SW 육성, 그 중에서도 공개SW인가에 대해 논의할 필요가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원천기술의 확보 필요성이다. 현재 윈도기반 PC환경에서는 패키지 상품을 개발할 기술도, 상품성도, 시장도 우리에게는 없다. 아키텍처, 소스코드 어느 하나 공개된 것이 없고 끼여들 여지도 없기 때문이다. 마이크로소프트라는 초일류기업이 버티고 있는 상황에서, 인텔-마이크로소프트 구조로 고착화된 컴퓨터 환경의 판을 바꾸려면 공개SW쪽이 보다 가능성있고 원천기술 확보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또 공개SW는 SW 및 하드웨어의 국산화에도 도움이 된다. 공개SW의 하나로 잘 알려진 리눅스 같은 분야는 인텔 아키텍처에서 운용되는 유닉스의 변종이기 때문에 진입 장벽이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 그 동안 컴퓨터 보급에 큰 역할을 했던 조립PC나 서버산업이 그대로 이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시스템적인 효율성이 우수하다.
소프트웨어 사용자들의 선택의 폭을 넓힐 수 있고 장기적으로는 총소유비용(TCO)의 절감에도 도움을 준다는 것도 공개SW를 육성해야 하는 중요한 이유들이다.
다만 시장활성화가 중요한 목표인데 우리의 경우 공개소프트웨어의 간판격인 리눅스에 대해 붐이 불었다 가라않았기 때문에 분위기 쇄신이 중요하다고 본다. 이를 위해 최근 소프트웨어진흥원은 여론조성 및 예산확보 등을 통해 국내 공개SW 개발업체들이 비즈니스 모델화 할 수 있는 방안을 심도있게 추진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