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반도체·디스플레이 장비업체들이 종주국 일본시장에 속속 입성하고 있다. 까다롭기로 유명한 일본 진출 성공은 세계시장에서 ‘공인인증서’로 평가된다는 점에서 국내 장비산업 발전의 기폭제가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그러나 특허관련 전문가들은 “일본시장에 판매되는 국산장비는 보다 차별화된 기술과 방식으로 설계된 제품이 대부분이어서 애써 개발한 기술이 일본쪽에 흘러들어가지 않도록 사전에 특허를 등록하는 등의 준비가 필요하다”고 지적, 국내업계의 보다 치밀한 사업 준비를 주문했다.
2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주성엔지니어링·에스티아이·태화일렉트론 등은 최근 기술우위를 바탕으로 일본시장에 잇따라 진출했다.
주성엔지니어링(대표 황철주)은 지난 3월 일본의 세계적인 소자업체 D사에 나노급 소자제작에 필수적인 최첨단 300mm용 ALD장비를 납품한 데 이어 조만간 양산용 장비의 추가 수주가 이루어질 전망이다.
아이피에스(사장 장호승)도 올초 일본 E사와 S사에 ALD 장비를 공급한 데 이어 최근 대체에너지 생산장비를 일본업체에 추가로 납품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대체에너지 생산프로세스와 반도체 생산 프로세스의 일부 공정이 같다는 점에 착안해 개발한 이 장비의 납품 규모는 50억∼60억원 정도”라며 “추가 납품도 이루어질 예정”이라고 말했다.
에스티아이(대표 노승민)도 삼성 탕정라인에서 수주한 중앙화학약품공급장치(CCSS)를 히타치에 납품하며 일본 공략을 확대하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 2003년 소니도요타LCD에 LCD용 글라스 슬리밍(글라스 에칭시스템) 양산장비를 납품한 바 있다.
태화일렉트론(대표 신원호)은 일본업계 사정에 밝은 일본인 상주 임원을 채용, 체계적인 일본시장 진출을 추진해 최근 세정장비(드라이클리너) 납품이 거의 확실시되고 있다. 신원호 사장은 “일본쪽에서 매우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어 이달 중 납품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며 “이를 시작으로 일본시장 진출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서정헌 부회장은 “반도체 공장이 밀집돼 있는 일본 규슈의 장비협회와 양국 장비·소재업체 간 협력 방안을 협의하고 있다”며 “이는 우리 기술을 이제 일본에서도 일정부분 인정하기 시작했다는 것으로, 일본시장 진출은 더 확대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국내장비업계의 일본시장 진출은 무역적자폭을 줄이는 동시에 기술력을 인정받아 장차 중화권 수출에서 수백배의 효과를 거둘것이라면서도 기술유출 예방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심규호기자@전자신문, khs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