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T 호조로 관련 부품 업체 신바람

평면디스플레이(FPD)에 밀려 관심의 사각지대에 있던 브라운관(CRT) TV 및 모니터가 예상 외의 선전을 계속하면서 CRT 부품 업체들도 뜻밖의 호조를 누리고 있다.

2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국내 CRT 부품 업체들은 최근 해외 신흥 시장을 중심으로 한 CRT 수요 증가와 해외 경쟁 업체들의 사업 철수 등으로 매출과 순익이 늘어나고 있다. 이에 따라 PDP·LCD 분야 신규 사업으로 주력을 옮겨가던 관련 업체들은 CRT 분야를 안정적 캐시카우로 계속 가져갈 수 있을 전망이다.

더구나 최근 삼성SDI가 초슬림 브라운관을 출시, PDP·LCD와 경쟁할 기반을 마련했고 올해 아테네 올림픽 특수도 예상돼 CRT 부품 업체들의 기대가 커지고 있다.

LG마이크론(대표 조영환)은 LCD 포토마스크·PDP후면판 등 신규 사업에 역량을 집중하는 가운데 기존 주력인 CRT용 섀도마스크의 성장세도 계속되고 있다. 이 회사는 2분기 섀도마스크의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0.2% 성장했으며 가격도 상승해 수익성도 높아졌다고 밝혔다. 경쟁 업체들이 시장에서 철수하는 가운데 LG마이크론은 “규모의 경제를 구현하는 대량 생산과 오랜 노하우를 바탕으로 가격 경쟁력을 확보, 시장 지배력이 더 커졌다”고 설명했다.

휘닉스피디이(대표 이하준)도 상반기에 스터드핀·글라스로드 등 기존 CRT 부품 분야 매출과 순익이 모두 증가했다. 이 회사는 올 상반기 CRT 부품 분야 매출이 250억원 정도로 지난해보다 14% 증가했고 순익도 30% 이상 증가했다. 또 일본 브라운관 업체들이 가격 경쟁력을 갖춘 휘닉스피디이로 주문을 돌리면서 해외 경쟁 업체들도 확실히 따돌리고 있다.

브라운관용 유리 업체인 삼성코닝(대표 송용로)과 한국전지초자(대표 이수일)도 CRT 호조로 주문이 밀려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이들 업체는 재고가 지난해 30일치에서 최근에는 적정 재고 수준인 15일치로 낮춰졌으며 일부 품목은 적정 재고치를 밑돌고 있다. 자화전자(대표 김상면)도 당초 정체를 예상했던 CRT용 PCM 매출이 중국 공장의 생산 증가에 힘입어 다소 늘었으며 초슬림 브라운관의 등장이 호재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CRT는 개발도상국 시장이 크고 화질·가격 등에서 경쟁력이 있오 당분간 디스플레이의 중심 자리를 지킬 것”이라며 “내년 LCD 패널 가격 하락폭 등이 변수가 되겠지만 경쟁력을 갖춘 국내 업체들에게 CRT는 주요한 수익원으로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세희기자@전자신문, hah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