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M 메인프레임 운용체계 ‘OS/390’의 단종이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IBM의 수성전략과 유닉스진영의 윈백전략도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IBM은 전세계적으로 ‘z/OS’라는 새로운 운용체계를 발표하면서 오는 9월 이후 기존 ‘OS/390’에 대한 서비스를 중단키로 했다. 결국 9월 이후 OS/390을 사용하는 고객은 문제가 발생했을 때 직접 해결해야 한다.
이에 따라 한국IBM은 기존 메인프레임 고객의 이탈을 막기 위한 수성전략을 가동하고 있으며 유닉스진영은 다운사이징을 통한 윈백 전략을 준비하고 사태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
◇한국IBM, 고객 이탈 막는다=현재 주요 OS/390 사용 고객은 삼성생명보험·국민은행·우리은행·한미은행·GM대우·SK텔레콤·현대자동차 등 150여개 고객사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들 고객사는 메인프레임의 고비용 구조에 대한 비판을 제기해왔다. 메인프레임의 경우 구매한 CPU 총량(밉스)에 따라 소프트웨어(SW) 업그레이드 비용이 책정되기 때문에 불필요한 업그레이드 비용을 부담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상당수의 기업이 유닉스로의 다운사이징을 고려하고 있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한국IBM은 기존 메인프레임 고객의 이탈을 막기 위해 두가지의 카드를 제시하고 있다. WLC(Workload License Charge)와 OIO(Open Infrastructure Offering) 등이 그것이다.
WLC는 복잡한 SW 요금체계를 단순화해 매달 해당 SW를 실제 사용한 용량만큼의 요금을 산정, 지불하는 방식이다. OIO는 하드웨어 구매부터 SW 업그레이드, 유지보수 등 총 비용을 월 단위로 일정 기간 지불하는 계약 방식이다.
◇한국IBM 선방했다=한국IBM은 두가지의 카드로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한국IBM은 “지난해 z990 출시 이후 현재까지 20여개의 수요처에서 하드웨어 교체 및 OS 업그레이드를 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지난 5월 신시스템을 가동한 LG카드는 OS/390을 z/OS로 교체하되 전체 보유량인 1만4000밉스에 대한 계약을 하지 않고 9000밉스에 대해서만 1년간 OIO 계약을 했다. 제일은행이나 기업은행도 OIO 계약을 통해 z시리즈로 업그레이드했다.
허주병 LG카드 상무(CIO)는 “연간 90억원 규모의 SW 업그레이드 비용이 50억원 규모로 줄어들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WLC 계약을 한 대표 기업은 대신증권이다. 대신증권은 지난 4월 원장관리시스템에 사용하고 있는 장비를 교체하면서 SW 업그레이드 비용없이 향후 3년간 SW 월 사용료를 온 디맨드 방식으로 지불키로 했다.
문홍집 대신증권 부사장(CIO)은 “새로운 SW로 교체할 때 최소 20억∼30억원의 비용이 드는데 이번 선택으로 초기 투자비가 절감됐을 뿐 아니라 향후 시스템 사용 비용도 탄력적으로 운용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유닉스 진영, 다운사이징이 대세다=유닉스 진영은 다운사이징 대세론을 내세우면서 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SK텔레콤이나 국민은행과 같은 대형 OS/390 고객사들이 유닉스로의 다운사이징을 결정했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또한 한국IBM이 대안으로 내놓은 카드 중 OIO의 비용 산출 방식에 대해 이론을 제기하고 있다. WLC와 OIO 두가지 방식은 IBM이 강조하고 있는 온 디맨드와 맥을 유지하는 정책으로 메인프레임의 과거 가격 구조에 큰 변화를 가져오는 것임에 틀림 없지만 실제 고객사를 설득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주장이다.
한국IBM 측과 OIO 협상을 추진하다 원래 방식으로 회귀한 시중은행 측은 “이미 앞서 계약을 한 다른 기업을 벤치마킹했지만 OIO에 따라 월별 지불하게 되는 비용이 적정한지 검증할 수 없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결국 현재까지 이렇다 할 행동을 보이지 않고 있는 130여개 고객사들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이 싸움의 성패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신혜선기자@전자신문, shinhs@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