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A기기의 고장을 ‘한 방’에 해결해 드립니다.”
부산의 대표적인 사무실 밀집지역인 부산시 중구 중앙동 4가에 자리잡은 신도씨엔씨(대표 이상구)는 사무자동화(OA) 기기 수리를 통해 회사의 성가를 한껏 높이고 있다. 이 거리의 사람들은 대부분 컴퓨터나 프린터·팩시밀리·복사기 등에 말썽이 생겼을 때 웬만하면 신도씨엔씨를 찾는다.
이상구 사장(38)은 “자체적으로 조사해 본 결과 중앙동 4가에만 7500개 사무실이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며 “신도씨엔씨는 5%의 사무실도 고객으로 삼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는 이 사장의 엄살에 불과하다. 하루평균 10개 곳에서 콜이 들어오고 있기 때문. 단순한 수치 상으로도 월 300개의 사무실에서 수리 의뢰가 온다는 소리다. 여기에다 이 사장이 밝히고 있는 것처럼 계약서를 갖고 거래하는 업체만 해도 120곳. 녹록지 않은 실적이다.
성공의 비결은 단순하다.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에 이르기까지 보유한 기술력이 그 첫 번째. 이 사장을 포함한 신도의 구성원 11명 모두는 어디에 내놔도 손색없는 엔지니어들이다. “일본 제품은 물론 부산지역 특성상 러시아의 시스템들도 고쳐봤다”는 이 사장의 말이 이를 방증한다. 실제 러시아·일본 등의 시스템에 문제가 생기면 대부분 신도씨엔씨를 호출한다.
이 사장은 “AS에 대한 클레임도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신도씨엔씨는 특히 선사들의 시급한 요구에 발빠르게 대처해 주는 것으로 유명한데 아무리 작은 선사들이라 해도 하루 작업을 못했을 때 500만원에 달하는 손실이 발생한다고 치면 이 거리에서 신도씨엔씨의 역할은 결코 작다 할 수 없는 셈이다.
기업체 입장에서도 원스톱으로 솔루션을 내놓는 신도씨엔씨를 의지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실제 신도씨엔씨 직원들은 누구나 OA 기기에 대한 컨설팅을 할 정도의 ‘도사’ 수준에 도달했다.
이는 한 우물만 판 이 사장의 고집 덕분이다. 지난 2000년대 초, OA기기 AS는 사양산업으로 치부됐고 업체들 대부분이 이 분야를 떠났다. 그 때도 이 사장은 포기하지 않았다. 모두가 떠나버린 빈자리만 채워도 손해날 것이 없다는 계산에서였다.
그의 예상은 적중했고 신도씨엔씨는 남부럽지 않은 회사가 됐다. 이 사장은 “단순히 물품을 판매하겠다는 생각이 아닌, 방향성을 가진 사업이 성공한다”는 철학을 몸소 확인했다.
그는 성실성도 입증했다. AS점포 특성상 매장이 반드시 필요했고 입소문을 통해 ‘알음알음’으로 중앙동 지역을 파고 든 게 주효했다. 중앙동에 뿌리를 내리기 전부터 12년간을 상호나 전화번호의 교체없이 말 그대로 “사무기기 AS하면 신도, 신도하면 사무기기 AS”라는 이미지 심기가 성공한 것이다.
이 사장은 “영업은 비용이 많이 든다”며 한번도 드러내 놓고 영업을 한 적이 없다. 오로지 중앙동에 소재한 사무실들만을 가꿔 왔다. 이에 대해 그는 “자기 앞마당을 청소 못 하는 사람이 남의 마당 청소를 할 수는 없는 것과 같다”고 강조한다.
사무실 밀집지역이다 보니 호출이 잦고 대기시간을 못 견뎌 하는 지역 특성에도 맞춰갔다. 이 같은 요구를 신도씨엔씨는 잘 맞춰주었고 이렇다 보니 고객들이 늘어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신도씨엔씨는 최근 재생 카트리지 제조 분야로 발을 넓히고 있다.
이 사장은 “지역 업체들끼리 경쟁을 삼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수도권 업체들은 경쟁 업체가 많아서 서로 견제하기보다는 고객으로 승부를 걸고자 하지만 지역 업체들은 고객서비스는 뒷전으로 미룬 채 눈에 보이는 동종 업체들 견제에만 시간을 보낸 다는 설명이다. 이런 상황이 극복되면 지역 업체들도 살길이 보일 것이라는 게 새로운 시장 진출을 향한 그의 유일한 바람이다.
부산=허의원기자@전자신문, ewhe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