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속과 명품’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는 소비자들의 심리를 겨냥한 ‘매스티지(Masstige) 마케팅’이 정보기기 및 가전업계로 확산되고 있다.
대중제품(Mass product)과 명품(Prestige) 사이의 중고가 상품을 제공하는 매스티지 마케팅은 그동안 가방·의류 등 패션잡화 위주로 이뤄져 왔으나, 사상 최악의 경기불황기를 맞아 노트북PC, 디지털카메라 업체들이 속속 채택하고 있다.
매스티지 제품은 희소성과 과시욕을 생명으로 하는 명품과 달리 고가에도 불구하고 대량으로 판매될 뿐만 아니라 사용자 간의 동류의식을 높여주는 것이 특징으로, 폴로 티셔츠·MCM 가방이 대표적이다.
LGIBM(대표 이덕주)은 최근 최고급 노트북PC으로, 가격이 750만원인 ‘씽크패드T’ 시리즈의 한 모델을 최근 300만원 대에 출시해 단일모델(씽크패드 T 40)을 월 평균 500대까지 판매하고 있다.
씽크패드T 시리즈 최고급 모델은 티타늄 합금과 워크스테이션급 그래픽 카드를 채택한 것은 물론 데이터 보호·복구 솔루션 및 네트워크 보안기능을 갖춰 명품·고가 노트북으로 자리매김해 왔다.
캐논 등 디지털카메라업체들도 디지털 SLR 카메라 보급 확대를 위해 매스티지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캐논이 124만원에 판매하는 D SLR카메라(모델명 EOS 300D)는 동호회 회원 및 준전문가들을 중심으로 폭박적인 인기를 얻으면서 출시 5개월 만에 1만대가 팔렸다. 이는 지난해 국내 D SLR 카메라 시장규모인 2만대의 절반에 해당하는 수치다.
캐논 관계자는 “EOS 300D는 폴로와 같이 합리적인 가격과 브랜드 가치를 동시에 만족시켜 주는 제품”이라며 “300D와 비슷한 가격대의 파워샷프로 1 등 준전문가 시장을 공략할 수 있는 제품 라인업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지펠’ ‘디오스’라는 고급 브랜드 전략을 양문형냉장고(side by side)에 적용해 왔던 삼성전자, LG전자도 최근 100만원 대 초반 제품을 내놓고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박정현 LG경제연구원 연구원은 “중산층 소비자의 소비패턴이 고급화되고 다양화되는 시점에서 일반 제품의 대중화 전략은 더 이상 수익 창출의 핵심 원동력이 될 수 없다”며 “매스티지 상품은 최고가의 명품은 아니지만 합리적인 가격에 명성과 감성적 만족을 줄 수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원석기자@전자신문, stone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