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중견·중소 휴대폰업체의 인수전이 SK그룹과 중국업체 간 대결구도로 떠올랐다.
최근 텔슨전자·맥슨텔레콤·벨웨이브 등 국내 중견·중소 휴대폰업체가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당장 자금난에 봉착, 시장에 매물로 나옴에 따라 SK그룹과 중국업체들이 이들 기업의 인수합병(M&A)에 적극 나섰다.
특히 텔슨전자를 비롯해 맥슨텔레콤·벨웨이브 등 3사는 중국계 유력 휴대폰업체에 M&A를 포함한 전략적 제휴를 제의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배경=SK그룹이 휴대폰 제조사업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기존 중견 휴대폰업체의 인수가 필수적이다. 어느 정도 기술력을 갖추고 있고 해외시장 진출 경험이 있는데다 GSM·GPRS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업체 또한 제조기술을 조기에 확보할 수 있는 유력한 수단으로 M&A를 선호하고 있다.
중국계 기업들은 최근 유럽의 알카텔과 미국의 오디오박스 등 세계적인 휴대폰업체들을 잇달아 인수하며 두각을 나타낸 데 이어 코드분할다중접속(CDMA)의 최강국이자, 유럽형이동전화(GSM)의 기술력을 확보한 한국의 휴대폰업체마저 인수하겠다고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 업체들 역시 중국계 업체들과 M&A를 추진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중국업체 “호시탐탐”=최근 화의를 신청한 텔슨전자는 기업 회생 방안으로 국내외 업체들을 대상으로 자금유치와 M&A를 포함한 전략적 제휴를 모색하고 있고 가장 유력한 업체가 중국계 업체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도 잘 알려진 이 업체는 최근 해외시장으로 발을 넓히면서 휴대폰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다크호스다.
텔슨전자의 한 관계자는 “회생방안의 일환으로 현재 대규모 외자유치를 추진중”이라며 “외국계 휴대폰업체가 자본 참여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텔슨전자는 화의 신청 직전까지 이 업체와 M&A안을 내놓고 협상을 벌였으나, 조건이 맞지 않아 일정이 다소 연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벨웨이브도 현재 SK텔레콤 외에 중국 휴대폰업체 및 홍콩의 투자전문업체로부터 M&A 요청을 받고 협력 방안을 모색중이다. 양기곤 벨웨이브 사장은 “국내 기업과 관계를 맺는 것이 가장 좋다”면서도 “현재 3∼4개 해외기업으로부터 매우 좋은 조건으로 인수 제안을 받았다”고 밝혔다.
지난 5월 최대주주였던 세원텔레콤의 법정관리 신청으로 시장에 매물로 나온 맥슨텔레콤에 대해서도 중국업체 2∼3개사가 M&A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SK그룹 “적극적”=SK그룹은 벨웨이브와 M&A 관련 양해각서(MOU)를 교환하고 협상을 진행중이다. 최근에는 SK텔레콤 고위 관계자까지 나서 상호 M&A 조건에 대해 심도있는 논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SK그룹 측에서는 일단 인수조건을 벨웨이브 측에 전달한 만큼 ‘공’은 이미 벨웨이브 측에 넘어갔다는 입장이다. SK그룹 측은 이외에도 텔슨전자·맥슨텔레콤의 기업실사를 거친 바 있어 벨웨이브와 함께 이들 기업과도 협상의 여지를 열어놓고 있다. 업계는 결국 국내 중견·중소 휴대폰업계의 M&A와 관련, 국내의 SK그룹과 중국업체 간 대결구도로 압축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전망=SK그룹과 중국업체들이 국내 중견·중소기업을 놓고 치열하게 물밑 경쟁을 벌일 전망이다. SK그룹의 경우 휴대폰사업을 신수종 사업으로 육성할 의지를 피력하고 있는 만큼 인수를 지속적으로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업체들 또한 맥슨텔레콤과 텔슨전자 등을 인수 가능한 기업으로 보고 심도있는 접촉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국내 휴대폰업체가 중국 휴대폰업체로 M&A될 경우, 기술 유출 등 국가차원의 피해가 우려되는 데다 SK텔레콤 등 현재 중견·중소 휴대폰업체의 인수에 나선 국내 업체들의 계획에도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여, 앞으로 많은 논란이 예상된다.
김익종기자@전자신문, ij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