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부가 유무선 통신사업자 간 초미의 관심사인 와이브로 사업자 선정에 대한 일정과 기술방식을 밝혀 불확실성을 일부 걷어냈다. 이날 발표로 준비사업자와 장비제조사들은 일정과 기술방식에 맞춰 사업계획을 세울 수 있게 됐다.
그러나 미국과의 통상협의가 종료되지 않은 데다, 협상과정에서 기술방식이 민간기구인 정보통신기술협회(TTA)의 기술표준보다 물러선 점이 불씨로 남았다.
◇통상문제 일단 덮어=정통부는 미국과의 통상문제를 해결한 후 사업자선정을 추진하기보다 문제발생소지를 충분히 고려한 정책안대로 강행하는 카드를 선택했다. 더는 허가일정을 늦출 수 없다는 인식 때문이다. 협상과정에서 미국 측은 국제표준인 IEEE802.16과 802.20을 모두 반영하고 나아가 단일 기술표준 정책을 포기할 것을 요구해 TTA표준이 반영된 802.16만을 적용하겠다는 우리 측과 팽팽히 맞섰다. 민원기 협력기획과장은 “허가일정 때문에 종결을 공식통보했다”며 “TTA표준을 적용키로 한 데서 802.16과 성능기준을 적용하는 방식으로 한 차례 변경하면서 국제적 정합성을 목표로 수정, 향후 한·미 통상협상에서 우리 방침을 지켜낼 수 있다”고 말했다.
◇기술방식은 결국 후퇴=정통부는 IEEE802.16을 만족시키면서 이중화방식(TDD), 주파수재사용계수, 채널대역폭(9MHz 이상), 이동성(시속 60km) 등 5개 성능기준을 만족시켜야 한다는 기술방식안을 확정했다. 전문가들은 “802.16표준에 반영돼 있으면서 동시에 이동성과 이중화방식 등을 만족시키는 기술은 사실상 TTA의 와이브로 기술표준밖에 없기 때문에 통상문제 없이 국내 기술을 반영하는 방법”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802.16의 표준화를 완료하지 않은 데다 정통부의 기술방식에 맞춘 외산장비 개발이 충분히 가능해 ‘기술방식=국산장비’의 등식은 성립할 수 없게 됐다.
국내외 민간사업자가 참여한 TTA가 표준을 만들면서 로열티를 3% 미만으로 묶는 권고안을 마련하고 접속방식도 OFDMA로 정한 것을 기술방식에 반영하지 못해 정부안이 민간사업자의 안보다 후퇴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특히 최근 와이맥스 포럼의 론 네스닉 의장이 한국의 HPi(삼성, ETRI, KT, SK텔레콤 등이 개발한 와이브로 기술)표준이 802.16의 이동성 부문 표준에 반영되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는 등 802.16 내에서도 표준주도 경쟁이 치열해 사업자 선정시점까지 장비사업자 간 경쟁국면은 쉽사리 예측하기 어렵다는 전망이다.
◇사업자 반응 및 향후 전망=올해 안 사업자선정을 주장해온 KT 등 일부 사업자들과 삼성전자는 내년 2월 사업자를 선정하면 2006년 초 서비스 상용화를 위한 일정이 촉박할 것이라는 우려를 내비쳤다. 삼성전자는 특히 올해 말 사업자선정 후 내년 상반기에 장비종합평가(CDR)와 장비계약을 마무리해야 상용화일정에 차질이 없다고 주장해왔다. 2006년 서비스 상용화 시점은 상호 경쟁구도가 예상되는 HSDPA(3.5G이동통신)와의 시장선점 경쟁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한 관계자는 “통상문제를 우려하는 정통부로선 IEEE802.16의 표준화가 완전히 종료되는 시점인 내년 2월 이후 사업자를 선정하는 게 부담을 줄이는 방법이 될 수 있다”며 “그 대신 서비스 경쟁력을 갖추려면 장비제조사와의 협력촉진 등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용석기자@전자신문, yskim@
◆휴대인터넷 발표 일문일답
-기술방식 결정 배경은.
▲류수근 산업기술과장(이하 류 과장)=기술발전, 정책목적은 물론 국제호환성 확보와 대미관계를 고려해 결정했다. 또 품질을 보장하는 성능기준을 포함시켰다.
▲민원기 협력기획과장=우리가 미국과 벌인 협상안 그대로다. 통상협상은 타결됐다기 보다 우리안을 미국 측에 설명하고 그 안이 WTO체제안에서 허용될 수 있다는 판단을 자체적으로 내린 것이다. 미국 측은 성능기준으로만 허가하라는 입장이지만 우리는 그럴 경우 호환성 확보가 어렵다고 설득했다. 성실히 협상했지만 미국 측이 만족하지 않았다. 계속 일정을 끌 수 없어서 발표했다. 통상문제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제시한 기준이 유선에 유리한가 무선에 유리한가. 효율적으로 투자할 수있는 쪽은.
▲김동수 진흥국장(이하 김 국장)=단순한 기술방식일 뿐이지 특정업계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 휴대인터넷은 백본망은 유선이, 기지국은 무선이 각각 유리하다.
-주파수 사용료는.
▲김 국장=10월 말 주파수 할당공고를 하면서 함께 발표하겠다.
-로열티에 대한 언급이 없다.
▲김 국장=기술방식을 정하면서 로열티에 대해서는 고려하지 않았다.
-정부가 생각하는 사업자는 몇 개. 주파수 채널대역 변경과 관계가 있나.
▲김 국장=사업자수는 8월 공청회때 의견을 수렴해 발표하겠다. 주파수 채널대역폭은 사업자수와는 관계 없다. 애당초 채널폭을 9MHz로 한다는 연구결과가 있었다.
-장비간 로밍이 특정 기술을 선택하도록 유도하는 것 아니냐.
▲김 국장=로밍은 어떤 기술을 배제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기지국을 사업자들이 공동활용하도록 유도하기 위한 것이다. 로밍을 기술적으로 해결하라는 것이지 특정기술로 한정지은 것은 아니다 .
-성능기준에 OFDMA 접속방식이 빠진 이유는.
▲류 과장=OFDMA에 한정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802.16에서는 OFDM, OFDMA, 싱글캐리어 3가지 방식이 다 인정된다.
-외국 장비제조사 진입이 가능한가.
▲김 국장=플라리온은 기술방식이 달라 어렵고, 어레이콤은 802.20에 반영된 기술이라 어렵다. 그러나 이들도 802.16에 진입할 수는 있다. IEEE의 국제표준을 우리가 선택한 것이니 문제는 없다. 정확하게 외국업체명을 얘기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김용석기자@전자신문, yskim@
◆장비업계 반응
정부의 휴대인터넷사업자 선정일정과 기술방식 결정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통신장비업계는 정부의 이번 발표로 서비스일정이 확정된 것으로 보고 기존 개발작업에 박차를 가해 오는 2006년 상반기에는 상용시스템을 내놓을 계획이다.
통신장비업계는 특히 이번에 제시된 ‘와이브로(WiBro) 기술방식으로 IEEE 802.16-2004와 IEEE 802.16e/Draft3 또는 이후 버전을 만족하는 기술 요건’이 기존의 TTA 표준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후발주자로 참여할 가능성이 있는 나비니·어레이콤 등 외국계 기업과의 제품 개발 경쟁에서도 우위를 점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휴대인터넷 관련 장비개발을 사실상 주도하고 있는 삼성전자는 정부의 휴대인터넷 로드맵이 조금 늦어지기는 했지만 장비 개발에는 영향이 없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일정이 확정됐다는 데 의미를 두고 있는 셈이다. 이 회사는 오는 2006년 1분기내에 상용시스템을 출시한다는 목표다. 특히 기술상의 문제가 없는 만큼 상황에 따라선 3개월 정도 앞당겨 시장선점에 나선다는 계획도 세워놓고 있다.
포스데이타도 “이번 사업자 선정일정과 기술방식 발표로 오히려 장비개발이 탄력을 받게 됐다”며 “외국계 기업이 참여하는 길이 열렸다고는 하나 선발주자의 이점을 살려 기술력에서 앞서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정부의 휴대인터넷서비스 상용화 일정에 맞춰 늦어도 오는 2006년 초 상용시스템을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내년에는 상반기 프로토타입의 시스템을 선보이고 하반기에 소프트웨어 솔루션을 개발하는 등의 과정을 거쳐 이르면 연말까지 상용시스템을 내놓기로 했다. 이후 기술축적을 통해 단말기 개발 등 사업확대에 나서 시장선점 경쟁에 가세한다는 전략이다.
이외에도 오소트론이 어레이콤의 기술을 활용해 오는 2006년 초 상용시스템을 출시할 계획이다. 이 회사는 현재 LG전자 인력이 어레이콤측 기술을 활용해 시스템 개발에 나서고 있는데 늦어도 경쟁사와 비슷한 시기인 2006년 초에는 상용시스템을 내놓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박승정기자@전자신문, sj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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