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대덕R&D특구 추진 사업이 부처 간 힘겨루기 탓에 반쪽으로 전락할 위기에 몰리고 있다.
특히 특구법 초안 마련 단계의 부처 간 협의 과정에서 핵심인 예산·세제 지원 부분을 아예 삭제하거나, 중기청 벤처펀드로 떠넘기는 등 당초 계획안이 대폭 수정·변질됐다.
28일 과학기술부 등 관계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26일 대전에서 ‘대덕R&D특구 추진단 회의’를 가진 이후 쟁점부분인 예산 및 세제 지원 방안에 대한 부처별 세부 조율에 나섰지만 합의점을 도출하는 데 실패했다. 대덕R&D특구 추진단은 단장인 성경륭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위원장을 비롯, 재정경제부·산업자원부·과학기술부 등 10개 부처의 차관급 인사가 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특별 기금 조성 물 건너가=국가균형발전위원회와 과기부가 당초 계획했던 3000억원 규모의 특별 기금 조성안은 특별법에 계상키로 예정했으나 기획예산처의 반대로 이번 초안에서 아예 자취를 감춰버렸다.
과기부 한 관계자는 “그간 협의에서 해당 부처의 반대에 부딪혀 기금 조성이 어렵게 됐다”며 “지금으로서는 특별 기금 조성을 전혀 고려치 않고 있다”고 말했다.
◇펀드 조성 떠넘기기=그나마 기대를 모았던 특구전용벤처펀드 조성 역시 안갯속이다. 특별법 초안에서 당초 2000억원 규모로 신규 예산을 투입·운용할 계획이었던 대덕특화벤처펀드가 기획예산처의 반대로 인해 중소기업청이 떠안을 상황이 됐다.
예산처는 중기청에서 출자하는 벤처펀드(일명 중산기금)의 일부를 특구 전용 펀드로 활용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중기청은 “2000억원의 재원은 중기청 벤처펀드 재원인 4550억원의 거의 절반에 달하는 규모”라며 “현실적으로 무리”라고 난색을 표명했다.
◇세제 지원은 어디에=특별법 초안에는 국내 기업과 외국인 투자기업에 대한 세제 지원 부분도 불명확하다. 해당부처인 재경부가 법 초안에 구체적 방안을 명기하지 않아 차기 회의의 추가 협의사항으로 밀려났다. 외국인 편의시설 설치자금 지원과 관련한 특별법 조항 신설도 산자부의 기존 ‘외국인투자촉진법’을 활용토록 하향 조정하는 방안으로 추진되고 있다. 당초 특별법에 명기됐던 특구 내 외국인들의 체류기간 상한 확대 조항과 특구 내 기업들의 경영활동을 제약하는 법률 적용 배제안 등은 아예 초안에서 삭제됐다.
◇특구법 실효성 있나=출연연의 한 관계자는 “대덕밸리를 ‘동북아 R&D허브’로 조성하겠다는 당초의 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어디에서도 읽을 수 없다”고 꼬집었다. 이 관계자는 “특별기금 조성 불발은 향후 특구 육성 사업을 안정적으로 이끌고 가는 데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덕에 있는 벤처기업의 한 관계자는 “부처별 밥그릇 싸움으로 인해 특구법이 아무 의미도 없는 일반법 수준으로 추진되고 있다”며 “대덕R&D특구를 국제적인 수준의 R&D 메카로 육성하기 위해서는 명확한 사업 추진 주체가 필요하며 이에 따른 재원과 제도적 지원 시스템이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대전=신선미기자@전자신문, smsh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