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커뮤니케이션의 미국 인터넷 기업 테라라이코스 인수에 대한 배경과 전망에 업계의 관심이 모이고 있다.
29일 다음커뮤니케이션은 코스닥시장 공시를 통해 이날 본지가 단독 보도한 ‘다음, 테라라이코스 인수’ 내용에 대해 “현재 미국 검색포털업체 라이코스 인수를 검토중이나 아직 구체적으로 결정된 사항은 없다”고 밝혀 인수작업이 막바지에 이르렀음을 시사했다. 전날까지 인수사실을 “확인해 줄 수 없다”는 입장에서 크게 진전된 것이다. 이에 따라 인터넷포털 등 관련업계는 여러가지 녹록지 않은 상황에도 불구하고 테라라이코스 인수를 통해 미국시장에 진출하려는 다음의 의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본 7월 29일 1면 참조
◇인수 작업 과정=테라라이코스와 인수협상을 벌이고 있는 다음은 현재 테라라이코스의 유럽 현지법인에 대한 처리 방법 등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다음은 이미 올 초부터 이재웅 사장과 재무담당임원(CFO) 등이 미국을 방문하면서 상당 기간 이번 인수협상을 준비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또 최근에는 국내에서 900억원의 회사채를 발행하기도 했다. 다음은 당초 시설 확충 등을 위해 사채를 발행한다고 밝혔으나, 테라라이코스 인수건이 발표될 경우 주식시장 등에 미치는 파장을 염려해 이재웅 사장이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을 통해 인수합병(M&A)을 적극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하기도 했다.
◇왜 인수하나=공시 후 주식시장에서는 부정적 반응이 쏟아졌다. 글로벌비즈니스 경험이 전무하다시피 한 다음이 이미 시장 경쟁에서 낙오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는 라이코스를 인수하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는 것. 게다가 미국의 인터넷 시장환경이 한국과는 판이하고 경쟁사인 NHN과 비교하더라도 시장진출에 따른 성과가 최소 3∼4년이 지난 시점에 나타난다는 점을 감안하면 다음의 이번 결정은 무리수가 아니냐 지적이다.
다음 측도 테라라이코스의 저조한 실적과 추락하고 있는 브랜드 인지도 등으로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며 극도의 보안을 유지해 왔다. 실제 이재웅 사장은 27일 본지에 “미국시장보다는 중국이 훨씬 매력있는 시장”이라며 진출 우선 순위도 “미국은 중국, 일본, 동남아 다음으로나 생각해 볼 시장”이라며 인수협상 사실 자체를 부인한 바 있다.
전문가들도 이재웅 사장의 이 같은 발언이 다음 측의 테라라이코스를 보는 정확한 시각일 수도 있다는 분석을 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수협상을 진행한 것은 오히려 ‘가장 싼 시기가 매수 시기’라고 판단했다는 것. 또 나스닥 상장을 통한 추가 자금조성 가능성 등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현재 새로운 수익 사업으로 전력을 쏟고 있는 디지털 TV 사업을 미국에서까지 진행하기 위해 셋톱 박스에 들어갈 콘텐츠 확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포털 업계 영향은=인터넷 포털업계는 올 들어 대부분 미국 진출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SK커뮤니케이션즈·CJ인터넷 등 포털들은 일본·중국 및 동남아 시장도 중요하지만, 미국의 경우 당장의 효과보다는 시장 선점 효과를 노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송지호 CJ인터넷 사장은 “CJ그룹에서도 미국 진출을 고려하자는 의견이 있었다”며 “당장은 쉽지 않고, 여러 제약이 따르지만 새 시장을 선점한다는 의미에서 신중히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다음이 이번 테라라이코스 인수협상을 마무리지을 경우 미국시장에 진출하는 최초의 한국 포털기업이 된다는 점에서 관련업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줄 전망이다. 미국진출을 준비해온 다른 업체들의 작업을 가속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포털업계 한 관계자는 “포털업계 주수익원인 광고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고 있다”며 “해외 시장 진출이 대안으로 꼽히고 있는 상황에서 다음의 미국 기업 인수 선언은 연쇄 진출을 유도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조장은기자@전자신문,jech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