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바래 광주 光산업 연구소들

광주 광산업 유관 연구소들이 유기적인 네트워크를 구축하지 못한 채 제각각 사업을 추진, 관련업계로부터 업무 비효율성과 행정력 낭비 등의 우려감을 사고 있다.

 1일 관련 기관에 따르면 한국광기술원(KOPTI)·한국전자통신연구원 광통신부품연구센터(OCC)·광주과학기술원 고등광기술연구소(APRI) 등 이른바 ‘광주 광산업 3대 연구소’가 제각각 사업을 추진, 사업중복에 따른 갈등과 불신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로 인해 공동 연구 및 기술개발을 통해 광산업 활성화에 기여해야 할 연구소들이 업계로부터 외면받고 있을 뿐만 아니라 지역혁신의 주체인 ‘산·학·연’ 시스템도 제대로 구축되지 못하는 등 부작용이 심화되고 있다.

 ◇겉도는 협력, 증폭되는 불신=지난 2000년 전후 광산업 육성을 위해 설립된 3개 연구소는 아직까지 화합을 도모할 변변한 모임조차 갖지 못하고 있다. 비록 공식적으로 ‘광산업 유관기관 협의회’가 구성돼 있긴 하지만 형식에 그치고 있다는 평가다. 더욱이 산자부 산하기관인 KOPTI가 사실상 광산업 육성 사업을 주도하면서 정통부와 과기부의 지원을 받는 OCC와 APRI가 각종 사업에서 소외당하고 있다. 심지어 일부 연구소는 ‘부처이기주의’와 ‘연구소 무용론’까지 공개적으로 토로할 만큼 불만이 극에 달한 상태다.

 OCC 관계자는 “어느 샌가 광산업 육성사업에 참여하기 어려운 커다란 벽이 만들어졌다”며 “산자부 사업에 왜 정통부 출연기관이 끼어드느냐, 원천기술 개발에나 신경 쓰라는 막말이 나오기까지 한다”고 전했다. APRI 한 연구원은 “지금까지 광산업 연구개발 사업에 참여한 사례가 단 한건도 없다”면서 “각 부처가 앞다퉈 연구소를 설립한 의도가 의아스러울 뿐”이라고 답답해 했다.

 ◇영역싸움에 중복투자까지=KOPTI와 OCC는 광통신 사업 주도권을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KOPTI측은 광기술 종합연구기관인 만큼 광통신 사업도 필요하다는 입장인 반면, OCC측은 세계적인 통신 연구기관기관인 ETRI의 장점을 내세워 광통신 사업을 주관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이 과정에서 서로의 연구능력을 깎아 내리는 감정싸움으로까지 비화되고 있다.

또한 KOPTI가 추진중인 시험·인증 및 신뢰성평가센터가 OCC의 광통신신뢰성인증센터와의 기능이 유사한데다 KOPTI의 광통신 테스트베드를 OCC도 별도로 추진중이어서 중복투자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업체로부터 외면받는 연구소들=광주지역 광산업체들은 “3개 연구소가 모두 나홀로 사업에만 몰두하고 있다”며 “업체가 없는 연구소가 무슨 필요가 있느냐”고 강한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광통신 부품업체 P사장은 “광산업 육성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연구소와 기업간 협력 및 기술혁신 시스템이 무엇보다 절실한데도 연구소가 ‘제 밥그릇 챙기기’에 급급해 한심스러울 뿐”이라며 “정부나 지자체가 수수방관하거나 오히려 조장하는 있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업체 사장은 “연구 핵심주체들이 서로를 불신하는데다 인프라 또한 취약한 상황인데 과연 광산업 선진국과 경쟁할 수 있겠느냐”며 “하루빨리 연구소간 역할 분담과 협력 시스템을 구축해 업체 지원에 총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광주=김한식기자@전자신문, hs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