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IBM이 새롭게 출시한 파워5 칩을 기반으로 한 유닉스 서버(p5)를 놓고 컴퓨팅 업체들이 치열한 마케팅 전쟁을 벌이고 있다.
한국IBM은 이 제품이 “기존 제품(p4)에 비해 최소 두 배 이상 성능이 향상됐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특히 성능은 크게 좋아졌지만 가격이 기존 제품과 비슷한 수준이기 때문에 침체된 유닉스 서버 시장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 넣을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반면 한국HP와 한국썬마이크로시스템즈 등 경쟁 업체들은 한국IBM 측의 ‘성능 향상’ 주장이 과장됐음을 역설하고 있다. 한국HP의 관계자는 “명색이 신제품이라면 20∼30%의 성능이 개선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지만 두 배 이상 성능이 향상됐다는 주장은 어불성설”이라고 잘라 말했다.
◇p5 성능 향상 논란=p5의 성능에 대한 논란은 한국IBM 측이 제시한 몇 가지 성능 벤치마킹 자료 때문에 불거졌다. 예컨대 한국IBM은 ‘SAP SD 스탠더드 애플리케이션 벤치마크 테스트’에서 △p5-570 8웨이 서버는 아이테니엄, PA리스크 칩 기반의 HP 유닉스 서버 16웨이급 시스템 등과 비슷한 성능을 구현하며 △선 제품과 비교할 때 36웨이(72개 칩 코어) 서버와 비슷한 성능을 보인다고 주장했다. 또한 트랜잭션을 평가하는 TCP 벤치마킹에서도 p5가 절대적으로 경쟁사 제품을 앞질렀음을 강조했다. 경쟁사들은 이 같은 벤치마크 결과에 대해 전적으로 자사에 유리한 환경에서 만들어진 ‘아전인수’적인 자료라고 폄하하고 있다.
한국HP의 관계자는 “4웨이에서는 오라클 10g를, 16웨이급에서는 IBM의 DB2를 사용해 벤치마킹했다는 점이 성능 평가 결과를 일반화할 수 없는 대목”이라고 밝혔다. 한국썬의 관계자는 “중형 이하 모델이 주로 사용되는 업무 영역이 웹서버와 같은 애플리케이션 영역이라면 이에 맞는 벤치마킹 결과가 제시돼야 한다”고 말했다.
vkdnj5 칩 성능 자체에 대한 논란도 있다. 클록 속도가 1.45GHz에서 1.9GHz로 향상폭이 그리 높지 않으며 집적도 역시 기존 p4+에서 적용된 0.13 마이크론 공정을 그대로 사용했기 때문에 IBM이 주장하는 성능 개선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한국IBM 측은 기존 칩은 성능 향상을 위해 클록 속도에 역점을 두었지만 p5에서는 집적도를 높이는 데 역점을 두었고, 이 방법은 전통적으로 칩 외부에 존재하던 메모리 및 작업 관리 요소들을 칩으로 통합하는 방식을 채택했다고 답했다. 즉 칩 자체의 구조변경을 통해 칩과 메모리간의 응답 속도를 빠르게 했고 이를 통해 성능이 대폭 향상됐다는 것이다.
◇한국IBM, p5를 유닉스 대표 주자로=한국IBM은 p5의 판매가격을 종전의 p4+ 기반의 서버 수준으로 책정하고 기존 제품의 가격을 15∼20% 낮추는 등 다양한 판매 촉진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특히 p4 제품은 한국IBM을 유닉스 서버 시장의 분명한 주자로 각인시킬 정도로 성공적이었던 만큼 p5 출시를 계기로 그 저변을 확실히 넓히겠다는 전략이다. 이에 따라 코오롱정보통신·SK네트워크·하이트론·LG엔시스 등 IBM의 유통 채널은 상당한 기대감을 보이고 있다.
한국IBM 총판 중 하나인 하이트론 홍사정 영업팀장은 “p시리즈 가격 인하 방침은 p시리즈의 점유율을 더욱 확대하려는 데 그 목적이 있다”며 “8월 말쯤에 p5 제품을 공급받으면 기존 p4 제품과 함께 더욱 공격적인 영업을 펼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호선 코오롱정보통신 상무(시스템사업1부)는 “기존 p4 시리즈와 p5제품을 병행해서 SMB 시장을 적극 공략할 것”이라며 “가격을 우선 고려하는 고객에게는 p4제품을, 성능을 최우선시하는 고객에게는 p5제품을 제안할 방침”을 밝혔다.
◇제 2의 미드레인지 유닉스 대전=한국IBM이 p5를 출시함으로써 다소 시차는 있지만 지난해 아이테니엄 기반의 유닉스 서버(인테그리티드 슈퍼돔)를 출시한 한국HP와 올초 스파크4 기반의 신제품 ‘썬파이어엔터프라이즈 시리즈’를 출시하고 하반기 본격 공급에 나선 한국썬까지 중대형 컴 3인방은 모두 새로운 유닉스 서버 제품 라인업으로 전환됐다.
한국HP와 한국썬은 시장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 한국IBM의 가격인하 정책에 대해선 일단 대응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한국IBM의 p5 출시와 p4 제품 가격인하 정책이 지난해 하반기 대비 절반 수준으로 줄어든 유닉스 서버 매출과 한국IBM의 시장점유율을 상승시키는 데 영향을 미친다면 문제는 달라진다.
특히 지난 상반기 한국IBM의 미드레인지 유닉스 서버의 유통 모델 전환이 솔라리스로 대표되는 한국썬의 시장에 결정적인 타격을 입혔다는 점에서 올 하반기 미드레인지 유닉스 시장은 다시 한 번 격돌할 전망이다.
신혜선기자@전자신문, shinhs@ 김민수기자@전자신문, mimo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