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SI코리아 창업자 최상규 회장(60)이 일선에서 물러났다. 최 회장은 자타가 공인하는 유통 1세대로 34년 동안 ‘반도체 유통’ 한 우물 만을 고집한 인물이다. 대한전선을 거쳐 국내 전자산업 초창기인 79년 북성교역을 설립하고 당시 승전·석영·삼성광전 등과 함께 반도체 산업의 기틀을 닦는데 기여했다. 아직도 오너 중심의 경영 체제에 익숙한 부품 유통업계에서 최 회장의 일선 후퇴는 신선한 충격일 수 밖에 없다.
최상규 회장은 비록 명예회장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지만 든든한 후임자가 있어 “이제는 정말 편히 쉬고 싶은 생각 뿐”이라고 퇴임의 변을 대신했다. 그는 “막상 떠나려 하니 감회가 남다르다”"며 “시대와 기술이 변한 만큼 이제 늙은 세대는 물러나는 게 당연하지 않겠느냐”고 오히려 반문했다.
최 회장은 한양대를 졸업하고 대한전선을 거쳐 지난 79년 북성을 창업한 이 후 원창반도체·싱가폴BSI·북성전자부품 등을 설립했다. 북성 설립 당시 톰슨 제품을 취급하는 대리점으로 시작해 지금은 우리나라는 물론 중국·홍콩·싱가포르 등에 지역 법인을 거느리며 연 매출 1억5000만 달러의 BSI그룹을 키워냈다.
“단 두 명으로 북성을 설립해 이름 조차 생소한 전자부품·반도체를 독학하느라 밤을 새기가 일쑤였습니다.” 최 회장은 “그래도 그렇게 하드트레이닝을 거친 인원 모두가 지금은 전자업계 곳곳에서 활약하면서 ‘북성’이 반도체 유통의 사관학교로 불릴 정도”라고 흐뭇해 했다.
그는 “앞으로 유통도 국내가 아니라 세계 시장이 경쟁 무대가 될 것” 이라며 “더 늦기전에 체질 개선이 시급하다”고 진단했다. 또 “30년 넘게 한 우물 만을 고집하면서 배운 것은 신뢰의 중요성이고 남은 것은 사람뿐”이라며 “믿음이 기반하지 않는 비즈니스는 결코 오래갈 수 없으며 사람을 키우지 않는 기업의 미래도 장담할 수 없다”고 힘줘 말했다.
강병준기자@전자신문, bjk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