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단의 순간들]이성민 엠텍비젼 사장(1)

1)“칩 하나로 수많은 것을 표현 할 수 없을까?”

사람은 누구나 순간순간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된다. 점심 식사는 무엇을 할 것인지, 퇴근 길에 직원들과 함께 맥주를 마실 것인지, 오늘 처리할 일을 내일로 미룰 것인지 등 우리의 인생 자체가 ‘선택의 인생’이라 볼 수 있을 법하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항상 선택의 기로에서 고민하고 나름대로 가장 효율적인 선택을 하고 있지만, 훗날 그러한 선택들이 모두의 기억 속에 자리 잡고 있지는 않다. 인생을 살아오면서 대나무의 관절처럼 내 인생을 훌쩍 키워준 몇 번의 선택의 순간이 머리 속에 남아 있을 뿐이다. 나는 이렇게 내 인생을 훌쩍 키워준 몇 번의 선택을 ‘결단’이라 부르고 싶다. 지금의 나를 있게 해준, 지금의 엠텍비젼을 있게 해준 결단의 첫 발걸음은 내가 고등학교를 다니던 23∼4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나는 학창시절부터 혼자서 공상하는 것을 즐겼었다. 한참 동안 밤하늘의 별을 바라보는 것을 좋아했고, 처음 보는 전자제품이 있으면 뜯어 보고 다시 조립하는 것 자체를 좋아했다. 하지만 이러한 공상의 대부분은 하늘도 집안도 아닌 성당에서 이루어졌다.

부모님을 따라 어릴 때부터 성당을 다녔던 나는 신부님의 강론 시간에 줄곧 혼자만의 세계에 빠지곤 했었다. ‘화면 하나로 엄청나게 많은 내용을 담을 수 있는 컴퓨터가 있으면 좋을텐데’, ‘무중력을 이용한 엘리베이터를 만들면 전기가 적게 들텐데’ 등이 나의 주요한 질문과 공상의 주제들이었다. 이러한 나만의 질문에 해답을 찾기 위해 더욱 열심히 공학 관련 서적을 탐독하게 되었고, 시간은 흘러 어느덧 대학교를 진학해야 할 때가 되었다.

대학교를 진학할 당시 내게 가장 중요한 것은 단순히 대학교를 진학하는 것만이 아니었다. 내게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가지고 있는 수많은 질문을 해결하는 것이었다. 당시 나의 머리 속에 맴돌고 있는 가장 큰 질문은 ‘하나의 칩으로 수많은 내용을 표현할 수 있는 디스플레이’에 맞추어져 있었고 이러한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나는 1982년 서강대학교 전자공학과에서 대학 생활을 시작하게 되었다.

지금은 당시의 질문이 LCD라는 간단한 해답으로 해결되었지만, 그때 했던 디스플레이에 대한 질문은 대학교 졸업 후 LG반도체로 나를 이끌었다. 또한 그 질문과의 인연은 거기에서 끊이지 않고 다시 회사 안에서 이미지센서 개발팀으로 들어가는 계기가 되었으며, 향후 엠텍비젼 창업에 있어서 가장 큰 열쇠가 되었다.

지금 와서 뒤를 돌아보면 나의 첫번째 결단은 내 스스로 의도적으로 선택한 것이 아닌 내 안의 목소리에 끊임 없이 귀를 기울이며 그 목소리에 나 또한 끊임없이 대답해 온 것이라 할 수 있다.

michael@mtekvisio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