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가전을 연구하는 연구원들 사이에서 ‘공간 중심’의 연구 붐이 일고 있다.
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미래 정보통신 시장 패권을 잡기 위한 디지털 가전 서비스 개발이 한창인 가운데 실제 가정환경과 유사한 조건을 만들어 놓고 인간에 대한 행동과 심리, 반응을 예측하는 ‘공간 중심’ 연구가 한창이다. 이 같은 공간 중심 연구는 그간 ‘선 기술개발, 후 서비스 개발’로 지칭되는 기술개발 중심의 연구에서 소비자, 사용자 중심의 연구로 변화를 꾀하는 것으로 향후 국내 정보가전업계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킬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 디지털홈 연구단, 텔레매틱스 연구단 등은 해당 연구단 산하에 공간 부문 연구팀을 별도로 신설, 운영에 들어갔다. 디지털홈 연구단의 경우에는 가정 내 디지털홈 이용자의 동선과 서비스 공간의 특징 등을 구분, 킬러애플리케이션을 찾는 연구를 진행중이다. 기술개발도 중요하지만 실제 그것을 사용하는 인간의 행동유형과 심리, 기계와의 커뮤니케이션 유형을 분석할 경우 새로운 형태의 서비스 개발이 이뤄질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특히 텔레매틱스 연구단은 아예 별도의 공간정보연구팀을 만들어 실제 서비스를 이용하는 공간에 대한 개념 정립과 공간 사이에 오고 가는 정보 양상에 대한 분석을 시도하고 있다.
삼성종합기술원의 경우도 과학기술부 과제로 차세대 정보사회에서의 인간 커뮤니케이션 패턴을 연구하는 등 공간 속에서의 인간 행동 유형에 대한 연구를 실시중이다. 이 같은 연구에는 전자공학 전공자는 물론 행정학과, 심리학과, 의상학과 등 다양한 분야를 담당하는 전문연구원, 교수 등이 가세해 인간 삶의 패턴 연구를 바탕으로 미래 정보통신 기술 서비스를 도출하기 위한 작업을 진행중이다. 현재 연구중인 내용은 단순한 공간 개념에 대한 연구가 아니라 가정, 혹은 정보공간 내에 존재하는 문화, 계급, 계층, 취미, 기호 등을 망라한 복합적인 연구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보가전 업계도 공간중심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삼성전자, LG전자의 경우 가정과 유사한 연구환경을 만들어 놓고 실제 가정주부를 채용, 미래 정보가전 환경에서 주부의 동선과 제품 개발 사양이 일치하는가, 연구원이 개발한 사용목적과 사용자의 사용패턴이 일치하는가 등을 연구하고 있다.
업계는 이 같은 연구 흐름에 대해 그간 공급자 중심의 신기술 개발이 실제 가정, 자동차 등의 사용자 공간과 일치하지 않아 발생했던 다양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미래 정보가전 시대를 예측하기 위해서 이 같은 공간속에 포함된 다양한 사회문화·정치경제적 정보를 분석하는 것을 필수적인 조건으로 보고 있다.
연구원들은 이 같은 공간연구가 이동통신, 방송망, 지능망을 연결하는 기술적 망진화뿐만 아니라 가정과 사무실, 지역사회, 글로벌 사회를 연계하는 제3의 정보공간으로서의 인식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이종훈 텔레매틱스 연구단장은 “단순한 서비스 개발이 아닌 사용자가 처한 조건과 삶의 유형에 대한 연구가 이뤄져야 미래를 예측할 수 있으며 킬러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상룡기자@전자신문, sr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