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상용화 10년. 갖 열살박이 인터넷이 홍역을 앓고 있다. 스팸메일의 홍수, 사이버 범죄, 인터넷 중독, 음란물 유통 등 이른바 사이버 역기능에 멍든 탓이다. 인터넷은 이제 단순히 정보 습득을 위한 도구에 그치지 않는다. 개개인은 물론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우리 사회의 근간을 통째로 변화시키고 있는 강력한 동인 중의 하나다. 그만큼 인터넷으로 인해 야기된 각종 병리현상을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요구가 곳곳에서 터져나오고 있다. 전자신문은 이같은 목소리를 담아 건전한 인터넷 환경 조성과 새로운 사이버 문화 창달을 위해 한국정보문화진흥원과 공동으로 ‘웃는 인터넷, 믿는 인터넷’ e클린 캠페인에 나선다. 앞으로 3개월간 매주 1회씩 본란을 통해 게재될 시리즈 기획 기사에 독자들의 많은 관심을 바랍니다.
평범한 직장인 A씨의 월요일 일과는 스팸메일 지우기로 시작된다. 주 5일제 근무 이후 주말 내내 쌓인 ‘쓰레기 메일’의 양은 실로 방대하다. 그것도 ‘오빠, 놀러와’ 등의 제목이 달린 ‘대부분 보기 민망한 내용들이다. 초등학교에 다니는 자녀를 둔 주부 B 씨는 얼마 전 아들이 열어 둔 인터넷 창을 무심코 엿보다 소스라치게 놀랐다. 자녀가 ‘10대들의 원나잇’이라는 한 카페에 접속해 즉석 만남 상대를 찾는 광고 게시글을 뒤적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인터넷이 생활의 일부가 된 지금, 이같은 사례를 주변에서 찾기란 그리 어렵지 않다. 사이버 범죄도 웬만큼 충격적이지 않고서는 관심사가 되지 않을 정도다.
◇인터넷, 정체성의 미로에서 길을 잃다=최근 몇가지 통계치를 살펴보면 문제의 심각성은 확연히 드러난다.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에 따르면 해킹, 사이버 도박, 사이버 명예훼손 및 성폭력, 전자상거래 사기 등 정보통신망을 타고 자행되는 ‘사이버 범죄’ 검거 건수는 지난 2000년 1715건에서 지난해 말 5만 1719건으로 폭증했다.
지난 1월부터 6월까지 정보통신윤리위원회의 종합 통계에 의하면 지난해 음란물 심의 건수가 5만여 건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한 데 이어 상반기 음란물 심의만 3만 1617건에 이르는 등 증가세가 가파르다.
인터넷을 통한 파일 공유 서비스인 P2P가 음란물 유통의 새로운 경로로 급부상하면서 경찰은 올 상반기 집중단속을 벌여 전국적으로 무려 1151명을 검거했다.
또 KT문화재단이 최근 전국 1500명의 초·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조사 대상 10명 중 1, 2명은 ‘스스로 인터넷 중독임을 인정’해 충격을 던졌다. KT에 따르면 KT망을 통해 유통되는 메일의 84%가 쓰레기 메일인 ‘스팸 메일’에 해당한다고 한다.
이와 같이 대표적인 몇몇 수치만 보더라도 인터넷 가입자 3000만의 화려한 이면에 가려진 병폐는 생각보다 심각한 수준이다.
◇‘사이버 아노미’ 익명성·소비주의가 주범=전문가들은 이처럼 사이버 역기능의 폐해가 날로 뚜렷해지는 원인으로 익명성, 정보 기술의 발전에 따른 정보 접근의 용이성과 더불어 젊은 네티즌들의 소비 지향적 물신주의 등을 꼽는다.
20여 명을 잔인하게 살해한 살인 용의자의 팬 카페가 생기는가 하면 ‘편하게 죽을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는 자살 사이트가 넘쳐난다. 차마 입에 올리기조차 힘든 욕설과 음담패설 등이 게시판을 도배하는 사례도 어렵지 않게 발견된다.
인터넷 공간의 안면몰수 경향, 익명성이 대담한 범죄 행각이나 일탈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무엇보다 초고속 인터넷 인프라 구축에만 초점을 맞춰온 우리 나라는 단 시일 내 급속히 이루어진 양적인 팽창에 걸맞는 문화나 정보통신 윤리는 미처 정립하지 못한 실정이다.
민경배 교수(경희사이버대학교 NGO학과)는 “사이버 공간도 하나의 사회 공간이기 때문에 현실세계와 마찬가지로 각종 역기능이 만연하는 것은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일”이라면서도 “특히 우리나라는 과도하게 인터넷의 기술적, 산업적 측면만이 강조되면서 인터넷의 확산경로, 교육, 이용자 구성 면에서도 불균형적이고 기형적인 형태를 띄게 됐다”고 지적했다.
◇기관·기업·네티즌, 자정 움직임 활발=이처럼 사이버 역기능이 고질적인 사회문제로 인식되면서 정부, 기업, 네티즌들이 ‘나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국정보문화진흥원, 정보통신윤리위원회, 청소년보호위원회,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 등 정부 산하기관 및 수사 기관들은 최근 올바른 정보통신 윤리 확립을 위한 노력에 그 어느때보다 힘을 쏟고 있다.
손연기 한국정보문화진흥원장은 “현재 사이버 공간에서 벌어지는 심각한 문제들의 대다수 원인은 바로 인터넷의 소비적 이용에서 비롯된다”며 “진흥원은 인터넷 이용 행태의 불균형을 해소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정도병 정보통신윤리위원회 사무총장은 “범람하는 불법 유해정보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법적 기술적 조치만으로는 부족하며 성숙된 인터넷 윤리문화가 확립돼야 한다”며 “정보통신윤리위는 특히 분야별 윤리교육과 e클린 홈 운동을 적극 전개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회장 허진호)는 세이프인터넷센터 설립을 통해 정부의 강제 규제에 앞선 자율규제 모델을 만들고 있다.
주요 포털들은 자사 사이트에서 불법 유해정보 접근을 막는 안전장치를 강화했으며, 네티즌들이 직접 참여해 인터넷 정화운동을 주도할 수 있도록 다양한 기회도 제공한다.
그러나 얼마 전 故김선일씨 동영상 유포 사건에서도 재차 입증됐듯이 웃는 인터넷 환경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기술적인 방어만으로는 한계가 뚜렷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번 캠페인 전개에 대해 어기준 한국컴퓨터생활연구소장은 “그동안 인터넷 공간은 진보적, 급진적인 10∼20대가 주도해온 만큼 성숙되지 못한 상태에서 문화지체 현상을 겪었다”며 “전자신문의 이번 캠페인이 이같은 아노미를 극복하는 노력의 일환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별취재팀> 김종윤차장(팀장), 김유경기자, 조장은기자, 윤건일기자
주최 : 전자신문사, 한국정보문화진흥원
후원 : 정보통신부, 청소년보호위원회, 정보통신윤리위원회, 한국인터넷기업협회
협찬 : NHN, SK커뮤니케이션즈, 야후코리아, MSN코리아
◆`웃는 인터넷` 캠페인...어떻게 추진되나
“오염된 인터넷,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 ‘웃는 인터넷, 믿는 인터넷’ 캠페인을 통해 건전 사이버 문화 및 윤리 확립에 일조하려는 각계의 참여 의지가 뜨겁다. 캠페인이 전개되는 이달부터 10월까지 총 3개월 간 네티즌은 물론 정부 및 관련기관, 인터넷 기업, 시민사회 단체 등 모두가 합심해 사이버 역기능 해소에 적극 나설 것이라는 데 뜻을 같이 했다. 이를 통해 본지는 지난 6월 한달 간 전국 각지에서 펼쳐진 ‘e클린 코리아 캠페인’의 열기를 한층 고조시키는 동시에 ‘웃는 인터넷, 믿는 인터넷을 만들자’는 사회적 합의점을 도출해 낼 계획이다.
◇심층 시리즈 12회 연속 게재=총 12회로 구성된 연속기획 기사를 게재함으로써 사이버 환경의 현 주소를 짚어본다. 사이버 범죄, 청소년 유해환경, 인터넷 중독, 사이버 테러, 스팸 메일 등에 대한 실태를 매 회마다 현장 르포 위주로 소개한다. 정보통신윤리위원회, 청소년보호위원회, 한국정보문화진흥원,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 등 관련 기관과 NHN·SK커뮤니케이션즈·야후코리아·MSN코리아 등이 동참해 각계의 정화 노력도 소개한다.
◇선진국으로부터 배운다=미국, 영국, 일본 등 선진국에 대한 취재를 통해 각국의 사이버 윤리 정립노력과 성과를 살펴본다. 특히 각국 정보문화담당기구를 직접 방문해 법·제도 운영 현황을 파악함으로써 국내 실정에 적합한 정책 마련의 실마리를 찾아본다.
◇국제 세미나·좌담회로 정책적 대안 모색=10월에는 한국인터넷기업협회와 함께 ‘인터넷 자율규제’를 대주제로 한 대규모 국제 세미나를 개최한다. 이번 세미나에서는 유·무선을 통틀어 시도되고 있는 인터넷 기업들의 자율규제 모델에 대한 가능성을 짚어본다. 자율규제의 선진국이라 할 만한 유럽, 일본 등으로부터 관련 기관 정책 책임자들도 초대된다. 시리즈 마지막 회에는 국내 전문가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좌담회도 마련된다.
◇다양한 이벤트로 참여 열기 확산=일반인들의 참여를 적극 유도하고 캠페인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다양한 이벤트도 개최한다. 불법 사이트 신고 및 대체 대회, 역기능 차단 시스템 무료 배포 등과 함께 일반인의 의식 수준을 점검하는 각종 리서치도 실시한다. 이밖에 공동 주관 기관으로서 정보격차 해소 사업을 전담해온 한국정보문화진흥원과 함께 대중의 인식 전환에 도움이 될 만한 각종 행사를 기획, 추진한다.
<특별기획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