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자도 한국기업, 시장을 이끄는 동반자도 한국기업.’
일본 게임포털시장이 한국 기업들의 독무대가 되고 있다. NHN이 이미 1년 이상 압도적인 시장 1위를 점해온 상황에서 넥슨과 CJ인터넷 등 최근 신규 진출 등을 준비중인 곳들도 모두 한국기업들이다. 초창기인 지난 98∼99년 시도된 한국 인터넷업체들의 일본행 러시가 사실상 실패로 판가름된 후, 이제는 환경과 조직에서부터 확연히 다른 새로운 격전구도가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매출효율 높은 매력적인 시장=넥슨재팬이 서비스중인 인기 온라인게임 ‘메이플스토리’는 동시접속자(이하 동접자)수 1만명 규모에 월매출 5억원을 올리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같은 동접자수라면 한국에서 기껏해야 2억원 정도의 매출을 올리는 정도인 것에 비하면 대단히 매력적인 수치다. 현지 전문가들은 한국 인터넷기업들이 일본 게임포털시장에 적극성을 보이고 있는 이유를 ‘돈 버는 구조’에서 찾고 있다. 한국 유저들이 단순히 ‘시간 죽이기’형 게임에 몰두한다면, 일본 유저들은 게임포털에서 자신만의 아바타를 꾸미고, 커뮤니티를 형성해 갖가지 채팅을 즐기는 데 더욱 열중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같은 동접자수라도 부가매출 비중이 일본 유저층에서 2∼3배나 큰 것이다.
업계 1위인 NHN재팬은 올 상반기 100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흑자전환했다. 올 하반기 150억원의 매출을 추가적으로 올리고, 내년에는 올해 전체보다 2∼3배 커진 외형성장을 전망하고 있다.
◇물고 물리는 접전 불가피=성장세는 뚜렷하더라도 추격을 받는 입장인 NHN재팬은 여유만 부릴 상황이 아니다. 이미 넥슨재팬이 지난 29일 현지 포털사이트를 선보인 뒤, 이용자가 몰리면서 한때 과부하 현상까지 보이는 등 파란을 예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NHN이 게임(한게임)과 검색(네이버)서비스를 병렬 구조로 가져가는 반면 넥슨재팬은 커뮤니티, 웹게임, 온라인게임이 모두 어우러진 직렬적 원스톱서비스를 갖췄다는 점도 흥미로운 승부처가 될 전망이다.
여기에 CJ인터넷의 넷마블이 조만간 가세할 태세다. 국내 경영일선에서는 한발 물러나 있는 방준혁 전 넷마블 대표가 현재 일본 시장 공략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에서 넷마블은 헤드헌터를 통해 유력 인재 영입에 돌입한 상태다.
◇인프라 확산,게임포털엔 더 없는 기회=일본 초고속인터넷 가입자수는 최근 1500만명을 넘어섰다. 야후BB가 전체 60% 가량인 900만명을 확보했고, NTT 등 후발주자의 공세가 거세지고 있는 상황이다. 치열한 유치경쟁과 함께 월정액도 3000엔(약 3만원)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 같은 경쟁구도는 일본에 캐주얼게임 바람을 불러 일으키며, 게임포털의 비약적 성장에 발판 역할을 해줄 것이 분명해 보인다. 그래서 시장 선점기에 있어 한국 게임포털업체의 입지구축이 그 만큼 더 중요한 의미를 갖는 것이다.
NHN재팬의 김양도 부사장은 “일본 유저들이 한국에서 온 포털인지도 모를 뿐더러, 혹 알더라도 특별한 반감없이 받아들일 수 있을 정도의 현지화된 서비스가 중요하다”며 “이런 기회만 잘 활용하면, 그야말로 최상위권 1∼3위내 모든 게임포털을 한국업체가 장악할 수도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도쿄=이진호기자@전자신문, jho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