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업이 남북경협 견인"

 지난 3일 예정됐던 제15차 남북 장관급 회담의 무산은 문화산업분야의 남북경협 확대 논의 차원에서도 아쉬움을 남겼다. 이번 회담은 특히 배종신 문화관광부차관이 참석해 남북 간 문화산업, 관광, 체육 등에 폭넓은 교류를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문화산업분야의 남북 경협은 당장 막대한 투자가 들어가는 장치산업과 달리 남북이 갖고 있는 특장점을 결합할 경우 실질적인 ‘윈윈전략’를 펼수 있다는 점에서 관심을 모아왔다. 지금까지 민간차원의 문화산업 교류가 활발한 것도 이 같은 측면에서 해석될 수 있다.

 ◇장기적 관점에서 민간기업이 주도=북한의 문화산업은 이제 개념정도 깨우친 상태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아직은 용어조차 생소해 그동안 선전과 홍보용으로 유지되어 온 것이 이제 막 산업으로 활용되고 있는 수준이다. 그러나 문화산업의 자원은 풍부하다. 북한과 애니메이션 합작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파파빙고의 이상구 사장은 “북한의 애니메이션은 아직 상품화하기는 힘들지만 원화는 훌륭한 수준”이라며 “1차 완성된 작품을 들여와 재가공할 경우 상품성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북한의 전문인력공급체제는 안정적이기 때문에 사람으로 인해 속썩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상대적으로 저렴한 인건비도 상품공급 측면에서 큰 장점으로 작용한다”고 밝혔다.

 북한 역시 민간기업차원의 문화산업 경협에 적극적이다. 지난 2002년 하나로텔레콤이 남북 애니메이션 합작사업을 시작한 데 이어 최근에는 민족네트워크(대표 이정)가 북한의 IT연구기관인 평양정보센터(총사장 최주식)와 공동으로 평양에 사상 최초의 남북 합작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를 설립했다. 이정 사장은 “애니매이션 등 민간기업 차원의 문화산업 남북 경협은 장기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며 “북한체제를 이해하고 점진적으로 접근하면서 조금씩 분야를 확대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정치적 이슈에 휘둘리지 않으면서도 지속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분야가 민간기업 차원의 문화산업 부문이라고 그는 강조했다.

 ◇애니매이션에서 게임, 영화로 확대 가능성=김찬 문화관광부 공보관은 “연기된 이번 회담과 관련돼 문화산업의 남북경협에 대해 어떤 얘기가 거론된 것은 없다”며 “그러나 최근 애니메이션의 남북합작의 선례 등을 미루어 문화산업 경협에 대한 가능성은 언제나 열려있다”고 말했다.

 장관급 회담이 속개돼 문화산업분야 남북경협이 본격 논의될 경우 1차적으로 캐릭터와 애니메이션이 당장 협력가능한 분야로 꼽히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 게임, 영화 등 합작의 폭을 넓혀갈 가능성도 충분하다. 모두 연관산업이고 원소스멀티유스(OSMU)가 가능한 분야이기 때문이다.

 최근 애니메이션 공동사업등 가속도를 더하고 있는 상황이 이를 뒷받침해준다. 애니메이션 남북합작의 경우, 결과물이 흥행에 성공해 일본 지상파TV에 방영되고 홍콩, 싱가포르 등에 수출되고 있다. 애니메이션의 캐릭터도 인형으로 제작돼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민간기업 차원에서 진행된 문화산업 남북경협이 정부의 산업육성책과 맞물려 진행된 선례다. 특히 남한이 강점을 보이고 있는 온라인게임의 경우 그래픽 등 애니메이션 요소를 다분히 포함하고 있어 향후 협력이 가능한 분야다.

 문화산업 분야 남북경협은 정치적 현안과 상관없이 물길을 넓히고 있다. 장관급 회담이 속개돼 정치적 이슈 외에 경협차원의 논의가 있을 경우 문화산업의 남북협력 확대 가능성은 더욱 크다. 게다가 비록 정부주도 회담이 아닐지라도 개별기업 차원에서의 문화산업의 남북경협 확대 가능성은 계속 유효한 상황이다.

 이경우기자@전자신문, kw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