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 꺾인 스토리지

스토리지 가격 하락 현상이 멈추지 않고 있다.

 한때 1테라바이트(TB)당 2억원을 이상을 호가했던 스토리지 시스템이 1억 이하로 거래되는 것은 이미 오래된 일이다. 물론 공급업체들의 상당수가 아직까지 TB당 1억원의 리스트 프라이스를 고수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50∼80% 선에서 거래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최근에는 리스트 프라이스의 절반 이하로 공급되는 사례도 눈에 띈다.

 이 같은 가격 하락은 스토리지 시장 자체를 바꿔 놓고 있다. 무엇보다 공급업체들은 가격이 하락한 만큼 스토리지 업체들은 더 많이 팔아야하는 숙제를 안게 됐다. 스토리지 공급업체들이 최근들어 솔루션 사업을 강화하고 나선 것도 따지고 보면 스토리지 가격 하락에 따른 대응 전략으로 해석될 수 있다. 또한 DAS에서 SAN으로 스토리지 환경이 바뀌면서 복잡한 IT 인프라 개선, 백업 및 재해복구 환경 구축과 같은 새로운 사업 모델이 기회 시장으로 여겨지고 있다.

 ◇얼마나 하락했나=작년까지만 해도 TB당 1억원을 상회했던 하이엔드급 스토리지 가격은 현재 20∼30% 정도 낮게 형성돼 있다. 업체 간의 가격경쟁이 심해지면 실제 도입가는 이보다 낮게 형성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각 업체들의 스토리지 성능이 큰 차이를 보이지 않게 됨에 따라 가격 경쟁력만이 유일하게 고객에게 제시할 수 있는 최고의 영업 전략이 되버린 지 오래”라고 말했다.

 저가형 스토리지도 이러한 가격 하락 현상에서 자유롭지 않다. 저가형 스토리지의 대명사격인 ATA 스토리지는 출시 초기에만 해도 TB당 2000만∼2500만원 정도였는데 현재는 1000만원 안팎으로 가격이 형성돼 있다.

 특히 하이엔드급 스토리지를 주로 취급해 오던 한국EMC나 히타치 계열 업체도 ATA 기반의 저가형 스토리지를 최근 잇따라 출시하고 시장 진입을 꾀하고 있어 저가형 스토리지의 가격 하락 현상은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기술 발전 속도 무섭다=업계 전문가들은 이 같은 스토리지 가격 하락의 요인으로 기술의 발전을 꼽는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미드레인지급 스토리지 제품에 하이엔드급 스토리지 기술이 접목되면서 굳이 비싼 하이엔드급 스토리지를 사용하지 않아도 고객의 요구에 부합될 수 있다는 것.

 특히 PC에 사용되던 ATA 기술이 일반 기업용 저장장치에 응용되면서 저가형 스토리지 시장이 빠르게 성장한다는 점도 스토리지 가격 하락 현상을 부추기는 또 다른 요인이다. 잔뜩 얼어붙은 경기로 인해 각 기업들이 저가 스토리지에 눈을 돌리게 되면서 스토리지 가격의 눈높이가 그만큼 낮아졌다는 분석이다.

 ◇솔루션·서비스 비중 높이자=스토리지업계에서는 스토리지 가격 하락 추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업계의 한 전문가는 “시장 상황과 기술 변화 추이를 살펴보면 2007년까지 스토리지 가격 하락 현상이 지속될 것이며 업체 간 경쟁 상황에 따라 하락 폭이 결정될 것”으로 분석했다.

 이에 따라 각 스토리지업체들은 스토리지 솔루션과 컨설팅 사업 비중을 크게 늘리고 있다. 단순 하드웨어 공급보다는 스토리지 인프라 구축과 같은 SI 성격으로 프로젝트를 수주하는 경우도 많다.

 한국EMC(대표 김경진)는 스토리지 관련 소프트웨어 및 솔루션, 컨설팅 서비스의 매출 비중이 이미 전체 매출의 절반에 달한다. 한국EMC는 스토리지 관리 소프트웨어인 ‘EMC 컨트롤센터’ ‘타임파인더’를 비롯해 재해복구솔루션인 ‘SRDF’를 기반으로 한 영업을 강화하고 있다.

 히타치 진영의 효성인포메이션시스템(대표 류필구), LG히다찌(대표 이기동)는 스토리지 관리 소프트웨어인 ‘하이커맨드’와 재해복구솔루션인 ‘트루카피’를 중심으로 솔루션 사업 비중을 더욱 늘리고 있다.

 김성업 효성인포메이션시스템 마케팅 팀장은 “하이엔드급 스토리지 시장의 경우 지난 몇 년 동안 하드웨어와 솔루션의 매출 비중이 9 대 1 정도에서 6 대 4 정도로 바뀌었다”며 “이는 기업들이 투자를 꺼려하면서 기존의 장비를 효율적으로 사용하겠다는 요구가 어느 정도 작용했겠지만 스토리지 가격 하락 현상에 따라 스토리지 업체들이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하기 위한 목적으로 진행되는 현상이라고 보는 것이 보다 정확하다”고 말했다.

 한국IBM, 한국HP 등 대형 컴퓨팅 업체들도 스토리지 관련 솔루션을 잇따라 출시하고 컨설팅 역량을 강화하는 등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김민수기자@전자신문, mimo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