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노강국을 건설하자]나노코리아를 이끄는 사람들(8)장종산 화학연 박사

사진; 화학연구원의 장종산 박사가 나노세공체의 모형을 들고 구조를 설명하고 있다.

 “분자크기의 균일한 나노 세공구조를 갖는 분자체 1g이 축구장만한 표면적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전문가가 아니라면 그리 많지 않습니다.”

국내 나노 촉매 분야의 차세대 리더 가운데 한 명인 한국화학연구원의 장종산 박사(42)는 나노 촉매연구의 의미를 이렇게 설명했다. 잘 설계된 나노세공 분자체 1g속에 수소를 저장할 경우 자동차의 동력원으로도 활용이 가능한 다량의 에너지를 담아낼 수 있다는 과학적인 논리이다.

과학기술부의 나노핵심기반기술연구 사업인 ‘나노촉매사업단’을 이끌고 있는 장 박사는 최근 나노 세공체와 나노촉매 물질의 마이크로파 합성 및 나노 촉매 응용 분야에서 국내·외적으로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장 박사는 나노 촉매에 관한 개념이 제대로 정립되지 않은 90년대 후반부터 지금은 인하대로 자리를 옮긴 박상언 교수와 함께 전통적인 촉매 분야에 나노기술의 개념을 접목한 ‘나노촉매와 분자공학’의 중요성을 주장한 장본인이다.

마이크로파 흡수능이 뛰어난 성분을 나노풀로 사용해 나노 세공체를 조립하는 신기술의 개념을 세계 처음으로 도입, 박상언 교수와 함께 2001년과 2002년 미국 화학회(ACS)의 나노촉매 심포지엄에서 최우수 논문상과 논문 발표상을 연속으로 수상했다.

장 박사는 전자레인지에 사용되는 마이크로파를 이용해 나노입자를 벽돌처럼 차곡차곡 쌓아 새로운 나노세공체 구조물을 만드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 같이 많은 구멍을 가진 나노세공체 구조물에 마이크로파를 쪼일 경우 나노세공체 골격에 있는 금속원자의 작용으로 나노입자들이 뭉쳐 나노섬유나 나노 멤브레인 등을 만든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장 박사는 “이 기술을 응용하면 새로운 전자재료는 물론 공기정화에 사용되는 나노 광촉매나 정밀화학제품, 태양 에너지를 이용한 첨단 제품 등을 만들 수 있다”고 강조한다.

최근에는 미국 UC 산타바버라 대학의 재료합성 팀과 국제 공동연구를 통해 1나노미터 이하의 작은 동공을 갖는 니켈 포스페이트(인산염)라는 새로운 나노세공구조 물질을 합성해 ‘나노세공 금속 골격의 선택적 촉매작용과 수소흡착’ 이라는 새로운 개념의 촉매 특이성을 제안하고 관련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또한, 이러한 특이성을 이용해 수소를 저장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장박사가 나노 세공체에 처음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중학교 시절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장 박사가 세들어 살던 주인집이 양봉을 했기에 벌집에 특히 많은 관심을 쏟게 된 것.

“벌집구조가 바로 나노세공체를 시각적으로 형상화할 수 있는 좋은 모델입니다. 벌집이 나노세공체의 세공에 해당하고 벌은 일종의 반응물 분자이며 벌집 동공에 저장되는 꿀은 반응에 의해 생성되는 생성물 분자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석사과정 시절 제올라이트라는 무기물 분자체에 관해 본격적인 연구를 하면서 분자체 1g이면 축구장 크기의 표면적을 갖고 이로 인해 다양한 응용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되었다고 장 박사는 덧붙였다.

장 박사는 화학연구원에서 나노세공체 분야의 권위자인 박상언 교수를 만나면서 세공체에 대한 안목을 크게 넓혔다. 미국 UC 산타 바버라 대학의 A.K 치탐 교수와 교류를 통해서는 나노세공체에 대한 연구의 폭과 다양성을 넓히는 계기를 만들었다.

현재 집중하고 있는 연구분야는 △ 나노세공체와 나노촉매 물질의 마이크로파 합성 △청정 화학분야의 나노촉매 응용 △ 나노세공 흡착제(수소 저장체 및 기체 분자의 형상선택적 분리) △ 나노센서 연구 등 크게 4개이다.

지난해부터 박상언 교수의 뒤를 이어 과학기술부의 ‘나노촉매사업단’을 이끌고 있다.

“지난 99년 새로운 나노세공 구조의 금속 포스페이트 물질의 응용연구를 수행중이었는데 장장 6개월 동안 아무런 반응결과를 얻지 못해 연구 자체가 답보상태에 처한 적이 있습니다. 제올라이트 분자체에서 진행하는 전형적인 응용방법만 고집한 때문이었습니다.”

이후 장 박사는 나노세공체의 구조와 표면특성 연구부터 다시 시작, ‘나노세공 금속 골격의 선택적 촉매작용’이라는 개념의 촉매 특이성과 수소흡착 특성 연구결과를 세계에 처음 내놓게 됐다.

이미 나노세공체의 합성과 나노촉매 응용, 수소저장 흡착제 연구결과는 국제적으로 인정받아 영국 캠브리지 대학이나 미국 UCLA, 미국 로스 알라모스 국립연구소, 독일의 칼스루헤 연구소 등으로부터 잇따라 공동연구를 제안받고 있다.

“현재 나노소재 분야 연구가 국내에서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지만 산업에서의 본격적인 수요 창출은 10년 이상의 장기적인 측면에서 고려되어야 할 것입니다.”

장박사는 “우리 나라가 현재 미세세공 분자체와 메조 세공체, 탄소 세공체에 이르기까지 나노세공체의 합성 및 제조 분야에서는 국제적인 수준에 도달해 있다”며 정부가 지원을 확대해야 할 분야로 나노촉매와 나노흡착제, 태양에너지용 광촉매, 나노촉매 센서 등 총 11가지 연구분야를 꼽았다.

장 박사는 또 연구를 수행하는 데 있어 가장 큰 애로로 정규직 연구원들을 포함한 능력있는 연구원들이 불안정한 연구여건으로 인해 지속적으로 함께 연구하지 못하고 자리를 떠나는 것과 현재의 연구체계에서 한 사람의 연구원이 여러 개의 연구과제를 동시에 수행해야 한다는 점을 꼽았다.

대전=박희범기자@전자신문, hbpark@etnews.co.kr

◆촉매분야 연구자

 촉매 기술은 기본적으로 수 나노미터에서 수십 나노미터 크기의 촉매 활성점이 있는 나노 기술을 기본으로 발전했다. 최근에는 분자 및 원자 조합기술의 발전과 나노 결정 합성 기술 발전으로 가속도를 붙이고 있다. 특히 활성점의 미립화와 설계된 분자의 조합 기술에 의한 정교한 물성 변화로 촉매의 성능 및 선택성이 매우 우수해졌다.

우리나라의 촉매 연구는 1980대 초에 설립된 한국화학공학회 촉매부문 위원회를 중심으로 대학과 정부출연연구소에서 연구되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촉매연구팀에는 한국화학연구원 장종산 박사와 인하대 박상언 박사팀을 꼽을 수 있다. 두 연구팀은 2001년과 2002년에 개최된 미국화학회 ‘촉매 작용에 나노기술(Nano Technology in Catalysis)’ 심포지엄에서 나노촉매 조립을 위한 마이크로파 적용연구 결과를 발표해 2년 연속 최우수 논문상을 수상하는 성과를 올렸다.

화학연 연구팀은 다공성 물질의 연속생산을 위해 기존 합성시간을 수십 시간에서 5분 이내로 단축하는 마이크로파 합성기술 개발에 성공했다.

나노 세공체 분야는 포항공대, 전남대, 한밭대, 한국과학기술원(KAIST) 등에서 제올라이트(ZSM-5)를 기본으로 한 다양한 구조의 신물질을 합성하고 있다.

서울대, KAIST 등에서 M41S구조를 기본으로 한 다양한 구조의 물질을 합성하고 이를 응용하기 위한 연구가 활발하다.

포항공대 이재성 교수 연구팀은 은 나노구조의 페로프스카이트 광촉매를 개발했으며 계면활성제를 사용해 알루미나 메조 세공 물질뿐만 아니라 리튬이 함유된 새로운 알루미나 나노튜브를 개발했다. 이 기술은 수소 저장체 및 리튬 배터리 분야에 적용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나노 촉매 소재나 흡착제로서의 다양한 응용가능성을 고려하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연구팀에서는 철 산화물 나노클러스터 담지 촉매를 개발해 유기화합물 저온 산화 반응기술을 개발했다.

KAIST 화학과 유룡 교수팀은 메조 세공 탄소소재에 3나노미터(nm)이하의 백금 나노 클러스터를 분산시켜 높은 전기화학적 촉매활성을 관찰함으로써 연료전지용 전극 촉매로서의 활용가능성을 제시했다.

서강대학교 윤경병 교수팀은 유기 분자 끈을 이용한 제올라이트 박막의 삼차원 배열과 잘 배열된 제올라이트 박막을 이용한 다양한 응용에 연구 결과를 내고 있다.

관련분야 기업들도 늘어나 환경소재 전문기업인 나노(대표 신동우)는 나노기술연구소를 설립하고 환경친화성 광촉매 물질을 개발해 상용화했다. 이 회사는 2000년 11월 연간 600톤 생산규모의 광촉매 원료 제조 공장을 준공했으며 2003년에는 일본 광촉매연구소와 기술제휴를 통해 제품을 개발했다.

티오즈(대표 권철한)도 광촉매 나노기술이 응용된 내오염 코팅제, 탈취코팅제, 공기청정기, 대기정화 장치 등 환경분야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김인순기자@전자신문, ins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