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을 중심으로 한 금융권의 ‘차세대 시스템’ 프로젝트가 지난 1∼2년 동안 치열한 논의와 컨설팅 작업을 거쳐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코어뱅킹 시스템(은행권) 또는 계정계·정보계(보험권) 재편을 핵심으로 한 금융권 차세대 프로젝트는 이제 선택 사항이 아닌, 더는 미룰 수 없는 필수과제로 대두되면서 금융산업의 경쟁력을 이끌 중추 신경계의 대수술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금융권에서 추진되고 있는 차세대 프로젝트의 현황과 이슈를 점검하고 향후 차세대 시스템이 가져올 금융 산업의 변화를 전망해 본다.
◇차세대 시스템이란=금융권에서 일컬어지고 있는 차세대 시스템은 신시스템으로도 불리며 규모와 적용범위에 다소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일반적으로 은행의 차세대 프로젝트는 코어뱅킹으로 일컫어지는 계정계 시스템의 전면 재구축 또는 개편을 뜻하지만 최근 진행중인 프로젝트는 전사데이터웨어하우스(EDW)·여신종합관리시스템(CRMS) 등을 포함한 정보계와 대 외계 시스템의 확대·업그레이드를 포함하는 경우가 많다. 또 보험권은 재무·회계 시스템과 정보계 시스템을 아우르는 신 보험 시스템으로 추진되고 있으며 증권사는 기존 홈트레이딩시스템(HTS)·원장관리시스템 등을 중심으로 추진되고 있다. 카드사는 DW·고객관계관리(CRM) 등을 동반한 승인계·처리계·분석계 시스템의 재구축, 개편과 관련된 프로젝트가 차세대의 이름으로 진행돼 왔다.
◇차세대 프로젝트, 왜 필요한가=최근 추진되고 있는 차세대 프로젝트는 급변하는 시장에 대한 유연한 대응과 고객 지향 비즈니스 및 업무 프로세스 구현이라는 금융산업의 시대적 과제와 밀접한 관계를 가진다.
은행권 차세대의 꽃인 코어뱅킹 시스템은 이른바 ‘미션 크리티컬(mission critical)’로 표현되는 주거래 처리 시스템으로 최고의 안정성과 정확성이 요구된다. 수신·여신·외국환 등의 신속·정확한 트랜잭션 처리는 물론 금융거래시 발생하는 방대한 정보를 전략 경영과 고객관리의 토대로 제공하고 있어 사실상 은행의 핵심 신경망이다.
코어뱅킹은 지난 80년대 중반까지 단순 계정처리를 목적으로 구축된 1세대 어카운팅 시스템과 일부 프로세스의 자동화와 대용량 처리를 2세대 시스템을 거쳐 지난 80년대 말부터 현재까지 대부분 금융권의 정보 인프라로 자리 잡아온 메인프레임 환경의 3세대 시스템을 지나고 있다.
그리고 이제 고객 지향 서비스와 적시(time to market) 비즈니스 전략을 지원하기 위한 차세대(4세대)가 오고 있다.
차세대는 그동안 과목·상품 별 애플리케이션 중심의 시스템에서 기능 중심의 설계와 애플리케이션 재사용도 제고, 유연한 상품 개발 등을 골자로 진행되고 있다.
특히 금융권은 날로 다양해지는 고객 채널을 단일 부로 통합, 관리할 수 있는 환경을 구현하고 시스템의 통합성과 유연성·확장성을 높이고 업무 프로세스와 긴밀한 결합을 통해 신속한 상품 및 서비스 제공할 수 있는 시스템 환경을 구현함으로써 경영·서비스 경쟁력의 극대화를 조준하고 있다.
◇ 프로젝트 진척 현황=대부분 차세대 시스템에는 선진 기술과 사상을 채용한 패키지가 적용되고 있다. 패키지 도입은 구축 기간과 위험(위험)을 최소화하는 방안의 하나이기도 하다. 하지만, 국내 은행들의 경우 국내 금융환경과 시스템에 최적화(커스터마이징)하면서 80% 이상을 뜯어 고쳐야하는 사례가 빈번해 패키지에 내포된 사상만 받아들이고 일부 모듈만 적용하거나 자체 개발이 낫다는 견해도 늘고 있는 상황이다.
또 3세대 이후 전산 시스템을 평정했던 메인프레임 플랫폼으로부터의 이탈도 추진되고 있다. 이는 ‘코어금융=메인프레임’이라는 교과서적인 공식의 해체를 알리는 것으로 이미 중소형 금융권을 중심으로 가시화되고 있다.
이들 금융권은 메인프레임의 폐쇄적 환경을 벗어나 유닉스 기반의 개방형 구조를 구현함으로써 벤더 종속성, 신기술 적용과 유연성·호환성 확보, 총소유비용절감(TCO) 등을 꾀하고 있다.
국민은행, 신한·조흥 은행, 우리은행, 외환은행, 하나은행, 기업은행 등 내 주요 은행들은 올 4분기를 시작으로 오는 2006년 말 차세대 시스템의 개통을 목표하고 있다. 바젤Ⅱ 등 국제 금융환경의 변화, 금융시장의 구조조정, 부족한 예산 등 차세대 프로젝트의 불확실성을 높이는 외부 요인들도 상존하고 있지만 향후 더욱 복잡다단해지는 상품과 업무 프로세스에 대비하기 위한 시스템 구축은 더는 미룰 수 없는 현안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와 함께 차세대 프로젝트는 향후 약 5000억 원 이상의 발주 시장을 형성하며 컨설팅, 솔루션·하드웨어, 시스템통합(SI) 등 금융IT 시장에도 새로운 활기를 불어 넣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정환기자@전자신문, victo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