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닉스 서버 시장의 최강자는 한국HP다. 대당 판매 가격이 비싼 하이엔드 유닉스 부문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는 한국HP의 입지를 의심하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중소형 제품을 포함한 전체 시스템의 공급 대수를 잣대로 들이대면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온다. 전통적인 유닉스 기업인 한국썬마이크로시스템즈가 1위 자리를 차지한다. 유닉스 서버를 공급 대수로 파악하는 것은 결국 서버에 장착돼 있는 운용체계(OS)의 우위를 파악할 수 있는 지표가 된다. OS를 기준으로 유닉스 시장을 바라보면 국내외적으로 솔라리스가 최강자로 군림하고 있다.
한국IDC 자료에 따르면 한국썬은 지난 1분기 유닉스 서버 시장에서 대수 기준으로 한국HP의 hp-ux나 한국IBM의 AIX에 비해 무려 두배 이상의 서버를 공급해 51%가 넘는 점유율을 기록했다. 여기에 1분기 한국후지쯔의 서버 시장 점유율(8% 내외)을 더하면 솔라리스는 전체 유닉스 시장의 60%를 점유하는 셈이다. 전 세계적으로 선의 점유율은 이보다 더 높은 64% 정도의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더욱이 최근 들어 일본 후지쯔가 선마이크로시스템스와 칩과 서버 분야에서 공조키로 함에 따라 솔라리스의 세 확산이 예견되는 상황이다. 양사는 그동안 스팍 계열의 칩과 함께 솔라리스 OS를 사용해왔다는 점에서 양사가 서버의 공동 생산 및 판매에 나설 경우 그 파급 효과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 효과는 솔라리스의 세 확산으로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다.
◇ 한국썬, 교육시장 70% 이상 장악=90년대 초, 전 세계적으로 양분돼 있던 유닉스 OS 진영이 ‘유닉스 시스템 5’란 스펙으로 단일하게 통일됐다. 지금은 사라진 디지탈이란 회사를 제외한 모든 서버업체들이 이 스펙에 기반한 OS를 제작했으며 선이나 HP 등 모든 서버 업체가 이 흐름에 동참했다.
88년 설립된 한국썬은 90년대 들어 솔라리스를 공급하며 유닉스 서버 사업을 시작했다. 한국썬은 교육 시장에 집중했다. 이 결과 현재 대학 시장의 70∼80%를 한국썬이 장악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대학에서 배출된 전산인력들이 기존에 익숙한 솔라리스 OS 환경을 선호하게 됐고 2000년 닷컴 붐이 일던 시기, 솔라리스가 최고의 정점에 이르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이 결과 선의 중형 이하 시스템은 교육시장 외에도 통신·공공·닷컴 등 대다수 기업의 프런트 엔드 분야에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
◇한국썬과 한국후지쯔 공조가 최대 변수=한국후지쯔는 한국썬과의 공조를 계기로 유닉스 시장에서 공격적으로 사업을 벌이겠다는 의지를 다지고 있다. 한국후지쯔는 오는 2007년까지 유닉스의 매출 비중을 12%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등 유닉스 서버 업체로서 이미지를 각인시킨다는 전략을 세웠다.
일단 한국후지쯔는 로엔드 서버 시장의 점유율을 높이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한국후지쯔의 이 같은 전략은 솔라리스가 장악하고 있는 중형 이하 시장이 대용량(하이엔드) 서버로 통합되는 경향이 짙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즉 로엔드를 장악해 2006년 이후 신제품이 나올 때 서버 통합으로 자사의 영향력을 높이자는 계산이다.
이를 위해 한국후지쯔는 지금까지 가동하지 않던 대형 총판 제도나 대량의 유통 채널 파트너 전략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후지쯔는 10월 이전 채널 확대전략을 구체화할 예정이다.
◇솔라리스의 지배력 향상이 관건=한국썬은 양사 공조의 결과물이 등장하는 2006년 이전까지 솔라리스의 영향력을 최대한 끌어올리기 위해 다양한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이와 관련, 한국썬은 ‘고객참여모델(CEM)’이란 전략을 가동하며 대기업 집중 관리 및 하이엔드 모델 판매에 적극 나서고 있다. 또 다소 취약한 금융권에 대한 영업도 집중해 지난 1분기에는 제일은행 정보계 시스템 재구축용으로 선파이어 12K를, 하나은행 CRM용으로 선파이어4800 4대를 공급하는 등 실적을 올렸다.
한국후지쯔 역시 자사의 영업력이 다소 높은 유통 및 공공, 금융 시장에서 유닉스 서버 판매를 늘리기 위한 전략을 보다 강화할 계획이다.
양사는 조기에 공조 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현재 후지쯔와 선 본사는 2006년 출시되는 신제품 APL 공급 방식에 대해 양사가 취급 제품을 구분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는 중형 이상 제품과 그 이하 제품에 대한 공급 권한을 나눠 갖는 형태로 결정날 경우 양사의 공조는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고 있다.
신혜선기자@전자신문, shinhs@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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