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권의 책]설득의 심리학

◇설득의 심리학/ 로버트 치알디니 지음/21세기북스 펴냄

 

 양복을 사기 위해 백화점 매장을 찾는다. 친절한 매장 관리인이 자세한 설명과 함께 비싼 양복을 골라준다. 이어 “한 번 입어만 보세요”라는 말과 함께 양복과 잘 어울리는 셔츠와 넥타이 등을 보여준다. 어차피 비싼 양복을 사기로 한 손님에게 소품의 가격은 상대적으로 작게 느껴지고 결국 손님의 손에는 예산보다 초과한 양복과 구매 목록에도 포함되지 않은 셔츠와 넥타이 등이 들려져 있다.

 이처럼 고도의 영업 교육을 받은 백화점 매장 매니저, 자동차 판매원 등에 넘어가 부지불식간에 상품을 구입한 경험이 한번씩은 있을 것이다. 이 책은 내가 어떻게 그들에게 설득당했는지에 대해 ‘귀신에 홀린 것 같다’는 직감적인 언어가 아니라 심리학적인 논리로 원인을 명쾌하게 분석한다.

 분석의 기본은 이 책의 부제인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6가지 불변의 법칙’에서 비롯된다. △샘플을 받아본 상품은 사게 될 가능성이 높은 ‘상호성의 법칙’ △내가 선택한 상품과 서비스가 최고라고 믿고 싶어하는 ‘일관성의 법칙’ △가장 많이 팔린 상품은 더 많이 팔릴 것이라고 믿는 ‘사회적 증거의 법칙’ △잘생긴 피의자가 무죄 판결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호감의 법칙’ △상 받은 상품, 큰 체구, 높은 직책, 우아한 옷차림에 약해지는 ‘권위의 법칙’ △한정판매, 백화점 세일 마지막 날에 사람이 몰리는 ‘희귀성의 법칙’이 그것이다.

 책에서는 또한 이런 설득기법에 대항하는 방어 전략과 실전 연습까지 소개한다.

 현대사회에서 상대를 설득시켜 나의 뜻을 관철하는 능력은 중요한 성공 요소다. 개인간, 기업간, 국가간의 대화와 협상에서 설득의 기술이 중시되는 것도 이런 까닭이다. 때문에 이 책은 설득이 기본인 영업직 종사자에서 조직을 이끄는 관리자, 나아가 그 조직의 대표자 모두에게 의사소통 및 의사결정의 좋은 지침서가 되리라 생각한다.

 160여 명의 직원을 둔 회사의 대표이사로서 이 구절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위기 상황에서 한 사람을 선택해 구조의 임무를 그에게 맡겨라, 그렇지 않으면, 사람들은 서로 쳐다만 보면서 누군가가 도와주겠지, 아니면 이미 병원에 연락했겠지 라는 추측만 하고 있을 것이다”라는 구절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현재 자신의 위치와 역할에서 기억에 남는 설득의 기술이 한 가지씩은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임병진 성진씨엔씨 사장 ceo@sjcnc.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