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어뱅킹시스템을 비롯한 금융권 전산시스템의 플랫폼으로 무풍지대를 달려온 메인프레임이 유닉스의 거센 도전을 받고 있다.
그동안 금융권은 지난 80년대 말부터 대용량 처리의 안정성과 보안성이 탁월한 메인프레임을 기반 플랫폼으로 사용하면서 개방성을 지향하는 유닉스에 쉽사리 전산실을 내주지 않았다.
하지만 유닉스 시스템이 기술 발전과 함께 메인프레임과의 기술·성능 상의 격차를 줄이기 시작하면서 상황은 달라 지기 시작했다. 연간 수십억 원에 달하는 막대한 유지 보수 비용의 절감이라는 현실적 요구는 물론 유연한 구조에 따른 신기술 적용, 신상품 및 업무 지원의 용이성, 벤더 종속성 탈피와 같은 장점을 내세워 메인프레임의 텃밭인 은행권을 겨냥하기 시작했다.
◇금융권 동향=그동안 보험·카드 등 제2 금융권을 중심으로 금융 시장을 파고 들었던 유닉스 진영은 지난해부터 은행권 차세대 프로젝트 공략에 고삐를 죄고 있다. 이미 대형 시중은행 가운데 처음으로 유닉스를 적용중인 외환은행이 오는 10월 18일을 개통 목표일로 잡고 유닉스 기반 차세대 시스템을 구축중이다.
또 2006년 말 가동을 목표로 진행중인 국민은행과 신한·조흥 은행 등 메이저 은행의 차세대 행보도 유닉스로 무게중심이 기울어졌다. 국민은행은 당초 전면 개편 방식에서 단계적 시스템 개발로 구축 방법론을 수정했지만 일단 코어뱅킹 시스템 가운데 수신을 제외한 나머지 부문을 유닉스로 내려 하이브리드(메인프레임+유닉스) 방식으로 시스템을 슬림화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신한·조흥 은행은 국민은행보다 더 적극적인 유닉스 채용에 나설 전망이다. 지난달 말 두 은행에 적용할 통합 플랫폼으로 사실상 유닉스를 확정한 신한금융지주회사는 특히 코어뱅킹의 수신 부문까지도 유닉스 전환을 고려하고 있어 주목된다.
반면, 우리은행·기업은행 등은 메인프레임 환경을 고수하고 있다. 기업은행이 오는 9월 6일, 우리은행은 9월 30일로 개통(목표)을 앞두고 현재 막바지 영업점 테스트를 진행중이다.
◇달아 오르는 수성과 공세 전략=올 하반기는 한국IBM과 한국HP를 중심으로 한 두 진영의 향후 2∼3년 간 비즈니스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시기가 될 전망이다. IBM이 공급해온 OS 390이 오는 9월 사실상 단종돼 후속제품인 z시리즈로 대체가 요구되면서 하드웨어 대체와 유닉스 전환을 놓고 은행·증권·카드 사들의 현실적인 고민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한국IBM은 기존 메인프레임 고객의 이탈방지를 위해 새로운 공급 전략인 WLC·OIO 등을 선보이고 있다. 유닉스 진영을 이끌고 있는 한국HP는 BEA·티맥스·케미스 등 미들웨어 업체들과 연대로 윈백(대체)은 물론 리호스팅 전략까지 병행, 차별화된 수요처 공략에 나서고 있다.
◇전망= 수익성 제고, 인수합병(M&A) 등 금융산업의 환경요인에 따른 ‘비용절감’과 ‘통합’의 과제, 그리고 ‘리스크(위험) 회피’라는 전통적 원칙에 얼마나 부합할 수 있느냐가 메인프레임과 유닉스의 선택을 좌우하고 있다. 이와 함께 새롭게 가동되는 차세대 시스템이 향후 약 5년 동안 급변하는 금융환경과 상품·서비스 시장에 얼마나 유연하고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느냐에 명쾌한 해답을 제시해야만 두 플랫폼 간 우위 논쟁이 일단락될 전망이다.
이정환기자@전자신문, victo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