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게임주가 폭락

 주식시장에서 방학때면 으레 오르는 주식이 있다. 게임관련주들이다. 엔터테인먼트라는 거대한 테마를 형성하면서 ‘게임주 강세’ ‘게임주 고공비행’이라는 제목은 늘 이맘때 신문 증권면을 장식했다. 여름과 겨울방학이면 계속 되풀이되는 현상이다. 그런데 올해는 다르다. 대작 온라인게임들이 쏟아져 나오는 상황인데도 게임주들은 테마를 형성하기는커녕 주식 약세장에 영락없이 동반하락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여름방학에 이렇게 조용하기는 처음이에요.” 고개를 갸우뚱하는 업계 관계자의 말이 외마디 비명처럼 들린다.

 5일 모처럼 게임주들이 일제히 상승했지만, 뚜렷한 호재가 있다기보다는 낙폭 과대에 따른 기술적 반등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지난 1주일 동안 전광판을 퍼렇게 물들여왔던 게임관련주들을 보면서 가장 먼저 생각난 것은 역시 ‘경기에 대한 우려’다.

 “게임주는 전통적으로 경기에 민감하지 않은 것으로 평가돼 왔습니다. 그런데 올해는 내수 경기침체, 유가상승, 수급 불안정으로 인한 약세장에서 게임주까지 기를 못펴는 것을 보니….” 최근 몇몇 게임주들의 목표치를 상향조정했던 한 애널리스트는 약세장에 할 말을 잃는 모습이었다.

 이를 온라인게임 시장 포화 징후로 해석하는 이들도 있다. 실제로 올 하반기에 출시될 대작만도 줄잡아 10종이 넘는다. 아크로드, RF온라인, 요구르팅, 월드오브워크래프트, 실크로드온라인, 라스트카오스 등등. 어디에 내놓아도 빠지지 않는 완성도 높은 게임들의 마케팅 방안을 두고 업계 고민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러저러한 분석들은 결국 국내 게임산업의 ‘터닝 포인트’를 예고하는 것일 수 있다. 그동안 온라인게임을 바탕으로 급성장했던 게임산업이 올 하반기를 기점으로 또 한번 도약하느냐, 일시 후퇴하느냐의 기로를 맞게 된다는 것이다. 연말이면 대작 온라인게임의 성패가 분명히 갈리고 미국·일본 등 선진국들의 반격과 중국의 추격이 본격화되는 시점으로 보여지기 때문이다. 성공하는 업체와 실패하는 업체 사이의 인력 대이동설도 나오고 있다.

 게임주가가 바닥인지 아닌지는 현재로선 알 수 없다. 터닝 포인트를 맞은 게임업계가 이를 슬기롭게 극복한다면 지금 주가는 바닥이 되고 그렇지 못하면 또 다른 바닥을 경험해야 한다. 그게 터닝 포인트다.

 디지털문화부=류현정기자@전자신문, dreamsho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