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R&D사업 곳곳서 `삐걱`

애초 기획과 달리 비용 급증·일정 지연 수두룩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중장기 대형 국가 연구개발(R&D)사업이 당초 계획과는 달리 투입 예산이 크게 증액되거나 연구일정이 몇 년씩 고무줄처럼 늘어나면서 ‘기획따로 집행따로’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고속철도 같은 대형 토목 프로젝트에서 흔히 발생, 여론의 따가운 질책을 받은 것으로 R&D 분야까지 확산됐다는 점에서 대책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5일 관련기관에 따르면 △기초과학지원연구원의 국가핵융합연구개발사업(KSTAR) △항공우주연구원의 우주센터 건립 및 소형위성 발사체 사업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의 국가영장류센터 건립 △대덕연구단지 관리본부의 창조의 전당 건립 사업 등이 갈팡질팡, 우여곡절을 겪으며 추진되고 있다.

 기초과학지원연 프로젝트는 95년 사업 시행 당시 전체 예산이 1500억원이었으나 최근에는 4000억원 수준으로 늘어났다. 과제 수행 과정 역시 책임자의 잦은 교체 등으로 당초 예정인 올해보다 2년이나 더 걸린 2007년께나 마무리될 전망이다.

 항공우주연구원은 100㎏급 위성발사장 건설을 목표로 추진중인 우주센터의 구축이 오는 2005년에서 2007년으로 늦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사업비도 1500억원으로 예상했으나 846억원 가량을 늘려 잡은 2300억원이 될 것으로 보고있다. 또 소형 위성 발사체 개발도 기술개발 비용의 증가와 기술이전 시기의 지연 등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생명연의 국가 영장류센터 건립도 애초 2002년부터 올해까지 77억원을 들여 건설할 예정이었으나 부지를 구하지 못해 일정이 지연되다 최근 오창산업단지에 부지를 구하고 지난 5월 경에 착공했다.

 대덕연구단지 관리본부의 창조의 전당 건립사업의 경우 예산 규모는 300억원으로 변동이 없지만 지난 2001년 사업승인을 받아 설계비 10억원까지 배정한 뒤 대전시의 컨벤션센터 복합건물 건립 제안에 따라 오는 2006년 완공으로 사업 계획이 변경됐다.

 이에 대해 과학기술계 전문가들은 연구기획 및 평가 전문가의 부재를 꼽고 있다. 특히 과제가 진행중이라도 사업 타당성을 엄정하게 평가해 과제를 중단하는 정책 판단력이 빈곤할 뿐더러 연구원의 독단적인 판단 및 인식의 부족한 점을 들고 있다.

 출연연의 한 기획·평가 관계자는 “사업 기획때의 예산과 기간이 늘어나는 것은 연구원의 독단이나 기획·평가 시스템이 완벽하지 못한 것에 원인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내년부터는 총 사업비가 500억원을 넘을 경우 예비 타당성 검토를 반드시 실시하는 등 상당부분 시스템이 보완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전=박희범기자@전자신문, hbpar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