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순서대로) 정철화 스팬션코리아사장, 정수홍 피케이엘 사장, 김영섭 ARM코리아 사장, 이영수 ST마이크로한국지사 사장, 손병격 스태치칩팩코리아 사장.
‘한국 지사장, 귀하게 모셔라.’
우리나라에 진출한 외국계 반도체 업체의 지사장 중에 본사에서도 요직을 차지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최근 몇몇 외국계 반도체 지사장들은 본사 임원을 겸임하거나 회사의 최고 의사결정 기구인 이사회 멤버로 참여하는 등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국내 영업 및 마케팅에만 관여하는 외국계 지사의 일반적인 경우와는 다른 모습이다. 이는 아시아가 전 세계 정보가전 기기의 생산 기지로 급부상하고 특히 우리나라가 휴대폰, 디스플레이 등 첨단 반도체의 주요 수요처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스팬션코리아의 정철화 사장(66)은 한국 지사장과 본사 부사장을 겸직하고 있다. 스팬션은 지난해 AMD와 후지쯔의 메모리사업부가 합병해 출범한 플래시메모리 전문 생산업체. 본사 부사장은 최고경영자(CEO), 최고재무책임자(CFO) 등 ‘최고(Chief)’ 경영진을 제외하고는 가장 높은 자리다. 정사장은 지난해 7월 스팬션 설립시부터 본사 부사장을 해오며 아태지역을 총괄하다 최근에는 한국지사에 집중하고 있다.
포토마스크 업체인 피케이엘 정수홍 사장(49)은 미국 반도체 장비 회사인 포트로닉스로 인수되면서 한국 대표와 아시아지역 담당 사장을 겸임한다. 정 사장은 올 초부터 한국 피케이엘을 비롯한 대만 PSMC, 포트로닉스 싱가포르, 현재 중국에 건설 중인 중국 현지 공장을 책임지고 있다. 조만간 피케이엘 대만 법인도 맡게 된다. 회사 측은 “아시아 지역 매출이 전체의 50%가 넘는 등 아시아 시장의 중요성과 한국의 선도적 위치를 인정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반도체설계자산(IP) 업체인 ARM의 김영섭 사장(49)은 ARM코리아 지사장을 역임하고 있으며 본사 이사회 멤버로 활약중이다. 김영섭 사장은 특히 일본을 제외한 대만, 중국, 싱가포르 등 아태지역을 총괄한다. ARM 측은 “김영섭 사장이 지난 2000년 대만 타이베이에 현지 법인인 ‘ARM타이완’, 지난 2002년 7월에는 중국 상하이에 현지 법인인 ‘ARM차이나’를 설립하는 등 주도적 역할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ST마이크로한국지사의 이영수 사장(52)은 한국지사장과 아태지역 마이크로컨트롤러 사업부 총괄을 담당하고 있다. ST마이크로 관계자는 “ST마이크로는 지난 2001년부터 각 지역의 주요 대표들에게 본사 차원의 임무를 부여하는 정책을 실시중으로 이영수 사장이 한국뿐 아니라 MCU에 관해서는 아태지역을 관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도체 후공정 업체인 스태츠칩팩의 손병격 사장(58)도 비록 임시지만 본사 최고운영책임자(COO)로 선임됐다. 손 사장은 그동안 칩팩코리아의 사장으로 활동하다가 지난 5일 싱가포르 스태츠사와 칩팩이 합병하면서 새로 출범하는 한국지사의 대표와 생산과 관련된 COO로 선임됐다.
한국 지사장과 본사 요직을 겸임하는 경우 외에도 종합부품 회사인 애질런트테크놀로지스 월드와이드 반도체사업부문 사장으로 손영권 사장(48)이 재임중이다.
외국계 반도체 기업들의 경우 전체 매출중 10% 이상이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등 한국 비중이 커지고 있어 본사에 중용되는 사례가 많아질 것으로 업계 관계자들은 내다봤다.
김규태·한세희기자@전자신문, star·hah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