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사자원관리(ERP)·고객관계관리(CRM) 등 비즈니스인텔리전스(BI) 시장의 최강자 자리를 놓고 한국오라클과 SAP코리아의 경쟁이 전방위로 펼쳐지고 있다.
양사가 각각 DBMS와 ERP 분야의 최강자라는 입지를 바탕으로 기업용 솔루션 전 분야로 사업 확대를 추진해온 것은 이미 수년 전 일이다. 이제 양사는 기업성과관리(SEM)나 비즈니스프로세스관리(BPM)·바젤 등 더욱 다양화되는 BI 영역 전반에 걸쳐 경쟁을 벌이고 있다. 최근엔 SMB 영역과 대학, 병원, 금융 ERP 시장을 두고 전면전을 벌일 태세를 보여 양사의 경쟁은 그야말로 기업 애플리케이션 영역의 지존의 자리를 두고 다투는 형국이다.
◇애플리케이션 시장에선 SAP가 앞선다=한국오라클의 매출은 1800억여원(2003년 회계연도 기준) 규모다. SAP코리아의 매출은 700억원 규모로 알려져 있다. 전체 매출 규모에 있어서는 한국오라클이 단연코 앞서지만 DBMS 매출 비중이 높은 점을 감안하면 BI로 요약되는 기업용 애플리케이션 부문만 놓고 볼때 오히려 SAP코리아가 앞서는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특히 고객 수에 대해서 한국오라클은 SAP코리아의 70%선에 머무는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지난 1월 초 SAP코리아가 자체 집계한 고객 수가 350여 개사라고 할 때 한국오라클의 고객수는 250여개사로 추정되는 셈이다.
양사는 사업 영역의 출발점이 달랐던 것만큼이나 애플리케이션 영역에서 확보한 고객들도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일단은 한국오라클 고객을 파악하는 것이 쉽다. 대기업군에서는 LG전자를 비롯해 포스코, 효성, 한화, 코오롱, 일진 등이 오라클 고객이다. 사업 영역이 수직계열화되기보다는 다양한 사업을 벌이고 있는 기업들이라는 특징이 있다. 삼성그룹을 위시한 나머지 주요 대기업군을 모두 장악하고 있는 SAP코리아의 위세가 아직까지는 한국오라클을 앞서고 있다.
상반기에는 양사 모두 중견기업으로 영역을 확대했다. SAP코리아는 웅진그룹을 비롯해 LG전선, LG니꼬동제련, LG생활건강 등 LG그룹을 고객사로 확보했다.
특히 SAP의 최대 고객인 삼성전자가 추진하는 전세계 70여개 사업장 ERP 시스템에 대한 정비를 진행할 계획을 세우고 있어 부가적으로 발생할 비즈니스 규모에도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한국오라클은 올 상반기 교보생명에 ERP 솔루션을 공급한 것을 비롯해 SK텔레콤, KTX조선 등을 고객사로 확보했다.
한국오라클 최규동 본부장은 “올해는 고객 수를 늘리는 것과 함께 매출 자체에서도 두 자릿수 성장을 목표로 공격적인 영업을 펼칠 계획”이라고 밝혔다.
◇SMB·대학·병원 등 2라운드=최근 양사의 경쟁은 SMB를 포함한 특정 업종에서도 불꽃을 튀기고 있다. SMB 영역은 아직까지 국내 ERP 업체들이 주도하고 있어 양사 모두 새롭게 개척해야 하는 공통된 숙제를 안고 있다.
양사 모두 SMB 영역에서는 100% 간접판매라는 본사의 정책에 따라 파트너 정책에 힘을 쏟고 있다. SAP코리아는 ‘마이크로 버티컬 솔루션’이라는 업종 특화 전략을 내세워 소비재·화학·서비스·하이테크·자동차 등 10개 업종에 14개 전문 파트너사를 선정해 영업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mySAP 올인원(All in One)’ 솔루션으로 SMB 공략에 나서 지난해 라이선스 매출만 31억5000만원을 올린 SAP코리아는 올해 30% 신장을 목표로 세웠다. 최근 소기업 시장에 집중하는 ‘SAP 비즈니스 원’을 추가 출시한 SAP코리아는 전체 매출에서 15% 정도를 SMB에서 올릴 계획이다.
한국오라클도 오라클 ‘e비즈니스 스위트 스페셜 에디션’을 출시한 이후에는 올 초 한국후지쯔를 전문 파트너사로 확보하며 영업을 강화하고 있다. 스페셜 에디션 패키지는 현재 공식적으로 1개 고객사에 납품한 상태지만 다수 수요처에서 벤치마킹을 진행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한국후지쯔는 올해 최소 10개 수요처를 확보한다는 목표를 세웠으며 한국오라클은 한국후지쯔의 파트너사들의 오라클 사업에 동참케 하는 등 파트너사 확대 방안을 마련중이다.
또 대학 시장에서 SAP코리아와 한국오라클은 각각 산업대학교와 교육대학교 분야에서 이미 확보한 고객사를 발판으로 시장을 넓혀나간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어 대학 시장을 양분하는 모양새를 만들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이밖에 새로운 ERP 수요처로 떠오른 병원이나 금융권도 눈독을 들이고 있다.
신혜선기자@전자신문, shinhs@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