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기업의 원칙없는 사업 다각화로 투자자들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올 들어 IT 경기 불안과 증시침체로 어려움에 빠진 IT기업이 사업 다각화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지만 상당수의 기업이 단순히 ‘국면 전환’에 초점을 맞추고 비IT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이는 경기 불황에 적극적으로 대처한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지만 일부 기업의 경우 음식점업·의류업 등으로까지 손을 뻗는 실정이어서 ‘IT기업’의 정체성마저 흔들리는 상황이다.
8일 코스닥증권시장이 집계한 등록기업 사업다각화 현황에 따르면 879개사 중 215개사(24.5%)사가 평균 2.3건, 총 501건의 사업목적을 올 들어 새로이 추가했다.
이중 IT소프트웨어·서비스 및 하드웨어업종 기업이 절반이 넘는 270건을 차지한 가운데 270건의 사업목적 중 기존 사업과 유사한 업종에 해당되는 것은 46건(17%)에 불과했다. 기존 사업을 기반으로 한 다각화가 아닌 눈앞의 위기 탈출을 위한 사업확대라는 지적이다.
비트컴퓨터(소프트웨어), 슈마일렉트론(정보기기), 엠비엔파트너스(통신장비) 등은 의약품·건강식품 제조업을 사업목적에 추가했고 케이앤컴퍼니(통신장비)와 도원텔레콤(통신장비)은 각각 의류·악세사리와 정수기 제조업으로 사업을 확대했다.
웰링크(통신장비)는 음식점업을 신규 사업으로 추가하는 놀라운 사업수완을 보였으며 반도체업종인 제일(옛 실리콘테크)은 운동·경기용구 판매업에 손을 뻗쳤다.
시그엔(컴퓨터서비스)처럼 영화기획·연예매니지먼트업을 추가하면서 오히려 IT와 관련된 CMDA장비·DVR 제조는 사업목적에서 삭제하는 사업 변경 사례도 있었다.
이는 거래소 상장 기업도 예외는 아니다. 위성방송수신기업체로 알려진 AP우주통신은 △고철·비철 수집판매업 △농림수산물 제조가공업 △분양대행 서비스업 △의약제조 및 도소매업 등을 사업목적으로 추가, 회사의 본질마저 알아볼 수 없을 정도다.
더욱이 이들 기업 중 상당수는 이미 관리종목으로 지정된 상황이어서 투자자들의 주의도 요구된다. 실제로 지능형교통정보시스템업체 트래픽ITS는 지난 3월 자판기 제조업, 소비자금융업 등을 새로이 시작하며 관심을 끌었지만 불과 한 달 만에 ‘감사의견 거절’ 사유로 코스닥에서 퇴출됐다.
이와 관련, 교보증권 박석현 수석연구원은 “IT 사업환경이 악화되는 상황에서 돌파구를 찾기 위한 시도로 해석할 수도 있지만 단순히 주가 안정을 위한 임시방편으로 끌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박 연구원은 “내수경기도 나쁜 상황에서 IT기업이 의류·유통 분야에서 성공하기는 더 힘들다”며 “사업목적 추가만으로 실적 개선이 이뤄지지는 않는 만큼 충분한 검증을 거친 후 투자에 나설 것”을 주문했다.
이호준기자@전자신문, newlev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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