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온라인게임 ‘오투잼’의 ‘품격있는 오투잼’ 동호회. 회원들은 주로 저녁 때 온라인에서 만난다. 게임도 즐기지만, 지극히 개인적인 일상생활에 관한 이야기까지 함께 나눈다. 오프라인 모임은 학생 회원을 배려해 보통 시험기간 이후나 방학기간을 이용해 이뤄진다. 동호회장 김영규씨는 “요즘처럼 각박한 사회 속에서 게임을 통해 또 한명의 친구를 알아가는 재미가 쏠쏠하다”고 말했다.
#2. 온라인게임 ‘라그나로크’의 여러 서버중 하나인 펜릴서버의 ‘부산길드’. 길드원 가입조건은 무조건 성년이다. 매주 2번 이상 모임을 가진다. 지난달에는 서울까지 원정가서 ‘라그나로크 세계대회’ 한국 대표 선발전에 참가하기도 했다. 큰 맘 먹고 서울까지 왔는데 예선 초반 탈락한 아쉬움이 이번 정기모임의 대화 주제로 떠오르기도 했다. 길드 마스터 김현수씨는 “라그나로크를 통해 길드원을 만나는 시간이 너무 소중하다”고 말했다.
게임 커뮤니티가 게임문화를 이끈다. 게이머들은 게임만 즐기지 않기 때문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다른 게이머들을 만나 커뮤니티를 결성하고 즐거움을 증폭시킨다. 게임을 즐기는 저변이 확대되면서 게임 관련 길드, 카페, 동호회 등 각종 커뮤니티가 넘쳐나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게임문화가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의 문화라고 한다면, 게임 커뮤니티는 게임문화의 가장 핵심인 것이다.
◇ 게임문화의 꽃 ‘커뮤니티’=온라인게임 커뮤니티 ‘플레이포럼’ ‘게임루키’ 비디오게임 커뮤니티였던 ‘루리웹’, 1인칭 슈팅게임 카운터스트라이크 모임 ‘나리카스’, 모바일게임 커뮤니티 ‘GVM’ 등 방대한 유저수와 정보를 자랑하는 게임 커뮤니티들은 게임문화의 꽃 중의 꽃이라고 불린다.
대형 커뮤니티들은 일종의 전문 게임포털로까지 발전할 정도다. 이보다 규모는 작지만 활발히 활동하는 게임 커뮤니티들도 수없이 많다.
온라인게임 ‘포트리스’의 최고 커뮤니티 ‘검은바다’는 올해로 벌써 창립 5주년을 맞는다. 온라인게임 ‘마비노기’ 유저들이 모인 ‘티르 나노이의 군단’은 게임에 대한 정보공유 뿐만 아니라, 연극, 시짓기 모임, 가상 결혼식 등 각종 실험적인 시도로 화제를 불러모았다. ‘리니지2’의 ‘드래곤나이츠 혈맹’은 ‘리니지1’ 시절부터 활동한 혈원(회원)들이 가입한 유명 커뮤니티다. 한게임 ‘아쿠아’의 최강 길드 ‘한쿠아 교본 무료 배포 길드’는 10대부터 40대에 이르는 다양한 구성원들이 눈길을 끈다.
◇ “커뮤니티, 이래서 좋다”=게임 커뮤니티의 매력은 풍부한 정보를 회원들끼리 나눠 갖는다는 점이다. 아무리 쉬운 게임이라도 전략과 전술은 필요한 법이다.
한쿠아 교본 무료배포 길드 마스터 안용씨는 “인터넷에서 떠돌아다니는 아쿠아 관련 정보는 본인의 길드에서 시작됐다”는 데 자부심을 갖고 있다. 넷마블 장기게임에서 ‘재미있는 장기세상’ 운영하고 있는 이대진씨는 온라인 장기게임에서 필요한 절묘한 수들을 직접 그리고 이를 홈페이지에 올려 회원들과 공유하고 있다.
커뮤니티는 또한 따뜻한 인간관계의 장이다. 평소에는 만나기 힘들었던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10대에서부터 50대까지, 서울 사람부터 대구, 광주 사람까지. 같은 게임을 좋아하다 보니 단시간에 호형호제하며 서로를 터놓게 되기도 한다.
포트리스의 검은 바다를 운영하는 양경호씨는 게임 커뮤니티가 일종의 카운셀러 역할을 할 때도 많다고 한다. 양씨는“학교에서 왕따를 당하는 친구들이 게임 속에 누나들의 조언을 받고 용기를 얻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회원들 중에는 의사, 법조인도 있고 음식점 하는 분도 있어서 세상을 살아가는데 긴요한 정보를 손쉽게 얻게 되는 경우도 있지요.”라고 커뮤니티의 장점에 대해 힘주어 말했다.
게임 커뮤니티의 다양한 이벤트도 또 다른 즐거움. 이들은 정기적인 모임은 물론, MT를 함께 떠나기도 한다. 또 게임개발사에서 주최하는 각종 게임대회에 참석하는 것도 큰 즐거움이다.
커뮤니티에 축적된 각종 정보는 게임업체들에도 중요한 정보가 된다. 모바일게임 GVM에는 회원들이 분석하는 모바일게임 정보와 동향을 얻기 위해 모바일게임 개발사 직원들이 직접 까페에 가입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 고쳐야 할 점도 여러가지=한 길드마스터가 회원들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도용, 회원 아이템들을 빼내간 사건이 최근 발생했다. 길드마스터는 사라졌고 전화번호, 집주소도 연락이 닿지 않았다. 즐겁게 게임하자고 모인 커뮤니티 사이에서도 이렇게 좋지 않은 일이 종종 일어난다.
게임 공간의 익명성과 지나친 승부욕 등이 결합되면 함부로 사람들을 대하고 상대방에게 물적, 정신적 피해를 낳기도 한다.
‘라그나로크’의 ‘부산길드’의 마스터 김현수씨는 “건전한 게임문화라는 것은 결국 유저들이 어떻게 게임을 즐기느냐에 달려있다”면서 “게이머들의 열심히 활동하는 커뮤니티가 얼마큼 건전하게 운영되느냐가 게임문화를 결정짓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포트리스 검은바다 운영자 양경호씨는 “커뮤니티 운영자들이 먼저 솔선수범해 커뮤니티를 가꿔 나간다면 게임문화도 달라질 수 있다”면서 “게임을 만드는 개발사들도 지나친 폭력성, 상업성, 선정성은 지양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농어촌 정보와 지원 나서는 온라인게임 ‘거상’>
게임을 통해 농어촌 정보화 지원사업이 펼쳐져 화제다.
경제 온라인게임 ‘임진록 거상(http://www.gersang.co.kr)’을 서비스중인 감마니아코리아(대표 알버트 류)는 행정자치부가 주관하는 ‘정보화마을(http://www.invil.org)’과 공동으로 농어촌 정보화사업 돕기 프로모션을 진행중이다.
감마니아코리아는 정보화마을 농수산품 쇼핑몰 내에 ‘천하제일 거상 제휴몰’을 개설, 거상 유저들이 농수산품을 직거래로 구매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 ‘거상’이 18세기를 무대로 각 마을에서 생산된 특산물을 사고 팔면서 생기는 이익을 통해 거상이 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는 점에 착안, ‘거상’ 게임내에서 거래되는 각 지역별 특산물을 ‘정보화마을’을 통해 바로 구입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게임도 즐기고, 농어촌을 도우면서 ‘신토불이’ 우리 농산물까지 값싸게 구입할 수 있는 그야말로 ‘1석3조’의 혜택이 주어지고 있는 것.
지난 2001년부터 시행되고 있는 농어촌 정보화사업인 ‘정보화마을’이 게임업계와 손잡고 공동사업을 벌이긴 이번이 처음이다.
감마니아코리아 김승재 마케팅팀장은 “게임을 즐기는 유저들이 자연스럽게 농어촌 정보화사업 돕기 및 우리 농산물에 대한 관심을 갖는 계기를 만들고자 기획 됐다”며 “게임이 우리 경제 활성화라는 다소 무거운 주제에 쉽고, 친근하게 접근할 수 있는 하나의 통로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별기획팀 : 팀장 이경우기자@전자신문, kwlee@·이진호기자@전자신문, jholee@·류현정기자@전자신문, dreamsho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