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발 LCD업계의 지각변동이 시작됐다.’
지난 주말 발표된 일본의 히타치제작소·마쓰시타전기산업·도시바의 대형 LCD부문 합작 발표가 세계 LCD업계를 잔뜩 긴장시키고 있다. 원래는 히타치와 마쓰시타만이 합작에 합의했으나 막후 도시바의 합류가 결정됨에 따라 삼성전자, 소니, 샤프 등에 필적하는 새로운 주도세력 탄생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그동안 일본 업계에서는 ‘히타치·소니’ 혹은 ‘샤프·마쓰시타·도시바’ 등 다양한 제휴 구상이 점쳐졌지만 실현되지 않았다. 이번 3사의 합작발표로 세계시장은 삼성전자, LG필립스, 샤프, 히타치·마쓰시타·도시바 연합으로 재편될 전망이다. 특히 마쓰시타는 삼성전자 TV용 LCD패널의 주요 고객이어서 향후 정확한 투자계획과 일정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협력, 어떻게 추진되나=마쓰시타와 히타치가 기술이 아닌 생산부문에서 손을 잡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마쓰시타와 도시바의 경우 이미 지난 2002년 LCD 사업에서 제휴한 상태다. 세계 LCD업계는 이번 제휴를 차세대 주력제품 생산에서의 이례적인 ‘3사 제휴’로 보고 있다. 신공장은 히타치디스플레이의 지바공장 부지에 설립되는 방안이 유력한데 3사가 이 자회사에 출자할지, 별도 회사를 설립할지는 조만간 정해진다. 어떤 형식으로든 가로·세로 1.5m를 넘는 ‘6세대’ 이후 유리기판을 취급하는 공장이 될 전망이다. 이 공장은 평판TV용 30인치급 대형 패널을 생산할 예정이다.
◇공동 생산, 왜 하나=마쓰시타와 히타치는 PDP패널 세계 점유율이 3위권이지만 대형 LCD패널에서는 샤프, 삼성전자, 대만기업들에 뒤져 있어 이 상태로라면 사업성 자체가 없어질 것이란 지적을 받아왔다. 이번 합작은 독자행보로는 이 구도를 도저히 바꿀 수 없다는 공통된 인식에 따른 것이다. 히타치 역시 계열 히타치디스플레이가 LCD사업을 하고 있지만 독자 투자여력은 없다. 히타치는 이전부터 LCD 패널에서 소니와의 제휴를 모색했지만 소니가 삼성전자를 선택, 무산됐다. 결국 히타치가 LCD 패널사업을 존속시키기 위해서는 마쓰시타, 도시바 등과의 공동 생산만이 유일한 선택이었던 것이다.
◇ ‘본심’은 무엇인가=이번 3사 합작발표 내용은 뭔가 급하게 이루어졌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우선 1000억엔의 투자규모로는 6세대형 1만 5000∼2만장을 처리할 수 있는 소형 공장에 그친다. LG필립스LCD나 AUO가 6세대에 투자한 3조원의 3분의 1 수준이다.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이번 발표내용은 윗선에서 전격 결정된 것 같다”며 “향후 진행상황을 예의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합작이 성공적일지도 미지수다. 우선 히타치, 마쓰시타, 도시바 등이 모두 4세대 이하 중소형 라인을 보유하고 있어 한 세대를 건너뛰고 바로 6세대 이상으로 가는 데 기술적으로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의 새로운 라인 가동시점에는 세계적으로 삼성전자, LG필립스LCD, AUO, 샤프 등이 6세대 라인을 가동할 전망이어서 가격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특히 지난 해와 달리 조만간 공급과잉기가 시작된다는 점에서 일본 기업간 합작은 한국·대만기업 등에 가격 경쟁력에서 뒤질 수밖에 없고 결국에는 세트 차원의 부담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높다.
국내업체 한 관계자는 “지난해 소니가 일본정부의 종용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를 택해 ‘일본 LCD산업 공동화’ ‘기술 유출’ 등으로 비화됐다”며 “이번 합작은 어쩌면 일본 정부의 입김이 들어간 마지막 승부수로 전략적 지원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유형준기자@전자신문, hjyoo@, 명승욱기자@전자신문, swm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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