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부가 아직 확정된 것은 없다고 하나 통신사업자의 단말기 사업 제한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장관을 넘어 청와대에까지 제한의 필요성을 보고한 상황에서 어떤 형태로든 조치를 내려야 하기 때문이다.
단말기 제조업체들도 일단 가닥이 이렇게 잡혀가자 환영의 뜻을 밝히고 정부 등 각계 요로를 통한 건의 활동을 중단할 태세다.
그렇지만 SK텔레콤은 시장 원리에 맞지 않는 정책이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특히 단말기사업에 새삼 관심을 기울이는 KT도 SK텔레콤에 심정적으로 동조했으며 정통부 일각에서도 ‘무리한 규제’라는 지적이 있어 논란이 종식되기보다는 더욱 증폭될 가능성도 높다.
◇정통부, 시한 연장에 무게중심=정통부는 단말기사업자들의 건의가 있기 전에도 비판적 시각을 내비쳤다. 김창곤 차관은 지난 5월 “이동통신서비스사업자의 제조업 진출은 신중해야 한다”며 “산업 간 고유영역이 무너지지 않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김 차관은 “(이통사업자의)휴대폰 자회사는 신규서비스를 신속히 서비스하는 수준에 머물러야 할 것”이라며 “그들이 현 수준(시장점유율)을 넘어서면 국가 전략산업인 휴대폰산업을 저해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SK텔레콤의 단말기 자회사인 SK텔레텍과 KT의 KTFT를 겨냥한 발언이다.
이 발언에 두 가지 상반된 해석이 가능하다. 규제는 필요하지만 지금과 같이 미미한 상황이라면 규제할 필요가 없다는 것. 또 현실적으로 민간기업의 자율적인 공급에 대한 제한을 법제화하는 것도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이 점에서 정통부가 SK텔레텍의 공급물량 제한 시한 연장에 무게중심을 두려는 것도 현 시장구도를 유지함으로써 단말기 업체의 반발을 누그러뜨리고 사업자의 단말기 사업에 대한 무리한 제한을 피하려는 양수겸장으로 분석됐다.
정통부는 이 방침을 확정하면 공정위와 협의에 나설 예정이다. 시한 연장은 공정위 소관이다.
◇SK텔레콤, ‘시장 원리에 위배’=SK텔레콤 관계자는 “정부가 아직 방침을 확정하지 않아 뭐라 얘기하기 곤란하다”면서도 “단말기 선택권은 소비자들에게 있지, 규제의 대상이 아니다”라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이 관계자는 이동통신시장이 아닌 단말기 규제 강화는 시장 원리에 어긋나며 내년 말까지 물량 제한이 정해졌는데 지금 그런 논의가 나오는 것도 시기가 맞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렇지만 SK텔레콤은 정부의 방침이 어느 정도 굳혀져 가는 상황에서 거세게 반발하는 게 되레 역풍을 맞을 것으로 보고 입단속을 하고 있다.
◇정통부와 SK텔레콤의 고민=정통부는 이 사안을 청와대도 관심을 갖고 있는 상황이어서 어떤 형태로든 조치가 불가피한 입장이다. 문제는 규제의 필요성에 대해 완전한 공감대가 형성되지 못했다는 것. 정통부 일각에선 “불공정행위의 개연성을 갖고 제재하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다”는 말이 나왔다.
또 위기의 휴대폰업계를 정비하기 위해선 SK와 같은 자본력 있는 대기업이 후발 휴대폰업체를 인수합병(M&A)하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인데 일부 선발 휴대폰업체들의 요구만 수용할 경우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정통부가 선뜻 규제 방향을 결정하지 못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SK도 휴대폰 사업 확대 계획의 차질과 함께 이 점을 우려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최근 SK텔레텍의 중소사업자 인수를 막기 위한 여론 조성의 움직임도 있다”면서 “SK텔레텍의 확장과 SK텔레콤 물량 규제는 별도의 문제다”라고 말했다.
KTFT를 거느린 KT도 SK텔레텍 문제를 예사롭지 않게 본다. KT도 내심 단말기사업을 확대하려는 방침을 갖고 있다. KT의 한 관계자는 “SK텔레콤이 통신시장에선 숙적이지만 단말기사업과 관련해선 동지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정부 방침에 따라선 통신사업자의 단말기 사업을 놓고 통신사업자와 단말기 제조업체 간의 전면적인 갈등으로 번질 가능성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신화수기자@전자신문, hssh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