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업계에 이색경력자 몰려든다

게임과는 전혀 무관할 것 같은 이색 경력자들이 ‘게임판’을 뒤흔들고 있다.

 다양성이 각광받고 게임에 생활 요소들이 적극 흡수되면서, 특정 분야 전문가들이 오히려 게임사업에 강점을 발휘할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것. 웹젠 신화의 주인공인 이수영 이젠 사장(39)이 발레리나 출신이었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 최근에는 금융전문가를 비롯해 해외 유명 음대 출신, 방송PD 등 각 분야에서 전문가 반열에 오른 인물들이 몰려들면서 자연스레 ‘전문가 백화점’을 형성하고 있다.

 써니YNK가 조만간 선보일 온라인게임 ‘로한’의 개발을 전담하고 있는 지오마인드의 권오준 사장(35)은 지난해 11월 이전까지는 국제적 명성을 얻었던 캐피털리스트. 텍사스주립대에서 석사(MBA) 학위 취득 후 씨티뱅크그룹에서 마케팅 부장으로 활동한 것. 지오마인드 대표를 맡게된 것에 대해 그는 “게임사업도 머니게임과 생리가 같은 묘한 매력 때문”이라고 꼽았다. 써니YNK가 ‘로한’에 승부수를 던졌듯, 권 사장도 로한 개발에 인생의 중요한 승부를 건 셈이다.

 ‘로한’은 신용 경제 활동, 목적지향적 길드 연합을 통한 정치 활동 등 독특한 게임 시스템을 갖춘 차세대 온라인 게임이다. 권 사장은 이 게임에 금융전문가답게 실물 경제를 기반으로 한 신용 경제 시스템을 접목하는 작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온라인 무협게임 ‘디오’의 음향은 그야말로 ‘음악달인’이 맡고 있다. ‘디오’ 게임개발팀 사운드PD로 활약하고 있는 장훈 PD(31)는 버클리 음대 출신으로 그의 부친은 가곡 ‘비목’과 ‘기다리는 마음’을 작곡한 장일남씨. 졸업 후 서울아카데미 오케스트라에서 활동할 정도로 전문성과 재능을 인정받은 바 있다. 하지만 그는 지난 2002년 8월 ‘디오’의 매력에 흠씬 빠져 현실 음악을 사이버상에 구현해보겠다는 일념으로 개발사인 씨알스페이스와 인연을 맺었다. 장 PD는 무협게임이라는 일면 몽환적이고,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를 음향으로도 적절하게 표현해내고 있다는 평가를 얻고 있다. 그는 “‘디오’를 즐기는 사람은 내 콘서트의 객석에 선 사람과 같다”고 말했다.

 유성원 엠닥스 사장(37)의 전직은 방송사 PD. 여성전문채널 동아TV에서 PD로 활동하면서 ‘란제리쇼’라는 기발한 프로그램을 기획, 대박을 터트렸다. 그리고 나서 그는 ‘모바일방송’이라는 매력에 이끌려 LG텔레콤으로 자리를 옮겼다. 모바일게임업계에서 이동통신사 이력은 그야말로 ‘황금코스’로 통한다. 이동통신과 연결돼 콘텐츠서비스를 내보낼 수밖에 없는 종속적 마케팅 구조 때문이다. 그래서 유 사장은 게임서비스는 물론 타 개발사들의 퍼블리싱에서도 발군을 실력을 발휘하고 있다. 최근엔 LG텔레콤 시절 맺어온 네트워크를 활용해 국산 모바일게임의 중국시장 진출에도 적극 조력하고 있다. 유 사장은 “뭔가 창작해 소비자로부터 평가받는다는 건 방송이나 게임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한다.

 이 밖에 비행 슈팅게임 ‘스카이보이’로 주가를 올리고 있는 마상소프트의 강삼석 사장과 색다른 온라인 롤플레잉게임 ‘탕’ 개발사 컴프로자드 윤동현 사장은 외환딜러로 활동했던 금융 전문가였다. 또 모바일게임업체 이오리스의 온라인사업부 한진웅 본부장은 공인회계사 출신이다.

이진호기자@전자신문, jho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