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우량 벤처 흑자도산 막아야 한다

 불황의 골이 깊어지면서 중소 벤처기업들의 자금 융통이 어려워 우량 벤처기업이 흑자도산 위기에 몰려 있다고 한다. 내수침체가 계속되고 원부자재와 유가 급등 등으로 기업경영에 어려움을 겪는 게 중소 벤처기업만은 아니다. 하지만, 은행권의 강력한 채무 상환요구와 여신 중단, 그리고 주식시장 등록 심사 요건 강화 등이 한꺼번에 겹쳐 자금줄이 막힌 중소 벤처기업들이 기술력과 판로를 확보해 놓고도 흑자부도를 낼 수밖에 없다면 여간 안타까운 일이 아니다. 이미 몇몇 시중은행들은 중소 벤처기업 등에 대한 여신을 중단키로 결정했고 대출금은 이른 시일 안에 회수한다는 방침을 세웠다고 한다. 이 바람에 벤처기업들은 IMF이전과 비교해 은행들의 IT기업에 대한 대출은 절반으로 줄었다면서 이런 상태가 지속하면 기업은 더 이상 버틸 수 없다고 한다. 특히 신규 사업 확장을 위해 자금을 빌렸으나 아직 수익을 내지 못하는 기업의 경우 도산할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한다.

 이런 자금난은 벤처기업들의 3대 자금조달 창구라 할 수 있는 주식시장과 채권시장, 은행권 등이 최근 경제사정 악화로 벤처기업을 외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권도 대기업 위주의 안정적 대출 처에는 자금을 빌려 주지만 중소 벤처기업에는 과도한 담보를 요구하는 일이 허다하다고 한다. 최근의 경제사정을 감안할 때 금융권도 중소 벤처기업에 일방적으로 대출해 주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최소한 옥석 가리기를 통해 기술과 판로가 확보돼 있는 우량 벤처기업에는 자금을 지원해 흑자 도산은 막도록 해야 한다고 본다.

 그것은 기술 중심의 디지털경제시대에 진입한 지금 벤처기업이 기존 경제구조의 보완역할을 할 수 있고 그래야 우리 경제가 재도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벤처가 다시 활기를 찾지 못할 경우 우리 경제는 한 단계 높은 발전을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 IMF라는 최악의 상황 속에서도 우리는 도전정신과 창의력을 바탕으로 수출을 늘리고 일자리를 창출했다. 일부 사이비 벤처인으로 인해 벤처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있지만 벤처 붐이 일면서 기술혁신과 고용창출에 기여했던 점은 부인할 수 없다. 이런 점에서 벤처는 창의력도 도전정신에 투철한 젊은이들에게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최근들어 정부와 여당은 벤처기업 활성화에 관심을 보여 중소 벤처기업들은 재도약을 위한 기대감을 갖고 있다.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를 앞당겨 달성하려면 기술혁신과 일자리 창출, 그리고 수출확대 등은 꼭 추진해야 할 일이다. 하지만 기술력과 거래처를 확보된 우량 중소 벤처기업들이 자금난을 견디지 못해 흑자도산을 한다면 이런 일은 추진할 수 없다. 우리가 지향하는 국민소득 2만달러 달성은 말할 것도 없고 발등의 불인 청년실업난 해소와 수출확대 등 어느 것 하나 달성하기 어렵다.

 정부가 기업들의 모든 애로점을 해결해 줄 수는 없겠지만 지원해야 할 기업과 버려야 할 기업에 대한 틀을 만들어 옥석을 가려야 한다. 기술력이나 마케팅력 등 이번 고비만 넘기면 자생할 수 있는 기업은 자금을 지원해야 한다. 우량 벤처기업의 흑자 도산을 그대로 놔둬서는 안 된다. 벤처인들도 차제에 자세를 재정립해야 한다. 그간의 실패를 거울삼아 통합능력있는 기업인상을 확립해야 한다. 돈놀이가 아닌 상품의 독창성과 우수성으로 경영의 성패를 거는 자세를 가질 때 벤처는 살아날 수 있을 것이다.